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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무균실

곰팡이균에 의한 중심정맥관 제거

by 선옥

피검사 결과, 중심정맥관에서 곰팡이균이 검출되었다.
힘들게 시술한 관이었지만, 교수님께선 관을 제거하자 하셨다.


최소 6개월 이상 사용할 목적으로 정말 힘들게 삽입했지만 보름도 채 쓰지 못하고 제거해야 했다.
너무 억울하고 아까워 빼기 싫다 했지만, 곰팡이 균 뿐만 아니라 X-ray상 폐렴이 보였고,

호중구 수치도 낮아 무균실로 이동해야 했다.


자칫 중환자실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에서

중심정맥관을 고집 순 없었다.


두 번째로 들어가는 무균실은 첫 번째와는 상황도 기분도 사뭇 달랐다.


처음 들어갔을 땐 격리 병동에 수감되는 기분이었지만 적어도 몸 컨디션이 괜찮은 상태로

잘 걷고 혼자 샤워도 할 수 있는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그런 감정조차 느낄 여유가 없었다.


오한은 멈췄지만 고열은 내리지 않아 어지러워 앉아있는 것도 힘들었다.

폐렴 탓인지, 몇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 걷는 게 버거웠다.

혈액병동에서 무균실까지 잠금이 되어 있는 문 몇 개가 지나면 되는데

이날 따라 유난히 멀고도 험난하게 느껴졌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지난번엔 1인실 자리가 없어 3인실을 거쳐 들어갔지만,
이번엔 1인실이 비어 있어 바로 1인실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힘겹게 소독 절차를 거치고 무균병동으로 들어온 뒤 나는

보호자 베드가 있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숨이 차고 핑핑 도는 몸을 벽에 기대 놓고 24시간 돌아가는

무균실의 공기순환기에서 불어오는 찬 공기를 한동안 쐬고 있었다.


환자 베드보다 보호자 베드로 이 찬 공기가 불어왔기에 어머니는 추워하셨지만

숨을 헐떡이며 어지러워하는 내겐 이 공기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벽에 몸을 기대앉아 기계가 내쉬는 숨결 같은 바람을 맞으며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사시간이 되었는지 살균포에 쌓인 식사가 들어왔다.


먹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먹자는 어머니의 등쌀에 못 이겨

힘겹게 몸을 일으켜 환자 베드에 있는 식탁 앞에 앉았다.


흰색 살균포를 열자 소독약 냄새가 순간 확 올라왔다.

그 냄새에 음식을 먹기는커녕 나는 토를 했다.


도저히 먹을 수 없어 나는 어머니에게 치워달라 했고

그나마 소독 냄새가 덜 한 멸균 우유 한팩을 먹곤 베드에 몸을 눕혔다.


식사를 하기 위한 이 조금의 움직임에도 지친 나는 다시 잠을 청했다.





피검사 결과, 중심정맥관에서 곰팡이균이 검출되었다.
힘들게 시술한 관이었지만, 교수님은 단호했다.

“빼야 합니다.”

최소 6개월 이상 사용할 목적으로 삽입했지만
보름도 채 쓰지 못하고 제거해야 했다.


시술이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만큼 억울하고 아까워 빼기 싫다 했지만,
X-ray상 폐렴이 보였고 호중구 수치도 낮아 무균실 격리가 불가피했다.

중환자실로 이동해야 할 수도 있는 지금 상태로 관을 그대로 두는 건 위험했다.

결국 관을 제거했고, 나는 두 번째 무균실로 들어갔다.


처음 들어갔을 땐 격리 병동에 수감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감정조차 느낄 여유가 없었다.


오한은 멈췄지만 고열은 계속되었고 폐렴 탓인지
몇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고 어지러웠다.

혈액병동에서 무균실까지의 거리가 그날따라 유난히 길게만 느껴졌다.


지난번엔 1인실 자리가 없어 3인실을 거쳐 들어갔지만,
이번엔 다행히 바로 1인실이 비어 있었다.


그나마 조금은 편하게 몸을 눕힐 수 있었다.


1인실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보호자 침상에 털썩 주저앉았다.

24시간 돌아가는 무균실의 공기순환기는 찬 공기가 일정하게 불어왔다.


이 바람은 환자의 침상 쪽이 아닌 보호자 침상 쪽으로 향해 어머니는 상당히 추워하셨지만
고열에 어지러운 내게 오히려 이 바람은 시원하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계가 내쉬는 숨결 같은 바람을 맞으며

벽에 몸을 기대어 앉아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사 시간이 되었는지

살균포에 싸인 식사가 들어왔다.


하지만 먹을 힘도, 먹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래도 조금은 먹어야지.” 어머니의 손길에 못 이겨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음식을 덮고 있는 흰색 소독포를 풀자 소독냄새가 확 올라왔다.

몸이 약해진 만큼 예민한 탓일까 그 냄새에 나는 토를 하였고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결국 멸균 우유 한 팩을 마신 뒤 나는 지친 몸을 침대에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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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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