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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숙 Nov 22. 2023

어둠보다 힘이 센 몰입은 없다

이곳에서는 커튼이 물이고 관객이 물고기라는 거 알아?

물고기는 물을 떠나려 하지 않지

물고기는 물의 등살에 밀려났다가도

다시 또 물살을 따라 거슬러 오거든 

    

몰입보다 힘이 센 끈은 없어  

   

물이 물고기를 밀어내고 있는데 박수갈채라니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크로스오버인데

주연과 조연의 어디쯤이라는 너의 말에 나는 몹시 당황하게 되지    

 

C구역 4열 1번 좌석에 앉으면 배우를 향한 내 고개가 자꾸 삐딱해져

귀와 눈이 B구역을 지나 A구역에서 다시 C구역으로 되돌아오는 건

내 몸이 연기가 되어 타오르기 때문이야    

 

몰입은 배우의 심장까지도 파먹을 수 있어

그러다 보면 배우의 겨드랑이에서도 유쾌한 슬픔이 돋아나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지  

   

어둑한 망막은 바람 속에 투명한 그물을 펼쳐놓은 거미처럼 살아 움직여

어딘가에 검은 눈빛으로 도사리고 있다가 불시에 배우의 표정을 잡아채기도 하지   

  

배우의 눈물이 매혹적일 땐 나는 그 결말을 위해 매일 기도해

세상이 불행의 한 극단으로 밀려나기를  

   

그럴 때마다 진실은 언제나 두 개야 

사람들이 말하는 성과 속, 그 너머의 혼돈과 아이러니

어쩌면 나의 이야기인 듯 남의 이야기

막이 끝난 후 배우의 퇴장은 상당히 희극적이었다고 내 몰입의 끝에 짙게 드리워진 검은 커튼은 내게 말하지     

내 안에 검은 커튼이 어둠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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