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엄마를 감출 거예요
엄마의 기대를 내 밖으로 모두 밀어낼 작정이거든요
태어날 때부터 엄마의 몸은 늘 바깥이었으니까요
엄마의 불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
깃털처럼 떠다니는 내력이 손끝에 만져지죠
엄마는 내게 과자부스러기를 주우라 했지만
나는 로봇청소기를 타고 놀아요
나는 반항과 방황 사이에서 갈등하죠
그리하여 나는 타조 알 껍질처럼 단단한 동그라미가 되어 웅크리죠
엄마의 엄마도 그 엄마의 엄마도 이런 가족력을 앓았다고 해요
엄마의 기분은 바람이 등 뒤에서 불 때 콧잔등에 내 천 자로 나타나요
어제의 내가 오늘의 엄마 탈을 쓰고 있어요
그러므로 나는 엄마의 잔소리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요
나는 그런 엄마를 받아 적어 또 다른 엄마를 무수히 만들어요
나와 닮은 엄마가 탯줄도 없이 자꾸 태어나는 거죠
꿈속에서 마트료시카를 보았어요 엄마였어요 양파 껍질 같은 이야기를 벗기면 그 속에 수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는 파랑이 보였어요 그것은 어느새 출렁이는 파도가 되었지요 그 속에서 나는 더 작은 이랑이 되어 출렁이고 있었어요
이젠 내게 양파 따위는 필요 없어요 이미 내 몸에 수많은 인형이 잠자고 있으니까요 파도의 껍질을 까도 더 이상 파도가 나오지 않는 단단한 고요,
파도의 속곳이 기억하는 엄마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