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당 검사 재검, 마음이 무거워진 하루

by 선데이

임신했을 때 가장 긴장되는 날이 있다. 바로 임신 24~28주에 하는 임신성 당뇨(임당) 검사 날이다. 임신 관련 책에 항상 등장하는 내용이라 낯선 단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반갑게 느껴지는 이름도 아니었다. 무섭고, 피하고 싶은 존재였다.

임신성 당뇨는 임신 이전에는 당뇨병이 없던 사람이 임신 20주 이후 처음으로 당뇨 진단을 받는 경우를 말한다. 임신 중에는 태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때문에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지는데, 정상적인 임산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늘어난다. 하지만 임신성 당뇨가 생긴 경우에는 그 분비가 충분하지 않아 혈당 조절에 문제가 생긴다. 관리가 잘되지 않으면 거대아, 신생아 호흡곤란증, 분만 합병증의 위험이 커지고, 출산 이후 제2형 당뇨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했다.

검사를 앞두고 일주일 전부터는 음식도 나름 조심했다. 검사 당일, 병원에서 작은 컵에 담긴 포도당 음료를 건네받았을 때 묘하게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맘카페에서 본 말이 자꾸 떠올랐다. 임당이 아닌 산모는 마시기 힘들어하고, 임당인 산모는 오히려 맛있게 느껴진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끝까지 다 마셨다. 그게 괜히 마음에 걸렸다.

대기실 의자에 앉아 채혈까지 한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 임산부들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심장이 자꾸 빨라졌다. 피검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제발, 임당이 아니길.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회사에 있는데 산부인과에서 전화가 왔다. 그날의 온도와 습도, 분위기가 아직도 온전히 느껴진다. 이 말은 좋은 상황일 때만 쓰는 건가? 아무튼 너무나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역시나 재검을 받아야 했다. 재검에서는 포도당 음료의 양도 더 많아졌고, 공복 혈당을 포함해 한 시간 간격으로 네 번이나 채혈을 했다.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힘들었지만, 한 시간마다 반복되는 채혈은 정말 곤욕이었다. 임신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피를 뽑았는지, 팔에는 늘 멍이 남아 있었다.

공복 혈당 95mg/dL 이상

1시간 180mg/dL 이상

2시간 155mg/dL 이상

3시간 140mg/dL 이상

이 중 두 개 이상이면 임신성 당뇨라고 했다. 나는 공복을 제외한 세 번 모두 기준을 넘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일이라 메모도 모두 지워버려서 정확한 수치는 가물가물하지만, 200을 넘긴 경우가 두 번이나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내가 너무 태연해 보였는지, 간호사가 혈당을 보고는 말했다.

“200 넘는 산모는 드물어요. 이 정도면 피가 꽤 끈적끈적할 텐데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 내 피가 정말 끈적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의사를 만나 다시 한번 ‘임신성 당뇨’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임신 당시 만 서른다섯, 노산이었다. 이 정도 진단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관리만 잘하면 아기도 괜찮고, 출산만 하면 괜찮아진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의사도, 주변 사람들도 모두 같은 말을 했다. 임신 중에만 나타나는 증상일 뿐이라고. 아이를 낳고 나면 몸은 다시 돌아온다고. 나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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