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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숙 Nov 22. 2023

나비와 고양이

드론처럼 허공을 떠돌면서 지상을 배회하는 습성을 

나쁜 습성이라고 말해도 될까

불안과 기쁨이 교차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지 않았느냐고 

나는 나에게 당당하게 말하지  

   

하지만 불안은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지

‘그’라고 불렀지만 결국 ‘나’일 수밖에 없는 신파극처럼 말이야

집요하게 나의 몸뚱어리를 핥아대는 눈이 너무 많아  

   

나는 나비일까? 고양이일까?   

  

어젯밤 꿈에서 너를 만졌어

그는 꿈속의 정원에서 꽃가루를 수집하는 콜렉터였어

온몸에 화분을 뒤집어쓰고 이 꽃 저 꽃 날아다니며 색깔을 옮기고 있었지

그때 그곳을 지나던 고양이 한 마리가 분주한 허공의 춤을 노려보았어  

   

춤은 불안을 날개 뒤에 감춰둔 채로 꽃가루만 날리고 있었어

꽃가루가 묻은 막대사탕을 입속에서 궁굴렸지 

ㅋㅓㄱ, ㅋㅌㅔㅇㄷㅅㅕ… 꽃가루 알레르기로 터져 나온 기침이 

긴 잠을 흔들어 깨웠어  

   

막대사탕에게는 꽃가루가 이물질이라는 걸 기침이 알려줬어

꽃과 꽃 사이를 오가는 나비와 고양이라는 글자 속에  

    

내 몸이 뱉어낸 활자들은 비로소 공중을 어루만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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