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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은 떠나가도

by 위드웬디

빌런 동료가 퇴사할 예정이다.

순순히 사직서를 내고 퇴사하지 않는다. 일주일째 무단결근을 하고 전화와 톡 모두 연결되지 않아 해고 사유가 되었다.

근로계약서 상 1개월 중 무단결근 3일인 경우 해고 사유가 되어서, 사장님께서 오늘까지 연락을 주지 않으면 해고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셨다. 그리고 폐문부재로 도달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형국이 될지 알 수 없으나, 까지 빌런답게 우리 직원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행태가 참으로 안타깝다.

오히려 사장님의 말씀을 받아들여 권고사직으로 퇴직했다면, 다음 직장을 얻을 때까지 여기서 급여를 받거나, 퇴직 처리 후 편안하게 실업급여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던 업무가 거의 없어서 인수인계가 아쉽지는 않다. 마음이 무거울 뿐이다.

크게 상처 났던 자리는 딱지가 떨어지고도 흉터가 남는 것처럼, 빌런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 나머지 동료들이 어떤 흉터를 가지게 될지 모른다. 예전처럼 서로 먼저 나서서 일하고, 믿음을 바탕으로 일하는 건 당분간 힘들 것 같다.




빌런이 직접적으로 끼친 피해에서 그 영향력이 멈추길 바란다. 업무에서 잘못해 놓은 부분을 바로잡는 정도는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인다.

그 외에 더 큰 영향이 없기를 바란다. 빌런에 대한 처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서로 탓하던 불편한 감정이 빨리 수그러들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용서는 나를 위한 것이라 했다.

나는 용서를 할 만큼 그릇이 크지 못해 기억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빌런의 행태는 머릿속에서 지우고, 반면교사 삼을 것만 남기기로 했다.

비웃는 듯, 아니꼬워하는 듯, 자만으로 가득 찬 눈빛은 오늘로 완전히 기억에서 없앤다. 범죄자를 취조하는 검사처럼, 다그치는 말투도 다시는 떠올리지 않는다.


'나는 좀 더 사람다워야겠다, 내 아이들은 사람다움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키워야겠다.'를 굳게 다짐하며 반면교사로만 기억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라는 빌런의 태도 하나만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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