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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승천 Aug 06. 2023

실리콘밸리의 HR 이야기, 박영희 (1/2)

혁신기업과 사람의 힘


왜 실리콘밸리가 전 세계 혁신을 주도하나?


필자는 두려움 없이 자기 생각과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와 그 분위기 속에서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이 실리콘밸리가 혁신을 만들어내는 핵심 이유라고 말한다.


다양성도 실리콘밸리 기업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로 꼽는다. 다양성은 혁신의 매우 중요한 기반으로 작동하는 경영 이념이다. 과거에는 다양성을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기업의 의무 정도로 인식했지만 최근에는 기업 생존과 경쟁력에 반드시 확보되어야 할 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특히 자율을 강조하는데 그만큼 개인행동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신뢰는 긍정적 기대와 긍정적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피그말리온 효과의 핵심 사상이 자리한다.


심리적 안전 psychological safety 은 하버드 경영대학의 에이미 에드먼슨 Amy Edmoson 교수가 1999년 psychological Safety and Learning Behavior in work teams라는 논문을 경영전문 저널에 발표하며 알려진 개념이다. 그가 정의한 심리적 안전은 "우리 팀은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창피 주거나, 거부하거나, 혹은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 a sense of confidence that the team will not embarras, reject, or punish someone for speaking up"이다.


이러한 개별 구성원의 신념이 모이면 우리 팀은 위험을 선택해도 안전하다는 집단적 믿음이 생기게 된다.

실리콘밸리 기업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심리적 안전에 기반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드는 데 있다.



범인은 기업 문화가 아니다.


국내 기업에서 새로운 CEO가 부임하면 거의 새로운 기업 문화를 표방하고 멋진 슬로건을 만들어 싹 다 갈아엎곤 한다. 우리 기업의 임원, 특히 CEO의 교체 주기는 지나치게 짧다.


2020년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347개 기업의 2010년 이후 전현직 대표이사 1,580 명의 재임 기간을 조사한 결과,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는 평균 3.6년 재직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오너 대표는 11.7년으로 전문 경영인보다 8.1년이 더 길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2019년 The CEO LifeCycle이라는 아티클을 발표하였다. 이 연구는 글로벌 서치펌 Spencer Stuart의 CEO프랙티스 전문가들이 참여해 S&P 500 기업의 총 747명의 임기와 재무적 성과를 분석했다.


이 연구는 총 5단계로 CEO의 임기를 구분하였는데, 1단계는 1년 차로 허니문 기간, 2단계는 2년 차로 sophomore slump 소퍼모어 슬럼프 기간, 3단계는 3~5년 차로 슬럼프를 이겨낸 회복기 recovery, 4단계는 6~10년 차로 정체기 compacency trap 안일한 함정기간, 그리고 마지막 5단계는 11~15년 차로 golden year 황금기로 불린다. 4단계의 함정을 극복한 CEO들은 산전수전을 다 겪어서 기업경영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주요 이해관계자도 잘 다룰 수 있다.



왜 HR을 싫어하는가?


저자가 생각하는 HR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HR이 중앙에 위치해 너무나 많은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획일성의 추구가 현장과의 거리감을 만든다는 것이다. 효율성만 추구하는 인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되고, 직원 경험 관점에서도 공감받기 어렵다. HR은 현장을 더 잘 아는 사람이 결정하게, 그리고 그 사람이 올바르게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이것이 전략적 파트너십의 핵심이며 HRBP 모델의 배경이다.


필자는 지금 우리 현실의 HR이 이러한 전략적 파트너십과 동떨어져 있는 이유를 네 가지로 설명한다.


1) HR 사람들은 역량이 부족하다. 사업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핵심고객을 이해하지 못하며, 시장의 챌린지와 경쟁사의 탁월함, 고객이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단순히 사람들을 돕고 이해하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2) HR은 여전히 가치 창출이 아닌 효율성을 높이는 데 매달린다. 교육 이수인원보다는 실제 사업에 어떤 임팩트를 주었는지가 중요함에도, HR은 회사에 어떤 결과로 기여했는지 보다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또 그 활동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했는지에 집착한다.


3) HR은 획일성과 균등성의 잣대에 얽매여 있다. HR은 하나의 제도를 만들면 아직도 예외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때문에 제도를 만든 후 경찰처럼 직원들을 바라본다. 기업은 점점 복잡하고 다양화되며, 예외를 만드는 것이 비즈니스를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직원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4) 기업의 임원과 경영자들은 HR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인식하지 않는다. 직원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하지만, 경영진들은 HR이 어떠한 전략적 역할을 수행해 회사의 비즈니스 성과에 임팩트를 줄 수 있을지 모르며, HR 역시 경영자의 지시를 기다릴 뿐 스스로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새로운 인터벤션을 추진하지 못한다.



월마트 vs. 웨그먼스 


전략적 인사관리는 인적자원 측면에서 조직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게 하는 계획된 활동을 말한다.

그중 핵심은 인사전략과 사업전략의 연계성이다. 월마트와 웨그먼스는 각각의 사업전략에 연계된 전략적 인사운영이 기획, 실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월마트는 저비용 사업모델에 부합하는 인사전략이 수립되어 HR의 세부 기능과 연결되어 있다. 월마트 매장에 방문하면 종업원이 정년 퇴직한 고령이거나 상대적으로 시간당 급여가 저렴한 소수인 중임을 알 수 있다. 채용은 저비용 구조를 뒷받침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웨그먼스의 종업원은 대부분 젊은 주류 인종이다. 매장의 종업원 서비스는 항상 활기가 넘친다. 소비자에게 구입하는 상품 외에도 쇼핑하는 내내 만족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사업 전략이기 때문이다. 두 기업은 기업의 상위 전략에 부합하는 서로 다른 인사전략을 수립해 세부 기능에 반영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뚜렷한 인사철학 없이 선진기업에서 채택한 세부적인 제도를 그대로 모방한다. 더구나 각기 다른 배경에서 각기 다른 목적으로 설계된 개별 회사의 좋은 제도를 벤치마킹하다 보니, 하나의 맥락에서 제도가 실행된다기보다는 마치 퀼트처럼 기워져 본래의 목적을 다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모든 것은 기업이 처한 현실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세부 기능의 효율성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어렵게 기획한 제도를 사장시키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명확한 인사철학 혹은 전략적 방향성의 차이로 인한 제도 운영의 실패임에도, "HR은 정답이 없다"는 어리석고 자조적인 결론에 이르곤 한다는 점이다.



기업인력유형 구분 및 인재 관리 전략


과거 GE가 적용했던 Forced Ranking (강제 등급), Forced Distribution (강제 배분), Rank and Yank (등급 산정 후 퇴출), 혹은 Stack Ranking (스택 랭킹) 등은 인력을 차별적으로 관리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접근이다.


1981년부터 2001년까지 잭 웰치가 GE의 CEO로 재직할 당시 그는 Vitality curve라고 불리는 분포로 인력을 구분(20% A player, 70% B player, 10%의 C player로 구분) 했다. 그중 상위 20% 인재는 충분히 보상하고 발탁시켜 리더로 육성했고, 하위 10%는 상시 정리하는 구조였다. 이 기간 GE의 시총은 26배, 매출액은 5배, 순이익은 8배 성장하며 미국 기업들은 앞다투어 이와 유사한 인재 관리 기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오래가지 못했다. 상징적인 사건이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상대평가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2014년 기존 인재전략을 신봉했던 MS의 스티브발머 퇴임 후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는 팀워크와 협업을 높이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경쟁의 배신』의 저자, Margaret Heffernan은 강제 배분 제도가 직원 모두를 지속적으로 위협한 나머지 보다 뛰어난 인재가 되겠다는 욕심보다 더 안전해지려는 욕망만 키운 조직문화 훼손의 주범이라고 평가했다.


하버드 대학 교수인 Thomas Delong은 HBR 기고인 Let's heat it for B player에서 B 플레이어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회사의 장기적인 성과에는 당장 큰 부각을 받지 못하지만 묵묵히 자기 역할 수행하는 B플레이어의 공이 훨씬 크다고 주장한다.


B플레이어는 다른 사람의 주목을 끄는 것을 꺼리고,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며, 경쟁보다는 화합을 중시한다. 반면 A플레이어는 새로운 기회를 즐기고, 자기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바란다. 종종 다툼을 만들며,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의 가치를 높이는 데 치중한다.


그는 B플레이어의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Recoverd A Player, 스타 직원처럼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뛰어난 역량을 지녔지만, 경쟁적 삶을 거부하거나 이를 극복한 직원이다.

둘째 Truth Tellers, 윗사람과의 관계를 정직과 사실에 근거하여 지속하는 직원이다. 자기의 출세를 위해 정치적 술수나 타인을 희생시키는 일을 하지 않는다.
셋째 Go-to people,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주는 직원이다. 학력 혹은 전문성이 떨어지나 자신의 노력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타인을 돕고 발전시킬 수 있는 직원이다. 

넷째 Middling people, 특별히 좋치도 나쁘지도 않은 직원이다. 이들은 뛰어난 경험과 기술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회사에 대한 충성도는 높다.


INSEAD의 Gunter Stahl 교수는 기업인력 운영 방식을 차별적 접근 The differentiated approach과 포괄적 접근 The inclusive approach으로 구분한다. 차별적 접근은 GE와 같이 우수 성과자에 집중하며, 포괄적 접근은 전직원의 협력과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직원간 차등을 지양한다. 그는 두가지 접근을 혼용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최적의 방법론으로 인재관리 모델을 통한 6가지 핵심원칙을 제시한다. 





인력 운영은 사람이, 사람을 대상으로, 사람을 위해, 이뤄진다. 때문에 인간 본질과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이해를 기반으로 인력운영이 이루어져야 좋은 HR의 방향과 제도가 나올 수 있다는 저자의 관점에 매우 공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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