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글

어느 아빠의 새로운 도전

by 정인



어느 아빠의 새로운 도전





누군가는 지금, 새로운 도전을 꿈꿉니다.

무르익은 나이만큼 인생의 계단도 천천히, 묵묵히 올라왔습니다.

돌이켜보면, 나를 위해 살아온 날은 거의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가족을 지키느라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고, 그게 내 몫이라 여겼습니다.


어느덧 아이들은 제 갈 길을 걷기 시작했고,

‘아빠’라는 이름도 조금씩 자리를 비워주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나는 처음으로 내 삶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한숨을 돌리려 하니, 문득 나이도 제법 익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내가 설 자리가 서서히 사라지니

비로소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누구였고, 앞으로는 누구로 살아가야 할까.


그래,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는 나를 위해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가족을 위해 헌신한 시간만큼,

이제는 내 이름 석 자로 살아가도 좋지 않을까.


그 마음 하나로 문화센터에 등록했습니다.

이발과 커트를 배우는 강좌였고, 수강생은 대부분 여성분들이었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못 해낸 게 없는데, 이 정도쯤은 별거 아니지.”


가위와 이발기를 들고 마네킹 앞에 섰습니다.

시력도 좋지 않았지만, 선생님의 설명을 귀 기울여 들으며

하나하나 손에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조심스럽고 서툴렀지만,

조금씩 머리 모양이 정리되어 가는 걸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이게 내가 한 거야?’


낯설던 도전은 어느새 내 안의 열정을 끓어올렸습니다.

나이는 숫자일 뿐,

무엇이든 하고자 하면 시작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조금 늦게 시작했을 뿐,

나도 여전히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아직은 손에 익지 않은 기술이지만,

언젠가 누군가가 내 손에 머리를 맡기고,

환하게 웃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살았지만,

이제는 ' 나"로 거듭나 봉사하면서 살겠습니다.

내 앞에 앉아 머리를 맡기며. 좋아할

그 모습을 떠올리며

오늘도 조용히, 미소를 지어봅니다.

어쩌면, 그게 ‘그분으로’ 살아가는 첫걸음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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