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이고, 거짓말하고, 잘하지 못하면서 잘한다고 우기고, 동료의 뒷통수를 치고, 어른에게 예의 없고, 늘 지각하고, 근무 시간에 개인 일을 보고, 다른 사람 말을 듣지 않고, 강한 사람에게는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 강하며, 다른 사람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회사 비품을 함부로 낭비한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춘 빌런이 우리 회사에 다닌다.
좁은 업계에서 이미 평판이 좋지 않았으나, 명문대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니 최소한의 기본은 되어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덕분에 세상에는 겉보기와 달리 기본조차 갖추지 못하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자녀 교육은 학교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성과 사회성을 기르기 위함임을 절실히 실감한다.
혹시 나에게도 저러한 모습이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상대방의 기분은 어떨까?'
또는 '상대방이 이렇게 행동하면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라는 상황을 실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빌런 덕분에 다양한 경우의 '만약에'를 현실에서 접하고 인간 심리를 배운다.
"너는 공부만 하면 돼. 다른 건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아도 돼."
이런 말을 듣고 자란 아이가 어떤 어른으로 크는지, 눈앞에서 철저히 시각화되고 있다.
빌런 한 명으로 인해 처음에는 나머지 직원들끼리 똘똘 뭉치는 효과가 생겨서,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업무 사기를 떨어뜨리고, 사소한 문제에서도 갈등을 만들고, 급기야 퇴사 고민을 하는 직원이 생길 정도가 되었다.
빌런의 문제점을 하나씩 살펴보고, 반면교사로 삼아 올바른 삶의 태도를 배우려고 한다.
또한 나머지 직원들이 받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