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당뇨는 다른 병과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아픈 건 분명한데도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특별한 증상도 말할 수 없고
게다가 쉽게 드러내고 싶지 않다.
왜일까?
당뇨는 ‘생활 습관’과 연결 지어지기 때문에 더 숨기고 싶은 게 아닐까?
관리를 못 해서 생긴 병 같고, 절제를 못 해서 얻은 결과 같고,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나도 그랬다. 창피했다.
아직 30대인데, 벌써 당뇨라니!
당뇨가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말하는 순간, 나라는 사람이 조금 작아질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 비밀이었다.
가까운 가족 몇 명, 친한 친구 몇 명만 아는 이야기.
특히 자주 만나지만 시댁에는 끝내 말하지 못한 비밀이었다.
사람들을 만나면 먼저 외식 메뉴를 고민해야 했다.
음식을 덜면서도 속으로는 혈당을 계산했고
“왜 이렇게 조금 먹어?”라는 말에 웃으며 넘기던 순간들.
식사 시간이 길어지면 중간에 약을 먹을까, 말까 망설였다.
혹시라도 갑자기 저혈당이 오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늘 있었다.
아픈 건 몸인데, 숨기는 건 마음이었다.
당뇨는 숫자로 표현된다.
공복 혈당, 식후 혈당, 당화혈색소.
하지만 그 숫자 뒤에는 늘 감정이 따라붙는다.
불안, 자책, 억울함, 그리고 말하지 못한 침묵.
하지만 숨긴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말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병은 더 무겁게 느껴졌다.
혼자만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꺼내 보려고 한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솔직하게.
이 글은 대단한 극복의 이야기가 아니다.
완벽한 관리로 얻은 성공담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당뇨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의 내 마음,
그리고 이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당뇨에 대해 더 공부하고
더 열심히 관리하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기록한 글이다.
혹시 나처럼 말하지 못한 채 혼자 견디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이 작은 신호가 되었으면 한다.
괜찮다고 말해 주는 대신,
나도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여 줄 수 있는 이야기.
숨기고 싶었던 병을 처음으로 세상 밖에 내어놓는 순간,
나는 조금 덜 부끄럽고 조금 덜 혼자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