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당(임신성 당뇨) 때문에 인슐린을 맞기 시작하면서 일상은 더 조심스러워졌다. 외식을 하려면 식사 전에 혈당을 재고 주사를 맞아야 했기에, 밥을 먹기 전에는 늘 화장실을 먼저 찾아야 했다. 작은 파우치를 들고 들어가 주사를 준비할 때면 괜히 주변의 인기척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문밖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리면 손이 더 빨라졌다. 그리고 음식이 나와도 가족들은 항상 날 기다려주고 있었다.
집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식탁에 앉기 전 혈당기를 꺼내면 가족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내 손끝으로 모였고, 배에 주사를 놓는 순간에는 대화가 잠시 멈추곤 했다. 걱정 어린 눈빛이 느껴져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고, 때로는 그 시선을 피하려고 방으로 들어가 혼자 맞기도 했다. 가족들은 모른 척 이야기를 이어 갔지만 시선 끝에는 늘 안쓰러움이 남아 있었다. 배 곳곳에 남은 작은 멍들을 보며 아프지 않냐고 묻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지켜본 사람은 남편이었다. 어느 날 밤, 과자가 너무 먹고 싶다고 했더니 남편은 바로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그나마 부담이 덜할 것 같아 새우깡을 부탁했는데,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것은 매운 새우깡이었다. 매운 게 혈당을 올린다는 걸 남편도 알고 있었을 텐데 왜 하필 매운 새우깡이었을까. 임신 전에는 내가 매운맛을 더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때의 나는 그 마음을 읽을 여유가 없었다. 괜히 서운한 감정이 올라와 과자도 끝내 먹지 않았다. 그리고 매운 새우깡에 화를 내자 미처 꺼내지도 못했던 젤리가 남편 주머니에 있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
남편은 내가 먹지 못하는 음식은 혼자서도 먹지 않았다. 회식이나 친구들과의 약속도 최대한 자제했고, 술도 자연스럽게 멀리했다. 식탁 위에는 늘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들만 올랐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함께 바꾸는 사이, 그의 몸무게도 5킬로그램쯤 줄어 있었다. 말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남편도 나와 함께 견디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 가장 묵묵히 관리받은 사람은 어쩌면 남편이었을지도 모른다. 맛있는 것을 포기하게 한다는 미안함과 아무 말 없이 곁에서 함께 버텨 준 고마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엄마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나를 돌봤다. 전화할 때마다 무엇이 먹고 싶은지 먼저 물었지만, 이미 식단에 예민해져 있던 나는 그 질문조차 버겁게 받아들였다. 엄마의 음식 앞에서 이건 못 먹겠다고, 저건 당이 오를 것 같다고 말해도 엄마는 서운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대신 채소를 손질해 주고, 당이 덜 오를 반찬을 고민하고, 설탕 대신 알룰로스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었다. 요즘은 저당 소스가 다양하게 나오지만, 내가 임신 중이던 2022년만 해도 알룰로스는 낯선 재료였다. 그때는 내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일까. 괜찮을 거라며 내 앞에 놓아 주던 그 한 접시에는 걱정과 미안함, 그리고 어떻게든 나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함께 담겨 있었다.
그때의 나는 내 몸 하나 관리하기에도 벅차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우리 가족은 각자의 자리에서 나와 함께 임당을 지나고 있었다. 나는 숫자에 흔들리고 감정에 지쳐 있었고, 그들은 말없이 식탁을 바꾸고 입맛을 바꾸며 나를 중심에 두고 생활을 바꿔 나갔다. 임당은 내 몸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시간을 함께 견딘 것은 결국 우리 가족이었다.
배 속의 아기만 생각하느라 내가 예민해지는 건 당연하다고, 임신 호르몬 때문이고, 임당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이해해 주기에 바빴다. 하지만 돌아보면 나만큼이나, 어쩌면 나보다 더 아기를 걱정한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혹시라도 혈당 수치가 오르지 않을지, 내가 무리하지는 않는지, 우울하지는 않는지 살피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해 주던 사람들. 날 선 말과 예민한 표정을 받아내면서도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 주던 사람들. 그 평온한 태도 뒤에 저마다의 걱정이 쌓여 있었다는 걸 나는 한참 뒤에야 알았다.
임신했을 때 혈당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메뉴
1. 샤브샤브(면이랑 볶음밥은 조금만)
2. 족발(야채 많이 막국수는 조금만)
3. 파닭(소스는 찍먹으로)
4. 통살 치킨 버거(빵 한 쪽 빼고)
5. 일식 돈가스(소스는 조금만)
6. 뼈다귀해장국(밥은 반 공기, 국물은 X)
7. 조개찜(초장은 조금만, 칼국수 사리도 조금만)
임신했을 때 혈당 스파이크 왔던 메뉴
1. 닭발(맵고 달콤한 국물 닭발은 최악)
2. 김밥(현미로 만든 김밥도 혈당 엄청 오름)
3. 떡볶이(엽떡처럼 매운 떡볶이는 도전조차 안 함)
4. 피자(샐러드 먼저 먹고, 도우 얇은 피자는 그나마 괜찮음)
5. 탕수육(소스 없이 먹으면 그나마 덜 오르지만 맛이 없음)
6. 떡(찹쌀 들어간 건 당연히 X, 가래떡도 상상 이상)
7. 고구마(혈당이 엄청 빨리 오르고 빨리 떨어짐. 특히 군고구마, 고구마 말랭이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