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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없이 학벌만 좋으면 이렇게 될 수 있다

by 위드웬디

우리 회사의 빌런은 국내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문대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의약업계 업무 경력이 7~8년이기 때문에 이력서를 대충 훑어보면 이 분야 베테랑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제나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한 회사를 1년 이상 다닌 적이 없다.

좁은 약업계에서 '퇴사할 때마다 노동부에 내부 고발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다. '늘'이라는 단어가 과장된 것이라 해도, 한 번이라도 직원들 사이의 대화를 녹음하여 노동부에 신고를 했다면 요주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빌런은 자신이 대접받아야 하는 교수님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학교를 오래 다니다 보면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생활 초반도 아닌 7~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라면 일정 수준의 인성을 갖추어야 할 시기가 아닌가?


빌런 동료는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세상의 변화를 무시하며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실무자가 업무에 대해 아무리 설명을 해도, '그걸 내가 꼭 해야 하냐, 식약처에 확인해 본 거냐, 보건소에서는 뭐라고 하냐'라며 회사가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무시한다. 그러면서도 우리 회사보다 규모가 큰 전 직장에서는 이렇게 했다면서, 작은 회사라서 체계적이지 않다는 듯한 뉘앙스로 말을 한다.


백 보 양보해서,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학벌만 내세우며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해주고 있는 것도 고맙게 생각하라'는 태도의 직원은 회사에서 고용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빌런 동료가 자신의 학벌을 무기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직원을 대하는 태도에서 명백히 알 수 있다.


한 번은 빌런이 정해진 퇴근 시간 2분 전에 사무실 문을 나서는 것을 다른 동료가 보았다.

이분은 빌런과 직급이 같고, 회사에서 핵심 업무를 하는 재원이다. 퇴근하는 빌런을 보며 시간을 확인하는 이분에게 빌런은 오히려 들으라는 듯한 혼잣말로,

"시계 보면 어쩔 건데."라면서 비웃음을 남겼다고 한다. 직장 동료를 동료라고 생각하지 않는 행동이다.




교육의 목적은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라'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우러져 세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지성을 쌓는다.


명문대 박사과정을 수료하기까지 빌런 동료가 어떤 삶을 살았을지 짐작이 된다.

'너는 공부만 하면 돼. 다른 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돼.'라면서 공주님으로 살았을 것이다.

집에서 공주 대접을 하는 것은 그들의 사정이나, 돈을 받고 일하는 회사에서까지 공주 대접을 바라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극단적인 빌런의 행태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저렇게 키워서는 안 되겠다고 강하게 다짐하게 된다.

아이를 국영수 공부만 하는 이기적인 괴물로 키우면 어떤 어른이 되는지, 실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다.


인성을 우선하는 교육이 절실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어서

빌런에게 오히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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