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으로 버틴 시간

by 선데이

임신 기간 동안 나는 꽤 철저하게 버텼다.

하루에 일곱 번씩 혈당을 쟀다. 일어나자마자 공복에, 아침 식후 2시간, 점심 전, 점심 후 2시간, 저녁 전, 저녁 후 2시간, 자기 전까지! 손끝에는 늘 작은 상처가 있었고, 양파를 썰 때면 그 자잘한 상처들이 따끔거렸다.

하지만 더 힘들었던 건 혈당측정기의 숫자다. 매일 일곱 번씩 마주하는 숫자들은 나를 평가하는 점수 같았다. 수치가 낮게 나오면 기분이 좋았고, 수치가 높게 나오면 불안했다. 스스로를 탓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억울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조금 부끄럽지만 30년 넘게 살면서 이렇게 식단을 관리한 것도 처음이었다. 빵과 과자, 떡과 과일을 좋아하던 내가 우유와 두유, 그릭요거트, 방울토마토, 아이비나 참크래커로 간식을 대신했다. 카페에서 달콤한 음료를 고르던 습관은 어느새 카페인도 없고 단맛도 없는 티 종류로 바뀌어 있었다. 먹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먹지 않는 선택이 더 익숙해졌다. 그래서였을까. 예전에는 먹방을 왜 보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임신했을 때 먹방을 제일 많이 봤다.

밥을 먹기 전에는 늘 오이와 채소부터 먹었다. 채소를 썰다가 괜히 눈물이 난 적도 있다. 이게 채소 때문인지, 내 상황 때문인지 헷갈렸다.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 순서로 먹어야 혈당이 천천히 오른다고 해서 그 순서를 빠짐없이 지켰다. 그렇다고 탄수화물을 마음대로 줄일 수도 없었다. 임신 중에 탄수화물이 너무 부족하면 케톤이 나온다고 했다.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먹어야 해서 밥을 삼키는 날도 있었다.

식후에는 반드시 움직였다. 산책을 하거나, 집에서 10분씩 제자리걸음을 했다.

배는 점점 무거워졌지만, 멈추는 게 더 불안했다.

그럼에도 혈당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결국 인슐린 주사까지 맞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을 때 처음으로 병원에서 눈물이 났다. 하지만 배 속의 아기를 지키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힘들었지만, 기간 한정이라는 생각 하나로 견뎠다. 출산이라는 끝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었다.

다행히 아기는 가장 큰 걱정이었던 거대아가 되지 않았다. 주수에 맞게, 조금 작게 유지했다. 나도 만삭이 되었을 때 늘어난 체중은 4kg에 불과했다. 임신 전에도 날씬했던 적이 없었다. 항상 다이어트에 도전했지만 제대로 성공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임신했을 때, 그것도 산부인과 의사가 다이어트를 하면 절대 안 된다고 했던 바로 그 시기에 다이어트에 성공한 셈이다. 그제야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간식을 먹고 있었는지, 배고픔이 아니라 습관으로 음식을 밀어 넣고 있었는지 깨닫게 됐다.

하지만 그 깨달음은 뿌듯함이라기보다, 조금 쓸쓸한 자각에 가까웠다.

나는 살을 뺀 게 아니라, 두려움으로 버텼던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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