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 2
우린 타슈켄트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상황은 많이 달랐다. 코로나가 온 세상을 덮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윤슬이는 학교에 갈 수 없었고, 아내도 집에서 재택을 하는 일이 잦았다.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았다. 마치 유령도시 같았다. 그러나 생필품이나 식재료도 살 수 있고, 간혹 배달음식도 시켜 먹을 수 있어 그런대로 버틸만했다. 우리 가족이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면 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살아나갔다. 삼시세끼,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냉장고를 부탁해,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우리의 하루엔 모든 예능이 녹아있었다.
그러나 난 금방 한계에 부딪혔다. 5살 아이는 너무 손이 많이 갔다.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아이를 따라다니며 챙기다 보니 집에만 있는데 만보기가 울릴 지경이었다. 맨발로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집안일에, 요리에, 놀이에, 아이를 챙기며 생활하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발꿈치가 아프고 무릎이 쑤셨다. 하루에 당이 3번씩 떨어지고 마른세수는 수도 없이 했다.
체력적인 문제는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 일찍 자고 많이 자면 그런대로 충전해 가며 살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끝이 보이지 않음' 때문이었다. 뉴스를 봐도 코로나는 멈추기는커녕 더욱 거세게 번져갔다. 유럽과 미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이 생활에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이 나왔다. 마치 출구가 없는 터널을 허벅지가 터져라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9월엔 윤슬이가 학교를 갈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집에만 있어야 하지?' 최대한 담담히 지내보려 해도, 한 번씩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압박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러던 어느 날. 윤슬이는 낮잠이 들고 난 거실 소파에 앉아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우연히 래퍼들이 대결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불현듯 지금 윤슬이와 보내는 이 생활이 마치 랩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주저 없이 핸드폰 메모장에 미친 듯이 글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30분 만에 가사를 완성했다.
[1절]
아침에 일어나면 목말라 배고파요
렌지에 빵돌리고 믹서로 과일갈아
후다닥 먹고나면 심심해 놀아줘요
설거지 금방할게 잠시만 기다려라
쳇! 통할리 없잖아!!
어느새 방구석으로 끌려가
젖은손으로 놀다보면 어느새 정오
[2절]
열두시 다가오니 배고파 밥주세요
뚝딱뚝딱 쌀씻고 국하고 반찬볶아
밥먹자고 불러보면 듣는둥 마는둥
이름불러 인상써 숫자를 세어봐도
쳇! 통할리 없잖아!!
결국엔 소리질러 밥상머리 앉히니
퉁퉁부은 입으로 끼니는 깨작깨작
[후렴 1]
으아 넋빠진다 넋빠진다 넋빠진다 넋빠져
찬물에 얼굴풍덩 나간정신 부여잡자
으아 당딸린다 당딸린다 당딸린다 당딸려
달달한 커피한잔 떨리는몸 눌러잡아
[3절]
기부니 안좋으니 점심은 대충먹고
냉장고 문을잡고 간식달라 시위해
허둥지둥 과일깎고 과자를 대령해
한입에 털어넣고 티비를 틀어달래
쳇! 통할리 없잖아!!
티비는 안된다 놀이터로 달려가자
우당탕탕 점프해 스윙스윙 그네타
[후렴 2]
아오 서운하다 섭섭하다 서운하다 섭섭해
샤워도 혼자못해 멍때리기가 꿈이다
아오 우울하다 배고프다 힘없다 밥맛없다
내꿈들은 누가꾸고 내밥은 누가차려
[4절 • 클라이막스]
드디어 저녁이다 하루가 끝나간다
야무지게 쌀씻어 고기굽고 국끓여
식탁에 앉자마자 허겁지겁 밥먹어
아뿔싸 먹다말고 눈꺼풀이 감긴다
쳇! 통할리 없잖아!!
제발 자지마라 지금자면 나가리다
딸랑딸랑 춤추고 음악틀어 잠깨워
목욕탕으로 달린다 잠은 깨지마라
찰랑찰랑 머리감고 뽀도독 씻겨내
책읽자 눈풀리고 하품소리 반갑다
잘자라 우리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쳇! 통할리 없잖아!
목마르다 쉬마렵다 덥다 답답하다
오줌누고 물먹고 기저귀 갈아입혀
쓰담쓰담 잘자라 우리아가 제에발
눈뜨고 코베인것처럼 또다시 아침
[후렴 3]
아우 지나간다 지나간다 무조건 지나간다
손가는 몇년 팔십인생 아무것도 아니다
투머치한 심각은 버려 심플하게 넘기자
그래 즐겨보자 놀아보자 즐겨보자 놀아봐
너와 나의 이 시간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너와 내가 함께한 이 건강한 삶에 박수를!!
[독백]
그렇게 혼자 울고 웃고 소리치고 반성하면
또 다시 아침
그렇게 난 독박육아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