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은 지금 공부중

by 클로토

내 휴대폰에는 딸의 닉네임이 '사랑하는 딸'이라고 저장되어 있다

딸이 직접 바꿔준 이름이다

나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쪽보다 T에 가까워서 아이들에게도 살갑게 대하지 못했다

대신 내가 해야 할 일이나 내게 주어진 일이 많아도 크게 흔들림 없이 잘 처리하는 편이다

어찌 보면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책임감을 어깨에 드리운 상황에서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성격이 견디기 더 쉬웠을 것이다

딸아이는 언제나 엄마의 사랑을 갈구했다

태어나서 6개월 만에 친정에서 데려와 놀이방과 어린이집으로 전전하며 컸다

그래서인지 10개월 될 때부터 오빠에게 맞고만 있지 않고 대항하는 야무진 아이였고 언제나 '안아줘'를 자주 말했다

오빠를 따라 어린이집을 다니는 세 살 때 직장이 정신없이 바쁜 날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수두 걸린 것 같아요. 데리고 가셔야겠어요"

오전에 걸려온 전화였지만 직장일이 도저히 빠질 수 없는 상황이라 점심시간에 택시 타고 달려갔다

자세히 보니 밤새 물린 모기 때문에 온몸이 발적이 올라온 상황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혼자서 원장 사무실 바닥에서 세 살짜리가 혼자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고 있는 상황에서도 나는 미어진 마음을 뒤로하고 직장으로 달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떠 넣어줄 마음의 여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내 딸은 야무져서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자기 고집이 센 아이는 자주 나와 부딪혔고 업무에 지친 나에게 자주 대항했고 나무라면 똑바로 쳐다봤다

그럴 때마다 아빠를 닮은 아이에게 아빠의 몫까지 더하여 매를 들고 야단을 치게 되었다

지도 차원에서 손을 때리면 엄살 부리지 않고 눈 한 번 내리깔지 않고 그 매를 더 받아냄으로 나에게 무언의 항의를 했다

너무 힘들고 지친 날은 아이의 행동이 힘에 부쳤고 그럴 때마다 "너는 앞으로 아빠한테 가서 살아"라고 말했다

이 말이 아이에게는 엄마에게서 버려진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 않았을까?

남편에게 하지 못한 불만을 아빠를 닮은 딸아이에게 투사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 딸이 키우기가 더 힘들다 생각했다

그러나 아들이 군대를 다녀와서도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의젓하게 버텨 준 것도 딸이었다

매사에 자신감이 결여된 아들이 키 늘리는 다리수술을 한다고 할 때도, 오빠의 심리 상담을 갈 때도 엄마의 걱정거리를 하나라도 덜어주려는 딸이었다

엄마의 지난한 세월을 함께 하면서 또 직장에 매여 헌신적으로 일하는 엄마의 모습이 안타까워서였을까?

대학을 결정할 때 "나는 엄마처럼 안 살 거야"라고 말하며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학과를 들어갔다

대학4학년 1학기를 앞두고 휴학을 하였다

알바를 한다고 하였다

타 지역으로 나가 잠깐 일하다 오겠지 하던 그때가 딸은 내 품을 떠난 때였다

언제나 사랑을 갈구했던 딸에게 한없이 채워주지 못함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혼자 자립하고 힘들게 일하면서 마음의 의지처가 필요했는지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의 엄마역할을 하면서 엄마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해 간다며 문자를 보낸다

2년간의 독립으로 딸이 얻은 것은 체중이었고 마음이 부치는 일상들이었다

마땅한 자격증이 없는 요즘 아이들은 전문성이 없으면 취직 자리가 마땅찮다

내 아이도 그 어려움 속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속에서 일등이 되기 위해 애쓰며 살다가 몸과 마음이 모든 것을 놓아버릴 상황이 되어 버렸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난감해했던 딸은 지금 간호대학교 재학생이다

지금도 같은 도시에 살지만 분가하여 살고 있다

같이 살면 부딪히는 성격이지만 떨어져 살아보니 서로 애틋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가 되었다

무슨 일이 있거나 사소한 일들이 있어 젊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할 때면 딸아이에게 제일 먼저 연락하게 된다

이제는 엄마가 가장 존경스럽다고 말하는 딸이 내게는 가장 소중한 사랑하는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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