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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몬드봉봉 Oct 22. 2023

40km, 무모해도 뭐 어때


"Wow, you are such a brave girl."


"You don't! Impossible!"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틀 뒤에 산티아고에 도착해야 했다. 지난 35일을 걷기만 했던 나는, 내일의 내 모습이 훤히 보였다. 내일 또 적당히 20km를 걷고 커피를 마신 뒤 낮잠을 좀 자다가, 저녁을 먹고 배낭을 싸겠지.


내일이 별로 기대가 되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멍하게 있던 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왜 내일 꼭 20km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지? ...왜 당연하다고 생각했지?'


'그냥 산티아고까지 걸어가볼까?'


'40km 걸어보지, 뭐!'


그러나 산티아고까지 100km 남은 지점인 Sarria부터는 대부분이 숲길인지라 이른 새벽에 혼자 걷는 것은 위험했다. 함께 새벽을 깨울 동행자를 구하기로 한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Martin에게 문자를 보냈다. 프랑스에서 온 Martin은 그날 오후, 숙소에서 딸기 요거트를 나눠 먹으며 친해지게 된, 바로 저기 맞은편 이층침대에 누워있던 친구였다. 혹시나 잘까 싶어서 문자를 보냈다.


이어서 바로 산티아고에서의 만남을 약속했던 이탈리아 친구 Leo에게 문자를 보낸다. 산티아고에 하루 일찍 도착할 것 같으니, 그 다음날에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동일한 문자,

두 가지 반응


"Wow. You are such a brave girl."


"You don't! Impossible!"




새벽 5시, Martin, Celine과 숙소에서
Martin, Celine과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 앞에서




9시간 반 만에 40km를 완주하며, 36일 간의 779km 대장정을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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