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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Dec 15. 2023

열쇠

마음의 문 


  띠리릭, 띠리릭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십여 분을 서성이고 있다. 여러 차례 번호를 눌러댔지만 잘못된 번호란다. 비밀번호가 헷갈린다. 순간 번쩍하는 생각이 지나간다. 지난 밤 남편과 사소한 일로 다퉜다. 그렇다고 번호를 바꾸었나. 때마침 야쿠르트 아줌마가 다가오더니, 자기도 그럴 때가 있다며 목에 걸린 현관 출입키를 가져다댄다. 다행히 아파트 안으로 들어올 수가 있었다.      

 

  중요한 어딘가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매개체가 열쇠다. 이는 단지 공간적인 문에만 해당하랴. 사람의 마음에도 열쇠가 필요한 듯싶다. 최근에는 남녀들의 데이트 코스마다 자물쇠로 걸어 잠그고 기념하는 곳들이 더러 보인다. 서로의 이름이 적힌 자물쇠를 꽁꽁 잠그고 그 열쇠를 멀리 던져버림으로써, 서로를 더 단단히 묶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항상 그것이 궁금했다. 그들은 정말 헤어지지 않았을까. 


  열쇠로 철커덕 문을 잠그듯, 사람의 마음도 꼼짝 없이 붙들어 맬 수는 없는 일이다.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결혼식장에서 손가락을 건 맹세조차, 도장 인주가 마르기도 전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자식들을 다 출가시킨 황혼에 이르러서야 기다렸단 듯 갈라서기도 한단다. 이유는 한가지다. 상대의 마음을 더 단단히 걸어 잠그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기야 잠겨도 열리는 것이 마음이요, 열려도 저절로 닫히는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이니까.


  사람의 마음도 열고 닫고를 잘 해야 할 것 같다. 간혹 나의 선의가 상대에겐 오히려 이용의 빌미가 될 때가 있다. 한편으론 상대를 잘 믿는 내 불찰이기도 하다. 그렇게 상처 난 마음은 두 번 다시 그 상대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나 자신의 경계태세가 뒤늦게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누구를 탓해야할까. 분명한 것은 선의는 선의로 남을 것이고, 악의는 분명 하늘의 노트에 기록되겠지. 하늘의 문을 열수도 닫을 수도 있는 바로 그 하늘 노트에. 


  최근 새로운 문학단체에 등록을 했다. 미지를 향해 달려가는 마음은 늘 설레기만 하다. 물론 새로운 만남을 위한 문을 또 다시 열어야한다. 그래도 이번엔 내가 먼저 열어 볼 참이다. 꿈을 향해 한 발씩 발을 내딛듯, 마음의 열쇠도 조금은 헐겁게 열어두어야겠다. 좋은 이들과 문학의 향연을 실컷 즐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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