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병처럼 달고 살았던 우울증이 투자 실패 인식과 함께 폭발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연관 검색어처럼 계속 증폭하면서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고, 잊어버리겠다는 핑계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어요. 잠깐 기분이 나아졌다가 술이 깨면 더욱 가라앉기를 반복했어요.
오전에 파트타임 근무를 하고, 집에 와서 점심 먹으면서 반주를 시작해서 잠들기 전까지 계속해서 조금씩 마셔서 취한 상태를 유지했던 때도 있습니다.
일할 때에는 그나마 집중하기 때문에 잡생각이 덜했지만,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없을 때에는 지난 후회와 자책으로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거든요. 정말 바보짓이었지요.
‘내가 정말 이렇게 감당도 할 수 없도록 실패를 한 사람이라고?’라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었어요.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전쟁 등 세상이 이상해져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으니 해결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믿었고요.
그러니 문제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속이 상하니 일단 술로 달래며 살자는 태도였습니다. 당시에는 술을 끊는 것은 상상도 할 수가 없었어요. 마음은 끊고 싶은데, 할 수가 없었습니다.
취한 채로 오랜 시간을 보내니 성격도 삐딱해졌습니다.
가족들과 갈등이 많았음은 물론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곱지 않았어요. 크게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 성공하신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모두 자랑질로 보였거든요.
못났죠.
내가 못한다고 해낸 사람들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그러면서도 스스로 변화하려고 하기는커녕 술로 도피하고. 좋은 점을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들어서 행동으로 옮겨도 부족한 마당에, 다른 이들의 성공을 시기했으니 좋은 운이 올 리가 없지요.
나름 살아보겠다면서 운동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무엇보다 가장 먼저 했어야 하는 게 술을 끊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전쟁이나 비정상적인 금리 급등 등으로 시작한 부동산 하락이니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어요.
확고하게 믿고 있던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르면 금리가 잠시 움직인다고 해도 ‘집에 들어가 살아야 하는 수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1년 정도 출렁거리다가 2022년 후반에는 다시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주택 시장에만 적용할 수 있는 생각이었어요. 뉴스에서 보통 ‘부동산 경기’라고 하면 대다수가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와 전세에 대해 말한다는 것을 나중에야 실감했습니다.
지방 오피스텔은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고, 아무리 강남권이라고 해도 상가나 사무실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과는 움직임이 또 다르다는 것을 지나치게 가볍게 생각했어요.
금리 급등으로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빙하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판단 착오는 작은 손실이 두려워 큰 손실을 입게 하기도 했습니다.
활황일 때에는 참여에 인증이 필요하기도 했던 부동산 단체 톡방이 조용해지기 시작한 것으로도 눈치를 채야했습니다.
2022년 중반부터 간간이 올라오는 ‘이제는 금을 모아야 할 때다’, ‘비트코인이 바닥을 다졌다’라는 말을 귀담아 들어야 했습니다. 부동산 톡방인데도, 유망한 회사의 지분을 가져야 한다면서 엔비디아를 추천하는 말이 나왔을 때 흘려듣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때 팔았어야 했는데’ 또는 ‘그때 샀어야 했는데’의 무의미한 후회는 아니에요. 다만 술로 도망을 칠 게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현실을 인정하고 앞으로의 대응을 차분히 해야 함을 되새깁니다.
뼈아픈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