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선물 받고는
10년을 들고 다닌 지갑을 2018년에 잃어버렸다. 그때 엄마가 정말 오늘내일하면서 중환자실 있고 그럴 때였다. 퇴원 수속하고 병원비까지 냈다. 그 이 후로 저 빨간색 지갑은 귀신처럼 없어져버렸다. 아직까지도 어디에서 없어졌는지 기억이 없다.
빨간색 지갑을 잃어버리고 나는 지갑 유목민이 되었다. 근 6년을 고정된 것 없이 이것저것 들고 다녔다. 명함/카드 넣는 지갑을 들고 다니기도 했고, 장지갑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재작년 가을겨울쯤에는 좀 값이 나가는 카드지갑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1년쯤 들고 다녔는데 어떤 상황을 겪고는 지갑 애정이 식어버렸다. 또 누가 꽃이 그려진 장지갑을 선물하기도 해서 그것도 좀 들고 다녔다. 근데 장지갑이 좀 불편했다. 주머니에 못 넣어서.
그러다 빨간색과 같은 회사의 것으로, 디자인이 같은(가죽 재질만 좀 다른) 핑크 지갑을 선물 받았다. 돈 벌라고 신권도 넣어서 받은 선물이었다. 자랑이다. 13년 차 인연의 지인으로부터 받았으니 귀하다.
오늘 면수건에 바셀린 묻혀서 닦았다. 가죽은 길 들이기 나름이라 작정하고 광 냈다.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저 지갑도 앞으로 10년은 들고 다닐 예정이다. 내 손에 오면 그렇다. 최소 10년.
새삼 내 안의 복을 받고 있다는 생각.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