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 동료는 일을 못한다. 잘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꼼꼼히 하지 않아서, 일을 맡긴 사람이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잘못을 지적하면 '그런 줄 몰랐다, 일을 시킨 사람이 알려주지 않았다'며 책임을 회피한다.
보건소에 변경 사항 신고를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부수적인 서류를 챙기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변경 사항을 제대로 확인하고 신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빌런은 각 담당자에게 서류를 요청하고, 검토는 하지 않은 채 단순히 자료를 모아서 제출해 버렸다.
처리 기한 마지막 날에 보건소에서 자료에 오류가 있음을 알려 왔다. 단순한 변경 사항이었으나, 기존 신고 사항과 변경 사항을 맞추기 위해 퇴근했던 담당자들이 다시 회사로 와서 작업을 해야 했다.
사례 하나만 보아도 이러하니, 일을 맡기지 않게 된다. 세부 사항을 일일이 알려 줘야 하고,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느라 오히려 내 일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업무 지시를 하며 의사소통 과정에서 예의 없는 태도로 인해 기분도 상한다.
그럼에도 빌런 동료는 '할 일이 없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자신에게 일을 맡겨 주면 잘 해낼 거라고 회의 시간에 아주 당당하게 말한다.
진심으로 자신은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겸손함과 개선의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태도다. 근거 없는 당당함에 모두 혀를 내두른다.
그러다 마음 한 구석에서 목소리 하나가 올라온다.
못하면서도 저렇게 당당할 수 있구나.
내 능력에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한 태도를 가지는 건 분명 좋다.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 못한다고 주눅 들고 자신 없어하는 나는 특히 더 갖춰야 하는 마음가짐이다.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 시정하고 다음에는 잘 해내겠다는 열정을 가진다면, 맡은 바 결과를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가진다면, 그 당당함과 자신감이 빛을 발할 것이다.
빌런 동료도 가지는 자신감을 나라고 갖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냐는 마음으로, 몸을 바로 세우고 고개를 든다.
덕분에 '나 정도면 충분히 자신감 가져도 돼!' 하며 입꼬리를 끌어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