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평균적인 삶" 이 있다.
그 평균을 누가 정한 건 아니지만 동시대 사람들, 동년배의 사람들의 많은 비율이 추구하거나 혹은 따르기에 평범한 삶의 모양의 전형이 된 것이다.
이런 삶의 장점은 무엇보다 배우고 익힐 사례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 주변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기에 그들의 모습을 통해 아직 걸어보지 않은 길의 모양새와 방향을 어느 정도 감지하고 시작할 수 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삶이 나에게 유독 쉬워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분명한 이점은 메타인지의 부조화로 인한 허상에 가까운 "두려움"은 상당 부분 반감된다. 즉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객관적인 빅데이터들이 상당히 많이 모이기에 대략적인 추정이 가능하다.
"아... 이 나이에.. 이걸 하고 이렇게 하면 나중에 이렇게 살겠구나.." 싶은 예상이 가능한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이 되고 통제가 되는 상황에서 인간은 안정감을 느끼는 존재다.
그러니 이러한 평균적인 삶을 거의 그대로 카피하고 따라가는 삶은 그 자체로 상당히 이점이 있다.
그리고 주변에서 받는 우려와 질문도 확실히 덜해진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기에 우리도 그렇게 살면 튀지 않고 그러니 눈에 크게 들어오지 않으니 주목도 덜 받는다. 물론 타인의 삶에 대부분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도 부모님과 가까운 형제들의 눈까지 피할 수는 없다. 명절을 포함해 일 년에 몇 차례는 일 년 치 삶의 결산을 그들에게도 어떻게든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 평균치의 삶을 무난 무난하게 살고 있으면 질문은 대개 없다.
"월급을 받고 저축을 하고 재테크를 하고 내후년에는 아이들 방 하나씩은 내주려고 평수도 늘려가려고 해요."
대부분 이렇게 답하면 격려와 칭찬도 받고 책임감 있고 현실성 똑 부러지는 어른으로 인정도 덤으로 받을 수 있다.
이래저래 남들하고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은 편하다.
그 평균치의 삶 중에 "맞벌이"가 있다.
부부가 같이 일하고 월급도 두 명이 받으면 어느 정도 아이 둘 키우는 가정의 평균살이에 맞춰질 것이라고 우리는 여긴다. 그리고 실제 그러하다. 때때로 물가도 집값도 아이들 교육비도 노후 준비에 필요한 금액도 이 맞벌이의 소득 수준에 맞춰서 주도면밀하게 조절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냐면 맞벌이가 아닌 "외벌이"로 평균적 소비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외벌이"이다. 남편은 신대원을 졸업하고 목회자로 안수를 받았지만 아직 교회 사역으로 자리를 잡지는 못했다. "외벌이"를 계획하고 결혼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닌데 살다 보니 안정적인 직장을 먼저 가진 내가 외벌이를 맡게 되어서 여기까지 왔다.
물론 "외벌이"가정도 굉장히 많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많은 이야기는 "맞벌이"가정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외벌이"는 약간 틘다. 그러다 보니 평균적 삶을 살려고 무진장 노력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여전히 나는 평균에서 약간 떨어진 듯하다.
그래서 "두려움"이 종종 찾아온다.
나 혼자 벌어서 언제 돈을 불리는 재테크를 하고 커가는 아이들 교육비에 만혼이라 유치원생 둘째를 두고 벌써 노후준비를 해야 하는 우리 부부 노후자금을 착실히 모아갈는지... 아파트 평수는 언제 늘릴 수 있을는지...
10년 내로 정말 진지하게 은퇴를 고려해야 할 듯한데 어랏. 그제야 아이들은 고등학생 나이네... 학원비는 어쩌나... 이런 두려움이 때때로 파도처럼 몰려온다. 잠이 안 올 때도 있다.
그리고 "질문"에 많이 대처해야 한다.
나이 들어가시는 노부모님의 질문의 팔 할은 "걱정"이고 형제들의 질문의 팔 할도 "걱정"이다.
그들에게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경제적으로 환산되어 이해시켜야 할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우리를 여전히 현실감각이 좀 부족하고 돈도 좀 부족한 가정으로 보는 시선은 참 힘들다.
어쩌면 나의 자격지심으로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메타인지 부조화...
그렇게 평균의 삶에서 살짝 벗어난 나와 우리 가족은 오늘도 삶이라는 항해를 노 저어간다.
언제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지 잘 모른다. 평균치에서 벗어나니 계산이 다 달라져서 예상이 더 안된다.
그래서 우리끼리 더 손을 부여잡고 노를 꼭 쥐고 나아가야 한다.
그 뜨거운 힘이 또 오늘을 살게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