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 동료는 기분을 태도로 드러낸다.
본인의 기분이 나쁠 때에는 마치 '상대방 기분 나쁘게 만들기' 학과를 졸업한 사람처럼 듣는 사람의 기분을 매우 나쁘게 만든다.
마음 같아서는 그 말투를 녹음이라도 하고 싶은데, 빌런이 전 직장에서 퇴사할 때 동료들과의 대화를 녹음해서 노동부에 진정을 넣은 이력이 있기 때문에 나는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녹음하지 않는다.
평소에는 약간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혀 짧은 소리로 "그댔다고 하더아구요." 라고 말한다.
그러다 잘못을 지적받거나 상황이 불리할 때에는 마치 범인을 취조하는 듯한 톤으로
"제가 언제 그렇게 했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그 이유를 들어보고 싶네요."
라고 말한다.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지금도 그 내리깐 눈과 법정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목소리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한 번은 서류를 한 손으로 내밀면서 "어(으)" 라고 하길래, 내가
"상사이고 나이도 한참 위인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아요?"
라고 말했더니,
역시 법정 드라마의 톤으로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상식의 범위를 한참 벗어난 행동과 말투여서, 한편 측은하기까지 했다.
이토록 공격적이면서 자기 방어적인 태도는 하루 이틀에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학벌에 비해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빌런이, 인정받고 싶지만 비난받았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세상을 향한 분노를 쌓고 자기 합리화를 해왔을 것이다.
그때마다 적절한 격려를 받지 못했을 것이고, 본인 또한 반성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먼저 잘못을 인정하면 지는 거라고 배웠을 그녀의 교육 환경이 몹시 안타깝다.
다른 사람과 어우러져 사는 능력이 부족하다 해도, 말이라도 고왔다면 빌런 본인도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말투 하나에 사람이 얼마나 기분이 나빠질 수 있는지 기억하면서,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수시로 말투를 점검하게 된다.
말과 행동을 다듬을 수 있게 기회를 주어서, 빌런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