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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정 Jul 16. 2024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유리 슐레비츠

그림/글


밖에 비가 오고 있나 봐

빗소리가 들리잖아

빗방울이  유리창을 탁탁 두드리고,

지붕 위로도 투두둑  툭툭  떨어져.


온 마을에 비가 내리고 있어.

빗방울은 단숨에 지붕에서 처마 밑으로 굴러 떨어져,

홈통으로 쏴아  흘러나오지.


빗줄기는 길바닥을 따라 흘러가.

내일은 내 작은 배를 띄울 수 있을 거야.


비가 와!

온 들판에 비가 와.

언덕 위에도,

풀밭 위에도,

연못에도.


쉿, 개구리야!

그만 울고 물속에 들어가

저 빗소리 들어 보렴.


빗줄기가 장대같이 퍼붓고,

냇물도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구나.


개울은 언덕을 굽이돌아 시내로 흘러들고,

쏜살같이 강을 지나 바다에 이르지.

파도는 넘실 굽이치며,

힘차게 밀려가,

철썩 세차게 물결치고

미친 듯이 콰르릉대며 솟구쳐 오르지.

바닷물이 부풀어올라

하늘에 녹아드네.


비가 와.

내일은 새싹이 돋을 거야.

새들은 거리에서 몸을 씻겠지.

우리는 맨발로 물웅덩이를 뛰어다니고 따스한 진흙탕에 발자국도 찍을 테야.

난 물웅덩이 속의 조각하늘을  뛰어넘을 테야.


온 마을에 비가 내려.

창가에선 화초가 움트고 있을 거야.

난 그걸 알 수 있어.




어제는 초복이었다.

오늘이라도 삼계탕을 먹고 싶어 점심에 삼계탕집에 갔다. 남편은 한방삼계탕을, 나는 고소한 삼계탕을 먹었다. 예보대로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 오는 날엔 커피가 맛있다. 맛있는 커피를 먹고 싶으면 가는 카페에 들렀다. 창가에 앉아 비 오는 걸 보고 싶은데 사람이 너무 많다. 겨우 자리를 잡았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요?"

"비 오는 날에는 항상 많은데요"


사람의 마음은 비슷해서 비 오면 카페가 생각나나 보다.


한참 후 창가에 자리가 났다. 사람들이 많이 빠지자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잘 들렸다. 요즘은 비가 억수같이 올 때가 많다. 비가 오면 폭우가 쏟아져 큰 피해가 있을까 먼저 염려가 된다. 그러나 적당히 내리는 비를 보고 있자니  이게 나의 로망이구나 싶었다.

또 언제 폭우가 내려 피해를 줄지 모르지만 비는 정말 좋다. 커피를 마시며, 빗소리를 들으며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하염없이 보았다.


오늘은 딸과 사위가 일이 있어 늦게 퇴근한다고 연락이 왔다. 학원 수업을 끝낸 손녀가 혼자 집에 있게 되어 딸 집에서 같이 있었다. 초등 3학년인 손녀는 이제 돌봐 줄 게 없지만 어두울 때 혼자 두기가 마음에 걸린다.


아이들이 읽던 동화책을 정리한다고 마루 한편에 쌓아둔 것을 보았다. 거기에서 <비 오는 날>이라는 동화책을 봤다. 너무나 아름다운 책이다. 글과 그림 모두.

동화라기보다 한 편의 시였다.




TV를 켜고 저녁 뉴스를 봤다. 남부에서 엄청난 비가 내려 피해가 컸다는 소식을 이제야 알게 됐다.

어젯밤부터 오늘, 진도 해남 등지에서 폭우가 쏟아져 많은 집과 농경지가 침수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수많은 수재민이 생겼고 농사를 망친 분이 많아 가슴이 아팠다. 그들은 생전 처음 보는 폭우였고 너무나 무서웠다고  한다. 여수에서는 오늘 하루 낙뢰가 3000번 이상 있었다니 너무나 무서웠을 것 같다.


기후위기로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매일 새롭게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동화 <비 오는 날> 같은 아름다운 생각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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