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외 추가작-1
가젤들의 주검이 점점이 나뒹구는 평원
반구의 심장이 불에 전소되는 동안
축제를 대서특필 하는 신문장이들
퓰리처상이 권위를 잃은 때가
독수리의 눈이 아이를 쪼고 있었던 때임을 안다
속수무책으로 대기권이 허물어지고 있을 때
노스트라다무스는 잠들어 있었을까
불은 곳곳에서 타오르고 이내 무마되는 야만
세계는 불구덩이 속에 있고 발화점이 분명한데
사람들은 불을 밟고도 무감각을 시크하다고 믿는다
애도도 없이 종말이 별건別件으로 넘어가버린다
세상의 어떤 죽음들이 책상 위에서 탈색되는 동안
플라스틱 S라인 코카콜라병은 수없이 뿌려지고
뉴클리어 구축함이 제 맘대로 담을 넘나드는
이지러진 질서
거만하게 펄럭이는 깃발을 적실 비는 내리지 않고
대륙의 한 편에서 비롯된 재를 이마에 찍고 참회록을 써도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시대
불에 타 녹아내린 땅에서 다시 발아하기까지
꽃이란 꽃들은 모두 이름을 지우고 칩거한다
백 년의 시간동안 조의弔意를 표해도 부족한 세계
숨 막히는 대기를 뒤집어쓰고 엎드려
살아있던 모든 것들의 죽음을 애도한다
모두 다 불타버리면 이 불도 소개될 수 있을까
그나마 명줄 긴 가젤들이 그을린 몸으로 건너가는 강
불의 범람은 진압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