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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형훈 Aug 11. 2023

Departure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하이퍼루프를 타고 중앙도시까지 간 다음, 버스로 갈아타서 ‘광합성 열차 6번 승강장’에 도착했다. 지금은 오전 8시 42분이다. 내가 열차에 타는 시간은 9시 정각으로, 10분 정차 후 출발한다고 한다. 혹여나 이 열차를 놓쳐 버리면 지구 몇 바퀴를 돌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에 대한 걱정 덕분에 아침에 빨리 눈을 뜰 수 있었다.

   광합성 열차의 역사(驛舍, station building)는 하이퍼루프 역사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철과 투명한 유리를 적절하게 이용한(글라스 커튼 월; Glass curtain wall) 모습이 아니라, 구시대적인 철근 콘크리트 외벽에 천장에만 유리를 얹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천장은 높지만, 그 위의 층은 없었다. 다만, 승강장 자체가 상당히 길게 뻗어 있을 뿐이다. 내·외벽은 전부 하얀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천장이 뚫려 있는 병원 같은 모습이랄까.

   역사 안으로 들어가서 역무원에게 환자 번호가 적혀 있는 진단서와 티켓을 보여 줬다. 신분증을 제시할 때와는 묘하게 다른(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들지 않는) 느낌이 가슴의 명치 언저리를 스쳐 갔다. 이후, 다시 앞으로 조금 걸으니 밑을 향하는 하얀 계단이 나왔고, 계단을 다 내려가니 바깥공기가 닿는 승강장이 나왔다. 승강장은 크게 A부터 Z까지 알파벳을 사용하여 나뉘어 있고, 다시 그 알파벳에 숫자를 붙여 세부적으로 나누어 실제로 출입을 할 게이트가 안내되어 있었다. 나는 H-6 게이트를 통해 열차로 들어가서 H6-3호 객실에서 열흘간 시간을 보낸다.

   역사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은 ‘옛날 느낌이 나는 병원’ 정도로 표현하면 괜찮아 보인다. 하긴, 이 광합성 열차가 운행된 지 70여 년이 지났으니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고성(古城, old castle)에 숨겨져 있는 화려한 비밀의 정원처럼, 이 역사에도 그런 것이 존재하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말도 안 되는 규모의 레일이었다. 레일 자체는 평범한데, 레일의 너비가 무지막지했다. 대형 축구장의 하프라인 정도 되는 길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곳 맞은편에도 승강장이 있다. 저곳에서 사람들이 꽤 모여 있는 것 같다. 너무 작게 보여서 확실하지는 않다. 열차의 양측으로 승‧하차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 내가 있는 승강장과 저곳의 승강장 사이에 관광버스를 열 맞춰 세운다면 30대는 족히 들어갈 것 같다.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문득, 어제 광합성 열차에 대해 알아보던 도중 인터넷의 연관검색 키워드로 ‘환경오염’, ‘환경단체 반발’, ‘보금자리를 잃은 동물들’ 등의 게시물 제목을 지나쳐 온 게 생각났다. 저 너비의 레일이 지구 한 바퀴를 감고 있다. 얼마나 많은 나무가 베어져 나갔을까? 이 또한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일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이 얼마나 문제가 되길래 결국 이 레일이 설치된 것일까? 이 또한 나 개인의 작은 두뇌로는 가히 상상되지 않을 것이다.

   보면 볼수록 대단한 너비다. 1층짜리의 기다란 대형마트가 엄청나게 빠른 속력으로 지구를 빙글빙글 돈다는 것인데,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지는 무엇을 통해 생산되는 것일지 궁금해졌다.

   시계를 보니 8시 55분이다. 곧 열차가 올 것이다. 이곳에도 하이퍼루프 승객만큼은 아니지만,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신기하게도 소란스럽지는 않았다. 한숨을 쉬면서 땅을 보거나 한숨을 쉬면서 하늘을 보는 사람들이 반반씩 섞여 있다. 그들에게 땅이건 하늘이건 큰 차이는 없다. 시선을 둘 곳이 필요할 뿐이다. 사람은 제각각이라도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은 비슷할 것이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이걸 타고 나오면 달라져 있을까?’ 뭐, 이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열차가 승강장 내로 들어온다는 방송 소리가 들린다. 땅과 하늘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방송 소리를 듣고 열차가 들어오는 방향을 일제히 응시하고 있다. 열차의 속력은 워낙 빠르긴 때문에 이미 멀찍이서 속력을 줄여 들어온다.

   열차의 크기에 비해 느껴지는 진동은 크지 않다. 열차의 소리 또한 무슨 -칙칙폭폭 같은 화석연료의 소리가 아니라, 언젠가 표현했던 ‘헬륨가스를 마신 얼룩말이 한숨을 쉬는 소리’와 비슷한 -위잉 혹은 -휘잉 같은 소리를 내었다. 열차의 앞머리는 이미 우리를 훨씬 지나쳤고, 열차의 중간쯤 되는 부분이 보였을 때 완전히 정차하였다.

   광합성 열차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체적으로 글라스 커튼 월의 형태로, 빛이 잘 들어오게 디자인되었다. 어젯밤 광합성 열차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유리 디자인의 기차는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할 법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속력이 너무 빨라서 작은 돌멩이 하나만 날아와도 창문 두어 개는 박살 날 것 같은데, 뭔가 특수한 소재를 사용하여 튼튼하고, 흠집이 생긴 부분의 교체도 쉽다고 한다. 열차의 높이는 4~5미터 정도 되는 것 같다. 우리 집 원룸의 그것보다는 확실히 높다. 열차의 옆면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속이 뿌연 유리를 사용하여 유리 너머에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는 정도만 파악된다.

   열차는 아침 햇살을 받고 있어 반짝거리고, 확실히 내부에 빛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H-6 게이트에 머뭇머뭇하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주위의 사람들도 이 열차만은 신기했는지 호기심을 보이며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서 줄을 서기 시작한다.

   열차의 문은 고전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흰 연기를 뿜으며 -취익 하고 열릴 줄 알았지만, 전기 특유의 -휘잉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문이 열리자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정말 다양했다. 흑인, 황인, 백인 같은 피부색을 물론이고, 콧수염, 장발의 남자, 펑크 스모키 화장을 한 여자, 대머리 등 다양했다. 머리색도 다르고, 눈동자에 머금고 있는 색도 달랐다. 빛이 가득한 열차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깊은 눈을 하고 있었다. ‘소(牛)’의 그 눈, 인간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은 그 눈을 하고 있었다. 내 예상과는 다른 모습들이다. 나는 솔직히 문이 열리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입꼬리를 광대뼈까지 끌어올리거나 눈꼬리를 광대뼈까지 끌어내려 눈웃음이건 입 웃음이건 이가 보이는 미소이건 아무튼 그런 것들을 착용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리라 생각했다. 어찌 됐든, 이 열차는 우울증 치료를 위한 열차이고, 우울감을 개선하는 데 있어서 꽤 좋은 효과를 보여 주고 있다고 하길래 그 정도의 얼굴들은 보여 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콧수염이던 장발의 남자, 펑크 스모키 여자도 모두 소의 눈이 되어 있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지 않은 것인가. 내가 인터넷에서 본 후기들은 단지 광고와 같은 것들이었을까.

   아무튼 소의 눈을 가진 사람들이 우르르 무더기로 나와서 내가 내려왔던 하얀 계단을 통해 올라가기 시작한다. 아마, 다른 칸에서는 물자의 보충과 직원들의 교대가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소의 눈의 사람들이 내렸을 때 본 우리들은 죽은 고등어의 눈을 하고 있었겠지.

   내릴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것이 보이자 나는 열차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까 보았던 열차의 뿌연 유리와는 다르게 아주 깨끗하고, 투명한 통유리가 저 위에 얹어 있다. 손을 가져다 댄다면 분명 -뽀득하고 기분 좋은 소리를 낼 것임이 틀림없었다. 입구는 별다른 시설 없이 넓었다. 의약품 실험을 하는 무균실 같은 인상의 인테리어다. 길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서 있는 우리 성인들을 향해 승무원 한 분이 다가왔다. 흑발의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고, 머리끝의 단면이 아주 깨끗하게 잘려 있어서 가까운 미래에 유행할 헤어스타일 같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하며, 오른쪽 눈 밑에 좁쌀 크기의 점이 있었다. 상·하의 모두 통이 넓은 면 재질의 의상인데, 전부 반소매이다. 상의 심장이 위치할 법한 자리에는 펜을 끼워 놓을 수 있는 주머니가 달려 있었고, 그 주머니의 입구 부분에 'STAFF - Mary’라고 써진 자수가 고딕체로 박혀 있었다. 최대한 햇볕이 신체의 대부분에 흡수될 수 있도록 한 것이리라. 마지막으로 그녀는 하얀색 슬립온을 신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광합성 열차 안내원 ‘마리(Mary)’라고 합니다. 앞에 있는 복도를 중간 정도 따라가시면 좌우로 각각 두 방향으로 다시 복도가 이어질 것입니다. 길이 갈리는 복도의 벽에는 해당 복도에 있는 객실의 넘버가 표시되어 있으니 환자분들이 가지고 계시는 티켓을 확인하여 객실로 찾아가시면 됩니다. 원래는 금속물품을 수거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지만, 입구에 설치된 센서에 반응이 없었으므로 바로 객실로 가시면 되겠습니다.”

   길을 잃은 성인 무리는 입구에 그런 센서가 있었다는 것이 놀라운 눈치였다.

   어떤 남자가 물었다.

   “방으로 가서 무얼 하면 되나요?”

   안내원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그에 대답했다.

   “우선, 방으로 가셔서 가지고 온 물건들을 정리하시고 계시면 담당 의료진이 찾아와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말씀드릴 겁니다. 정리가 빨리 끝나신다면 방을 조금 둘러보시고, 객실에 룸메이트가 계신다면 가볍게 인사라도 나누고 계시면 어떨까요?”

   안내원은 그렇게 설명한 후, 오른손을 내밀어 우리가 걸어가야 할 복도를 떠받쳤다. 이곳으로 걸어가라는 뜻이다.

   방금 안내원의 설명대로라면 확실히 누군가와 같이 방을 쓰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기본적으로 2인 1실을 사용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누군가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자야 한다는 사실을 잠시 외면하고 있었다. 부디, 내 방에는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 누가 온다면 내가 이 열차에서 내리기 바로 직전에 왔으면 좋겠다. 불편한 것은 질색이다. 차라리 그을린 식빵을 씹으며 벽을 바라보는 게 낫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갈라진 복도에 다다랐다. 조명도 없는데 복도는 빛으로 가득했다. 아침의 빛이라 더욱 고풍스러웠다. 중간부터 길은 좌우로 총 네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벽에는 화살표 모양과 함께 ‘H6-1 ~ H6-5’라는 안내용 금속 판자가 붙어 있었다. 이 복도에는 총 다섯 칸의 객실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라인의 정 가운데 H6-3호실을 사용한다. 양옆으로 소음이 들려오기 좋은 자리다. 그래도 의료시설이기 때문에 조용할 것이다. 텔레비전에서도 수다쟁이 우울증 환자는 본 적이 없다.

   내가 묵을 방을 찾았다. 문 옆에는 낮은 선반이 있고, 그 위에는 하얗게 잘 세탁된 수건들이 쌓아져 있다. 방문 앞에 서서 크게 심호흡을 한다. 낯선 사람을 대하는 것은 내가 잘하지 못하는 수백 가지 행동 중 하나다. 사회생활은 오래 했지만, 대부분 재택근무였다. 사실, 동료들의 얼굴도 잘 모른다. 메신저를 통해 이름만 알 뿐이다. 입사 후 실무교육 때 만난 동기의 얼굴이 잠깐 떠오르지만, 역시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심지어 지금 회사의 동료였는지, 저번 회사의 동료였는지도 헷갈린다. 지금은 이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이곳에 온 것이다. 나는 쉬러 왔다. 룸메이트가 어떤 사람이건 그 사람도, 나도 쉬러 온 것이다.

   -똑똑

   -철컥

   노크를 했지만, 안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아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무도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았다. 사람은 없었지만, 비어 있지 않은 침대가 하나 있었다. 이불이 아무렇게나 구겨져 있고, 그 주변에는 여러 생활용품이 놓여 있었다. 아침이라도 먹으러 간 것일까.

   아무 생각 없이 방에 불을 켜기 위해 벽 언저리를 더듬었다. 하지만 스위치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실망은 한숨을 푹 쉬며 방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사방의 벽은 열차 입구에서 본 것과 같은 속이 뿌연 유리로 그 너머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빛은 잘 스며들어 온다. 천장은 복도에서 본 깨끗하고 투명하고 -뽀득 소리가 날 것 같은 그런 유리가 높이 있었다. 방의 크기는 34평형 주택의 거실만큼 했다. 열차의 객실치고는 호화스러울 정도로 넓은 것이다. 방의 양 끝에는 침대와 조그마한 행거와 높이가 낮고 서랍이 달린 테이블이 있었다. 자기 전에 물이 든 컵을 올려놓기 알맞은 가구였다. 그리고 침대와 침대의 정 가운데에 작은 원형 테이블과 등받이가 없는 작은 의자 두 개가 있었다. 양옆의 공간이 인도의 타지마할만큼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다. 테이블 뒤로는 작은 화장실이 있다. 세면대 하나와 칸막이가 설치된 샤워부스가 하나 있었다.

   방을 다 둘러보고 이상하게 피로감을 느껴 앞으로 내가 쓸 침대에 털썩 앉았다. 털썩 앉는 순간 방송이 들려왔다.

   “본 열차는 조금 전 보급 화물 이송을 마쳐서 발차(發車, Departure)합니다. 태양을 향해 계속 달릴 예정이며, 앞으로 수 시간 동안에는 정차가 없을 예정입니다. 발차!”

   기관사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마자 몸이 수십 분의 일 초 정도 뒤로 밀려났다. 곧이어 -위잉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점진적으로 가속을 하는 게 느껴졌다. 진동은 아주 미세했다. 젖먹이 아기도 깨어나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진동이었다.

   출발한다. 드디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예의 물컵 놓기 좋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하늘을 바라보며 침대에 누웠다. 지금 열차가 움직이는지 의문이 들 때마다 구름이 -슥슥 지나갔다.

   눕고 나서 10분 정도 지나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철컥

갑작스럽게 룸메이트를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에 부딪히자 허둥지둥 몸을 일으켰지만, 얼굴을 빼꼼 보인 것은 열차의 직원이었다.

   “노크를 계속했는데 아무 대답이 없어서 들어왔어요. 어디 몸이 편찮으신가요?”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보는 데 집중하느라 노크 소리를 못 들었으리라. 나는 오른손을 뒤통수에 가져가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잠깐 딴생각을 하느라 노크 소리를 듣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

   중년으로 보이는 여성은 빵긋 웃으며 말을 하며 몸을 완전히 내 방에 들여왔다. 얼굴에는 확실히 나보다 훨씬 연상으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키가 크고 자세가 바르게 된 사람이라 늘씬하고 멋져 보였다. 꼬리가 굵고 기다란 포니테일(Pony tale)의 헤어스타일에, 눈썹은 까맣고 짙었다. 의상은 안내원 마리 씨와 거의 비슷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얗고, 피부 적당히 드러낸 기장을 가진 것들이다. 그녀의 왼쪽 가슴팍에는 'Nurse - Yao Rin(姚淋)'이라는 글자 자수가 박혀 있었다. 간호사는 양손에 무언가를 가지고 왔는데, 오른손에 있는 것은 플라스틱 홀더로 서류를 고정해 놓은 차트처럼 보였고, 왼손에는 볼록 배가 나온 흰색 캔버스 가방을 들고 있었다.

   “괜찮아요. 여기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걸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죠. 저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환자분처럼 하늘만 바라봤어요. 20년이 지나니깐 질리긴 하지만요. 저는 환자분을 담당하게 된 ‘야오린(姚淋)’ 간호사입니다. 몇 가지 확인을 하고, 열차에서의 전반적인 생활을 설명해 드릴게요.”

   그녀는 양손을 물건들을 한가운데에 있는 원형 테이블 올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그녀가 앉을 때 그녀의 기다란 포니테일 끝이 -찰랑하고 흔들렸다. 그리고 상의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어 내 이름과 나이, 환자 번호, 혈액형 등을 확인했다. 내가 질문에 대답하면, 오른손을 바삐 움직이며 무언가를 적었다. 무언가를 그렸을 수도 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기구를 꺼내더니 내 팔오금에 가져다 댔다. 혈액을 채취하여 기본적인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기도 한다고 한다.

   야오린 씨가 그 조그마한 기구의 버튼을 누르자 -띠롱 소리가 나더니 -치익 하고 무언가를 내 팔오금에 분사했다. 알코올 냄새가 났다. 그리고 바늘이 하나 쑥 나와 알아서 내 혈관을 찾고, 바늘을 꽂았다. 기구의 투명한 공간이 검붉은 액체로 점점 차오른다. 신기하게도 통증은 거의 없었다. 기계가 참 섬세하다고 생각했다. 일련의 과정을 마치고 내 혈액이 든 기구를 같이 가지고 온 흰색 키트에 넣었다. 10초 정도 지나자 키트의 작은 구멍에서 부분부분 홈이 파인 두꺼운 종이가 인쇄되어 나온다. 야오린 씨는 그 두꺼운 종이를 능숙하게 조립하고 내 오른쪽 팔목에 감아 주었다.

   “이거는 환자 번호와 혈액형 등이 적혀 있는 종이 팔찌에요. 의사실이나 간호사실을 찾아오면 직원이 팔찌를 보여 달라고 할 텐데, 그때 보여 주시면 돼요. 그리고 여기를 누르면 쉽게 풀리니깐 불편하면 잠시 빼놓아도 좋아요. 분실하지 않게 조심해 주세요.”

   보드랍고 가느다란 손이 내 팔목을 떠난다. 그리고 야오린 씨는 설명을 계속한다.

   “열차에서의 생활은 보통 자신이 가지고 온 아날로그시계를 기준으로 행동해요. 지금 H칸에 타 있는 사람이나 양옆의 G칸, I칸의 사람들의 생활시간은 비슷하죠. 그래서 H칸에 있는 사는 사람들은 비슷한 시간에 기상하고, 비슷한 시간에 잠자리에 듭니다. 비슷할 뿐이지, 같지는 않아요. 일어나거나 자는 시간은 자유지만, 되도록 시간을 정하여 지키도록 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이곳에서의 생활 패턴이 빠르게 만들어지거든요. 대충 느낌이 오시나요?”

   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 긍정의 표시를 했다. 어제 광합성 열차에 대해 알아보지 않았더라면 대충의 느낌도 오지 않았을 것 같다. 사실상 다른 행성에 왔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내 일상과는 너무나 다른 곳이다.

   야오린 씨는 내 의사를 확인하고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열차 생활에 익숙해지시면, 열차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받으시거나 열차 내에서 휴식을 취하시면서 시간을 충분히 사용하세요. 프로그램은 매일 달라요. 손뼉 치면서 웃기, 글자 반듯하게 쓰기, 철학 수업 등 다양하니깐 듣고 싶은 것을 골라 들으시면 되고, 듣기 싫으시면 듣지 않아도 괜찮답니다. 환자가 어린이거나 노인이면 적극적으로 들으라고 권하지만, 젊은 성인들에게는 오히려 역효과인 것 같아서 자율에 맡기고 있어요. 잠을 잘 때도 햇볕을 계속 받으셔야 해요. 옷가지로 천장을 가리거나 하시면 안 됩니다. 암막 수면 안대를 드리니깐 잠들기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대부분 이틀? 정도면 적응하시더라고요. 저는 20년을 넘게 탔더니 안대 없이도 잘 잔답니다. 호호.”

   간호사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 말에는 어떠한 과장이나 거짓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애써 웃음을 보였다. 야오린 씨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아, 그리고 식사는 ‘광합성 식당’에서 드실 수 있어요. 방에서 나와서 오른쪽으로 쭉 가시면 회전문이 하나 있는데 그 문 너머에 식당이 있어요. 식당은 24시간 운영해요. 이곳에서의 시간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침, 점심, 저녁을 나누지 않고 아무 때나 가서 식사하시면 되고, 횟수에 제한도 없어서 모자라면 몇 번이고 음식을 다시 받아 오셔도 괜찮아요. 그렇다고 과식은 금물이에요. 치료하러 와서 신체를 망치면 아깝잖아요. 그리고 식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은 열차 내에 푸드코트에서 다양한 음식을 사 드실 수 있습니다. 푸드코트는 광합성 식당 옆에 나란히 줄지어 있어요. 음··· 더 궁금하신 점이 있나요?”

   나는 양손을 올려 보이며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야오린 씨는 아까 원형 테이블에 올려둔 배가 볼록한 캔버스 가방을 나에게 주었다. 가방 속에는 하얀색 옷가지들과 실내화, 속옷 등이 들어 있었다. 속옷은 회색이었다. 하긴, 흰색 속옷은 여러 종류의 얼룩을 지우기 까다롭다. 누런 얼룩이 있는 속옷 따위를,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좋지 않은 환자들에게 주어 봤자 기분 좋은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옷가지들의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티셔츠 한 장을 꺼내서 상체에 대강 갖다 대어 보니 딱 맞는 듯했다. 어제 중앙병원에서 받은 ‘5초짜리’ 신체측정이 떠올랐다. 내 신체정보가 이런 데 쓰이는 것이었다. 다음으로는 칫솔과 치약, 작은 전기면도기, 접혀 있는 하얀색 캔버스 가방이 들어있었다. 캔버스 가방을 펼쳐 보이자, 야오린 씨는 “그 가방에 지금 입고 있는 옷과 신발을 넣어 두었다가 돌아가는 날에 다시 꺼내 입고 하차하시면 돼요.”라고 말했다.

   야오린 씨는 차트를 챙기고, 자신이 앉았던 의자를 반듯하게 정리하며 슬슬 다른 방으로 가려고 한다.

   “제가 돌아가고 나서서라도 궁금한 게 있으면 열차 입구에 있는 마리 씨를 찾아가셔서 물어보시면 되고, 혹시, 몸이 편찮으시면 간호사실로 찾아오세요.”

   야오린 씨가 의자에서 일어나 다음 방으로 나가려고 하는 찰나, 적당한 단어를 고르는 듯 눈을 위로하여 잠깐 생각을 하고, 그 생기 가득한 눈을 나에게 돌리며 말했다.

   “이곳은 일반적인 인간의 일상과는 다른 곳이에요. 우울증 치료를 위해 왔다는 사실은 변함없고, 그건 꽤 껄끄러운 것이죠. 그래서 그냥 평소와 다른 것을 하러 오셨다고 생각하시면 마음 편해요. 우울증은 계기가 되었을 뿐.”

   그녀는 말을 마치고 다음 환자를 향했다.

   -철컥

   문이 닫히자 적막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 적막 옆에는 오렌지 향기 비스름한 무언가도 있었다. 그녀는 꽤 많은 말들을 굉장히 조리 있게 뱉어 냈다. 20년의 내공이 쌓인 것이다. 다음 방으로 가서도, 그리고 그다음 방으로 가서도 내게 해 준 말을 반복할 것이다. 허리를 곧게 펴고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 그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근래에 만났던 사람 중 가장 멋진 사람이 아닌가 싶다. 아주 잠깐이나마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방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기도 그러니깐 열차의 내부를 살펴보러 밖으로 나왔다. 시간은 겨우 오전 10시를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야오린 씨의 말대로 열흘간 자유롭게 지내려면 몇 가지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식당의 위치와 객실 외에 화장실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굳이 다른 화장실? 의문이 들겠지만, 소심한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하나의 변기를 나 이외의 사람과 공유한다는 것은 꽤 부끄럽고, 불편한 일이다. 내가 만든 냄새를 타인이 맡는다든가, 타인의 냄새를 내가 맡는다. 모르는 사람에게 내 마음을 들킨 것보다 부끄럽다. 내 냄새를 들켰으니깐. 그 외에도 나와 룸메이트가 동시에 배가 아플 수가 있으니 다른 화장실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H6-5호실을 지나면 커다란 회전문이 있다. 반시계방향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같다. 회전문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서 유리 너머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 그 너머에는 사람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천천히 걷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왼손으로 유리를 밀며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이 있는 열차 칸은 웬만한 축구 경기장의 크기와 비슷했다. 지방의 특산물 축제라도 온 것 같은 풍경이다. 키, 피부색, 눈동자의 색, 덩치 등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모두 하얀색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식사하거나 차를 마시는 사람은 꽤 많았지만, 공간이 상당히 넓어서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다. 이런 식당과 같은 열차 칸이 내가 탑승한 H칸을 제외하고도 수십 곳은 존재할 것이다. 식당 자체는 학교의 급식소와 비슷한 모습인데, 좌석의 간격이 넓은 것과 하나의 기다란 의자를 여러 명이 같이 사용하는 것이 달랐다. 그리고 광합성 식당 옆으로 푸드코트가 있었고, 각각의 식당 이름을 가진 늘어서 있다. 식사용 테이블과 의자는 광합성 식당과 공유하는 것 같다. 식당 내에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그룹이 듬성듬성 보인다. 원래 알던 사람이거나 열차에서 만든 인연이리라. 나머지는 먼 하늘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내가 평소에 벽을 보며 식빵을 씹는 것과 별반 다른 게 없었다.

   오늘은 식빵을 씹지 않고 왔다. 혹여나 기차를 놓칠까 봐 생략했다. 그 빵 쪼가리 하나 먹는 데 얼마나 걸린다고 굳이 식사를 거르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도 그걸 게 나는 벽을 보면서 그저 식빵을 씹기 때문에 식사에 걸리는 시간에 대해 생각을 한 적이 없어서 빵을 두 장 정도를 먹고 나면 한 시간 정도 흘러가 있다. 그리고 꽤 오랜 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어떤 메뉴를 먹든, 먹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문제 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나름대로 문제가 있다고 느껴서 어제 정신과를 더더욱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무언가 나를 가로막고 있어서 시간을 볼 수 없는 것임이 틀림없다.

   마침 할 일도 없으니 식사를 해 보기로 했다.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오른쪽 창문 구석에 키오스크(KIOSK)가 여러 대 구비되어 있다.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하려고 하니 환자 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가장 먼저 나온다. 번호를 입력하고 나면 메뉴를 선택하는 창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병원식(病院食, diet in the hospital)인데 열차 나름대로 환자들의 기호를 존중해 주는 것이다. 다만, 존중의 폭은 그렇게 넓지 않아서 ‘동양식’과 ‘서양식’ 중 하나를 골라서 먹어야 한다. 나는 ‘서양식’을 터치했다. 현재의 메뉴는 구운 닭가슴살 요리와 옥수수수프, 그리고 토마토 샐러드가 메인이다. 메뉴 선택이 끝나면 대기 번호가 나온다. 배식구 위에 대형 모니터가 몇 대 있는데 그곳에 자신의 대기 번호가 뜨면 음식을 받으러 가면 된다. 상당히 편리하다. 누구 하나 대면하지 않고 식사를 주문할 수 있다. 참고로 나는 67번이다.

   나는 적당한 자리를 잡아 앉았다. 가장 바깥쪽 테이블에 주변에 아무도 없는, 말 그대로 식사하기 ‘적당한’ 자리였다. 20분 정도 기다리니 모니터에 67번이 올라왔고, 식사를 받으러 배식구로 갔다. 피부가 붉고, 눈 밑의 광대뼈에 참깨 같은 주근깨가 박혀있는 백인의 사내(40대 초반으로 보인다)가 요리가 담긴 네 개의 작은 접시를 하나의 트레이에 옮겼고,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트레이를 내 쪽으로 슥 밀어서 건네주었다.

   트레이에는 허브와 후추로 간을 한 구운 닭가슴살, 옥수수수프, 치즈를 곁들인 토마토 샐러드, 다크 초콜릿 네 조각과 포크와 나이프, 냅킨 두 장이 들어 있다. 녹색 채소와 과일을 먹어 보는 게 얼마 만일까. 요즘 채소와 과일 가격이 상당히 비싸므로 쉽사리 주문하기 어려웠었다. 포크를 들어서 양상추, 치즈, 토마토 순으로 골라내어 -푹 찍어서 고정해 입에 넣었다. 식빵과는 다르게 촉촉하다. 식초로 간을 맞추었는지 상큼함도 느껴진다. 다른 음식도 맛있다. 고소하고, 짭조름하고, 달콤하다. 식빵의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변하며 느껴지는 맛에 비하면 훌륭하고도 흘러넘친다. 풍경화를 연필로만 그리던 어느 날, 누군가가 내게 24색 물감 세트를 선물로 주었고, 그날 밤에 처음으로 물감 세트를 스케치북에 사용한 것만 같은 느낌이다. 내 미각을 오랜만에 만난 싱싱함에 어쩔 줄 몰라 한다. 시각적인 부분도 어제와는 다르다. 원룸의 식탁 옆에 붙어 있는 때 묻는 흰색 민무늬 벽지에서 구름 하나 없는 파란 하늘로 바뀌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열차의 옆면(창가)은 전부 속이 뿌연 유리로 되어 있어서 밖의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없다. 선명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은 하늘뿐이다. 밖의 시선으로부터 생활을 존중받기 위한 이유도 있겠지만, 광합성 열차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창밖의 풍경은 휙휙 지나가 버려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그걸 또 확인해 보겠다고 눈을 좇으면 금세 멀미를 일으킬 것이다.

   닭고기의 일부를 씹으며 하늘을 보고 있는 도중에 아까 만난 야오린 씨의 말이 떠올랐다.

   ‘그냥 평소와 다른 것을 하러 오셨다고 생각하시면 마음 편해요.’라고 말했다. 내 평소는 어떻고 그것과 다른 것은 무엇일까. 한 부분만 응시하며 음식을 먹는 것이 ‘나의 평소’라면 그것과 다르게 행동하는 게 좋은 것일까. 그게 좋은 것이라면, 어디에 좋은 것일까. 의문이 의문을 낳는다. 하지만 그녀는 전문 지식을 가진 의료진이니깐 그녀의 말을 따르는 게 옳다.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도, 내 교육을 담당한 상사의 말을 그대로 따르다 보니 얼추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인물이 되었다. 그 상사가 꽤 권위적인 사람이라 상대하기 어려웠지만, 그 사람도 어딘가 맹한 구석이 있는 나를 상대하는 데 고초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의 태도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교육이 끝날 즈음에는 어느샌가 그를 동정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상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상사를 동정하면서 상쇄시켰다. 그때 처음으로 스트레스와 동정심은 서로 길항적인(拮抗, antagonism) 관계이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쨌든, 야오린 씨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녀의 생각을 따라 보자면 어디에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생선처럼 시선을 한 곳에만 두고 식사를 하는 평소의 모습을 다르게 해야 할 것이다. 설령, 때 묻은 흰색 벽지보다 영양가 있어 보이는 푸른 하늘이라도 말이다. 그렇다고 막상 ‘다르게’ 해 보자니 기발한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았다. 대충 먼저 생각나는 건 평소 하던 그것을 반대로 하는 것이다. 행동을 반대로 하여 좋지 않은 것을 상쇄시킨다. 길항 작용을 꾀한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표현을 사용해 보자면 ‘균형’을 이루게 한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하늘로 향한 시선을 내려서 주변을 보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시선에 걸려드는 것을 보았다. 내가 보는 것이,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말이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식당 여기저기 보이는 식물들이다. 율마와 보스턴 고사리가 많이 보이고, 이름 모를 식물들이 등을 곧게 펴 햇볕을 기분 좋게 쬐고 있다. 식물들에서 시든 부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관리가 아주 잘 되고 있음이 분명하게 정돈되어 있다.

   푸드코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나는 광합성 식당의 가장 바깥쪽 테이블에 앉아 있어서 푸드코트가 훤히 잘 보였다. 그곳에는 동양, 서양 가릴 것 없이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을 팔고 있었다. 커피와 디저트를 파는 가게도 많았다. 다시 한번 열차의 규모에 놀라게 된다. 드물게 이야기를 하는 그룹이 보인다. 저기에는 젊은 남자 두 명이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한다. 둘 다 동양인으로 보인다. 자세히 보니깐, 대화한다기보단 덩치가 있는 쪽이 마른 쪽한테 일방적으로 말하고 있는 모습이다. 마른 쪽은 귀찮다는 듯이 하늘을 보며 음식을 입에 넣는다. 말 그대로 먹는다기보다는 입에 넣고 있다. 덩치 큰 쪽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언가를 쉴 새 없이 말한다. 누가 보아도 듣는 쪽이 싫은 티를 팍팍 내고 있는데 다른 의미로 대단하다. 그에게 잘 보여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의 앞에는 하얀 조리복을 입고 뭔가를 열심히 굽고 있는 요리사가 있다. 눈은 푸르고, 금발의 까까머리를 하고 있다. 얼굴, 팔다리의 피부는 밀크 초콜릿색처럼 그을려 있었다.

   옥수수수프를 조금 홀짝이고, 다시 눈을 돌려보았다. 열차의 창가 쪽 자리에서 어떤 동양계 여성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하얀 피부에 붉은 기가 맴도는 갈색의 단발을 하고 있다. 오뚝한 코가 상당히 매력적이었고, 눈은 살짝 매섭게 찢어졌다. 화려한 인상을 가진 미인이었다. 귀걸이를 하고 있는지 그녀의 얼굴 주변에 무언가가 이따금 반짝인다. 귀걸이는 반입이 되는가 보다. 그녀는 식당 중앙에 있는 커다란 율마를 보면서 커피를 홀짝인다. 커피잔을 든 손은 작고 가늘었다. 잘 정돈된 현악기 같은 손이었다. 미술을 하는 사람이 아닐까. 무슨 미술을 하는 사람일까 고민하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데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재빨리 토마토 샐러드의 토마토로 시선을 돌렸다. 창피함과 미안함이 뒤섞여 복잡한 기분이 되었다. 남의 시선은 두려운 것이다. 내가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내 시선을 느낀 것일까. 아니면 그녀 또한 한 곳을 멍하니 바라보며 음식을 먹는 버릇이 있어서, 그를 상쇄시키기 위해 주변을 바라보다가 나와 마주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상황이 묘사가 너무 장황한 후자는 아니리라 생각된다.

   복잡한 기분 때문에 음식을 씹는지 고무를 씹는지 모르겠다. 속도 메스껍다. 꽤 먹었으니 자리를 떠나야겠다. 이 불편한 상황으로부터 멀어져야겠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요리가 담긴 트레이를 들어 퇴식구로 향했다. 바닥을 보며 걷다가 가만히 서 있는 사람과 부딪혔다. 상쇄시키는 과정이 이렇게 험난할 줄은 몰랐다. 나는 사과를 하려고 얼굴을 들었다. 그곳에는 늘씬한 남녀 두 쌍이 서 있었다. 나와 충돌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인지 그들은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오는 천장을 바라보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기이하다는 표현보다는 기괴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모습이다. 그들은 계속 입을 벌리고 가만히 서 있다. 눈은 천장에 고정되어 있다. 어찌 됐든 실수를 한 건 나라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역시나 반응은 없었다.

   야오린 씨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이곳은 일반적인 인간의 일상과는 다른 곳이에요.’     

   이후에는 ‘또 다른 화장실’이 식당 다음 칸에 있는 것만 확인하고 방으로 왔다. 화장실이 있는 복도의 벽에는 어느 한쪽을 가리키며 ‘광합성 식물공원’이라고 안내의 글자가 적혀 있었다. 마음이 심란하여 그냥 방으로 와 버렸다.

   아까는 별일도 아닌데 당황해 버렸다. 커피를 마시는 여성분과 눈을 마주친 것은 비교적 자극이 약했지만, 그 기괴한 무리는 내게 큰 자극을 주었다. 내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감히 빠져나갈 수 없는 속력을 내는 열차에 갇혀 있다는 게 실감 난다. 그리고 무서웠다. 어머니가 있었다면 이렇게 말했겠지.

   “아들아. 네가 겪는 시련은 모두 너를 ‘균형’ 잡힌 인간으로 만들기 위한 것들이란다. 다 끝나고 나면 모든 게 좋아질 거다.”

   좋아질 거다. 작은 병원이 아니라 굳이 중앙병원을 갔었던 어린 시절처럼.

   침대에 누워서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양은 내 시선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오래 바라보기에 부담이 없었다.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꽤 흘렀으리라. 책이라도 읽어 볼까 하여 몸을 일으키자 방문이 열렸다. 한 남성이 들어와서 뭔가 바뀐 듯한 자신의 방을 살펴보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오늘 오전에 들어와서 열흘간 같이 지내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신가요.”라며 짧고 무미건조하게 대답하며 자신의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뭔가 불만이 있는 동작으로 이어폰을 꺼내 작은 귀에 삽입하고, 휴대전화를 멍하니 바라본다.

   내 룸메이트는 키가 크고 마른 사람이었다. 연령대는 나랑 비슷해 보인다. 아마 185센티미터 정도는 될 것이다. 며칠간 면도를 하지 않았는지 얼굴 여기저기에 굵은 수염이 퍼렇게 돋아 있었고, 뭐랄까, 인상이 흐릿하여 기억하기 어려운 얼굴이다. 짙은 검은색의 곱슬머리를 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중앙아시아 사람의 느낌을 풍겼다.

   그에게 내 이름을 가르쳐 주며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대답이 없다. 이어폰 때문에 들리지 않는 것일까. 나는 몸을 일으켜 그에게 다가갔다. 살짝 미소를 지으며(분명 일그러진 미소일 게 뻔하다.)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다시 물어봤다. 그는 내 인기척을 느끼고 이어폰을 뺐다.

   “왜 그러시죠?”

   그는 한결같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세 번째로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말하는 횟수가 늘어질수록 그의 이름 따위에 대한 흥미가 사라져 간다. 그래도 이름은 중요하다. 이 남자가 나와 얼마나 함께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 열차에서 가장 많이 마주칠 사람이다. 이름 정도는 알아야 ‘저기요’나 ‘거기 당신’과 같이 서로를 어색하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테니깐.

   “‘카림(Karim)’입니다만.”

   카림이라고 한다. 발음하기에 부드러운 이름이다. 아까 첫 번째로 물을 때 가르쳐 준 내 이름을 못 들었었을 거라고 생각하여 다시 내 소개를 위해 첫마디를 떼려 했다.

   “저 이제 쉬어도 되죠?”

   짜증이 가득한 말 덕분에 재차 자기소개 따위 하지 않아도 됐다. 그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같은 공간을 모르는 사람과 사용해야 하는 그 불편함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곳은 전 세계의 우울증 환자가 흘러넘치는 곳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환자가 교환된다. 장기적으로 머무는 사람도 많다. 혼자서 방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욕심이다. 세계의 주요 인물이라던가 좌석을 교환할 수 있을 재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좋든 싫든 공동생활을 해야 한다. 아니면, 새로운 룸메이트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는데, 산책을 마치고 객실에 들어와 보니 볼품없는 아저씨가 있어서 실망한 것인가. 나에 대한 실망과 이런 나를 학수고대했다는 자신에 대한 실망이 지금 그의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것인가. 전자와 후자 모두 나를 싫어한다는 사항은 결코 빠지는 법이 없었다.

   이렇게 싫은 티를 팍팍 내니깐 나 또한 대화를 시도하고 싶지 않았다. ‘평소와는 다른’ 것을 해 보려 했는데 말이지. 그리고 나도 강한 불쾌함을 가지고 있었다. 나보다 불쾌한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혹시, 카림은 중증의 우울증인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인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기적인 사고방식을 터득한 것인가. 하긴, 사람과 부딪혀도 미동도 하지 않는 입 벌린 석상과도 같은 무리도 있었으니, 카림과 같은 사람은 한 무더기 있을 것이다. 어쩌면 카림은 차가운 태도를 보이며 내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 마치, 감옥에 처음 들어온 죄수에게 그곳의 무서움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 주는 ‘옥살이 5년 차’ 감옥 선배처럼 말이다.

   ‘그래. 쉬어라. 나도 쉬겠다.’라고는 말하지 못한다. 나는 그의 앞에서 언어의 미로 속에서 헤매다가 손목시계를 보았고, 오후 7시가 넘었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움과 문득 무안함이 가슴속에 찾아와서, 몸을 삐걱거리며 책장에 있는 아무 책을 집어서 침대로 돌아와 읽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해가 졌을 시간이다. 여름이라면 푸른 노을이 보일 시간이다. 그렇지만 하늘은 오후 2시의 그것과 같았다. 열차에 탑승한 지 10시간이 넘었는데도 하늘은 착실하게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 아까 고른 책은 ‘찰나’라는 이름의 짧은 소설이다. 전반적으로 평범한 이야기다. 평범한 직장인이 평소처럼 출근하다가 모종의 이유로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그 세계는 지구와 비슷하면서도, 여기저기가 지구와 많이 다른 곳이었다. 그곳에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벌레나 동물도 없었다. 이러한 곳에서 유일한 생명체로 보이는, 인간의 모습을 한 소녀를 만나게 되어 겪는 일들을 나열한 이야기다.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이었다. 애초에 무언가를 ‘무겁게’ 읽은 기억이 없다.

   책의 결말을 확인하고 시계를 보았다. 오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방은 여전히 밝지만, 몸이 피로함을 느끼는 것을 보니 나만의 시간은 제대로 흐르는 것 같다. 맞은편의 카림은 여전히 이어폰을 꽂고 무언가를 보고 있다. 이따금 -쿡쿡 하고 웃는다. 나는 그 웃음을, 적어도 그가 살아 있는 인간이라는 증거가 된다고 생각하며 욕실로 향했다. 샤워는 하지 않고, 양치와 세수만 하기로 방금 결정했다. 광합성 열차가 비교적 친환경적이라 느끼는 부분이 있는데, 열차 곳곳에 식물이 많다는 점과 열차 내에는 조명기구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식물이 많은 이유는 정신과 신체 건강을 위한 것도 있겠지만, 열차 레일을 깔기 위해 베어 나간 수많은 나무를(나무를 사랑하는 환경단체도) 의식한 것도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침대에 눕기 전에 오전에 야오린 씨가 건네준 캔버스 가방 안을 확인한다. 거기에는 수면용 안대와 귀마개가 있다. 안대는 빛이 눈을 거슬리게 하지 않기 위해 검은색 천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열차에 탑승하고 처음으로 본 검은색 물건이다. 이 안대는 귀에 걸어 고정하는 부분이 없다. 대신에 인체에 무해한 양면 스티커 같은 것이 붙어있다. 귀에 맴도는 이물감이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리라. 미간을 중심으로 하여 안대를 고정하고, 귀마개도 꼼꼼하게 끼워 넣어 바른 자세로 잠을 청해 본다. 내일은 프로그램이라도 들어 볼까. 갑자기 몰려온 ‘개인 시간’이라는 것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또 어떤 기괴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

   -웅얼웅얼

   가슴 속이 울린다. 내 마음속에 무언가가 소리치고 있나.

   -웅얼웅얼

   이번에는 뒤통수가 울린다. 온종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던 두피의 근육이 이제야 이완되고 있나.

   -웅얼웅얼

   둘 다 아니다. 밖에서 무언가가 나를 울리고 있다. 중저음의 무언가가 말이다. 안대를 벗고, 귀마개를 뺐다. 웅얼거리는 소리가 더욱 선명해졌다. 가장 먼저 카림을 쳐다봤다. 그는 아직도 휴대폰을 보고 있다.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소리가 계속되는 부분을 집중해 보니 옆방에서 들려오는 소음이다. 내가 사용하는 침대가 붙어 있는 유리에 귀를 대어 보니 소리가 선명해진다. 내 침대는 H6-4호실과 붙어 있다. 방음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아무리 규모가 상당한 열차라지만, 많은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공간 낭비를 최소한으로 해야 했을 것이다. 객실 사이의 벽을 얇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은 소리를, 귀를 이용하여 90%, 피부로 10%를 받아들인다고 한다. 귀를 막아도 들리는 소리는 피부가 들은 소리다. 정확히 말하자면 피부를 타고 들어와서 귀의 감각기관을 진동시키는 소리다. 아무튼, 그 피부가 들은 소리가 자꾸 내 가슴속을 울린다. 남성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가 베이스가 되어 내 신체 속 장기를 진동시킨다.

   옆방의 소음은 점점 커졌다.

   "이봐, 텔레비전만 보지 말고, 광합성 공원에서 산책이라도 하자고. 모처럼 왔는데 말이야. 저번에 잠깐 가 봤는데 별의별 식물들이 많더라고."

   "자네 혼자 가. 난 너무 피곤해. 나카무라."

   "아니, 너 텔레비전만 일주일째 보고 있다는 거 알아? 이 정도면 충분히 쉬었잖아. 텔레비전만 본다고 휴식이 아니야. 몸을 적당히 움직여 줘야지."

   "다시 일터로 돌아가면 너도나도 뼈 빠지게 일을 해야 해. 그럼 더더욱 가만히 있어 줘야지. 얼마 만에 찾아온 휴간데 말이야. 자네도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침대에 누워서 더 쉬라고."

   "아니, 난 이미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옆 방이 너무나 시끄럽다. 별거 아닌 걸로 티격태격 실랑이하고 있다.

   조용히 좀 해라. 물론, 직접 말할 용기는 없다. 알다시피 사람과 대면하여 말을 하는 것에 능숙하지 못하다. 실랑이는 계속된다.

   "이게 무슨 휴가야! 집에서 자는 거랑 뭐가 다른 거야. 이봐 친구, 오랜만에 입사 동기끼리 이렇게 쉬러 왔잖아. 하루 정도는 나랑 어울려 줘도 좋잖아. 커피나 한잔하면서 이야기나 하자고! 커피는 내가 산다니깐 그러네."

   "내가 돈이 아까워서 안 먹는 줄 알아? 솔직히 말해서, 내가 너보다 영업실적이 훨씬 좋은데 그걸 아끼겠냐?"

   "말하는 본새하고는."

   "그러니깐 더 귀찮게 하지 마."

   실랑이가 잦아들었다. 공원에 가자고 한쪽이 포기한 모양이다. 잠은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데, 나는 그것을 놓쳐 버렸다. 평소보다 신경이 날이 서서 짜증이 난다.

   공원에 가자고 조른 쪽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의 유형이다. 본인이 싫다는데 왜 저렇게 강요하는 것일까? 사람의 수만큼 삶을 살아가는 방식 또한 다양하다. 자신의 방식을 남에게 고집하는 것은 다른 형태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권위적인 직장 상사도 나에게 강요는 하지 않았다.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일을 ‘빨리’ 처리하라고 닦달했을 뿐이다.

   나는 대학생 때 이런 강요를 엄청 많이 받아 봐서 그런지, 저런 행동을 정말 싫다. 왜 그렇게 억지로 어울려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이든 잘 어울려야, 사회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고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별로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옆방의 소음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던 내 대학 시절의 기억을 불러와서 잠을 청할 타이밍을 놓친 나는 그대로 새벽 5시까지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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