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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어른을 옆에 두는 것의 중요성을 알기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by 오뚝이

나는 고민이 있을 땐 주변의 성인들을 많이 찾는 편이다.

보통 대학 시절 가깝게 알고 지냈던 교수님 그리고 중학교 친구의 어머니를 찾아뵙곤 한다.


이번에 취준 하면서 길을 잃어버렸을 때에도, 내가 가진 이 답답함을 털어버리고자 친구의 어머니를 찾아갔었다. 어머니는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으셨고, 책도 많이 읽으시는 분이라 통찰력이 남다르셨기 때문이다.


원래 같았으면 친구와 친구 어머님을 함께 만났지만, 그날은 나 혼자 찾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따스한 손길로 나를 맞이해 주셨다. 나는 그렇게 한참을 어린아이처럼 어머님한테 징징거리고 나서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집에 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인턴에 합격해서 잠깐 다녔더랬다.


물론 그날 내가 받았던 조언이 뭘 어떻게 해봐라, 이렇게 해봐라 식의 조언은 아니었다. 그저 내 말을 끊지 않고 묵묵히 들어주시고 조급해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나는 왜 그날의 조언이 참 도움이 되었다고 느꼈을까?



나보다 인생 경험이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다.

우선 내가 겪었던 감정을 이미 겪은 사람으로서 보다 안정된 조언을 해줄 수가 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보통의 또래 친구들과 고민거리를 이야기하다 보면 각자의 신세 한탄에서 이야기가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서로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나도 그 부분이 힘들다. 너도 나랑 똑같네" 식의 이야기를 하게 되고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위안을 얻고 끝이 난다. 물론 이 대화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가끔은 나처럼 똑같이 불안을 느끼는 사람보다 그 시기를 이겨내고 안정을 되찾은 사람의 확언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이를테면 "너 지금 불안한 거 아는데, 그거 영원하지 않아. 너 분명히 그거 이겨낼 수 있어. 내가 그랬으니까" 같은 말들이다.


실제로 나는 주변에 지혜롭고 따뜻한 어른들이 많아서 힘이 들 때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위와 같은 말들을 누구에게 어떻게 듣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내가 말한 건 꼰대처럼 "나 때는 말이야~ 그것보다 더한 것도 했어. 네가 겪은 건 아무것도 아니야" 이런 식의 대답이 아니다. 엄연히 말해선 이건 조언이 아니니까. 이건 논외로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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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고민이 있을 땐 주변에 믿을만한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혼자 계속 고민을 하다 보면 작은 세상에 갇혀 시야가 좁아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스스로 생각이 정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이 사실 가장 키포인트다.

또한 조언을 구하는 것과 결정을 내리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선택의 길에 놓였을 때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보통 타인의 조언은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해봤을 때의 후회,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사람마다 살아온 삶의 궤적이 다르고 유독 아쉬움이 남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그 조언들을 다 받아들이려고 하면 분명 혼란스러울 것이다.


결국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조언을 내리는지 잘 들어보고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결정이 무엇인지는 차근차근 종이에 써 내려가보자. 그리고 그 문제를 당장 해결하려고 너무 애쓰지 말자. 지금 느끼고 고민하고 있는 것들은 나중에 생각해 볼 때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과 애쓴 기억들은 지금 이 순간만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감정들이다.


그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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