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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루틴은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완벽한 계획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by 오뚝이


최근 두 달 동안 완벽한 루틴을 지키려고 애를 써왔다. 매일 6시에 일어나서 바로 자격증 공부를 했고, 9시에는 학원에 갔다. 그리고 점심을 먹은 뒤 1시간 반을 쉬어주고 다시 저녁까지 자격증 공부를 했다가 매일 8시에 운동을 나가 11시에 바로 잠드는 루틴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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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어떤 시간에 뭘 해야 할지 생각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내 삶이 한결 간결해진 느낌이 들어 마음이 가벼웠다.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하지 않고 바로 자니까 도파민으로 얼룩졌던 뇌가 깨끗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동안은 일하다가 혹은 공부하다 중간중간 계속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숏츠를 보다 보니까 도파민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내 삶인데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고, 이유 없는 허무함이 맴돌아 기분이 찝찝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즉각 보상을 주지 않고 할 일을 해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버리니까 "내가 지금 절제라는 것을 하고 있구나"라는 기분이 들어 뿌듯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늘 할 일을 캘린더에 쓰고 하나씩 지워가는 삶을 살아가다 보니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루틴을 지나치게 빡빡하게 세우다 보니, 못 지킬 때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원래 계획은 계속해서 수정되는 법이라지만 내가 세운 계획들을 하나 둘 지워나가지 못할 때면 오히려 다시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책상에 앉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도 이를 실패하면 나는 나 자신을 책망하기 시작했다.


브런치 발행 역시 한 번 밀리기 시작하자, 완벽했던 루틴이 깨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다시 쓰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렇게 하루이틀 글을 쓰는 것을 계속해서 미루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실 내가 만든 루틴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큰일이 생긴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계획한 것은 꼭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오히려 일을 망쳐버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그럴듯한 계획을 세워도 항상 변수는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는 계획을 세우는 방식에 변화를 조금씩 주고 있다.

원래는 일간 플래너를 작성하면서 시간대별로 해야 할 일들을 적어놨었는데, 가끔 이게 강박으로 이어질 때가 있어 하루에 해야 할 일들을 대시보드에 적는 형식으로 바꿨다. 보다 시간적인 여유로움을 허용함으로써 압박감을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루틴을 줄이고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만 신경 쓰기로 했다. 원래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자 루틴을 만들었던 것인데, 욕심이 커지다 보니 "누워서 절대 핸드폰 하지 말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책상에 앉기" 등 사실은 불필요한 챌린지를 추가하게 되는 것이다.


무언갈 하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다들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고 싶고,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것보다 몇 번 지키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실행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에게 너무 각박하게 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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