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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 되기

아침 햇빛 같은 아이

by 권민정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

(에베소서 6장 4절)



이번 연휴에 강원도 정선에서 며칠 쉬었다. 정선은 아주 오래전에 가 보고 몇십 년 만에 온 곳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기념으로 큰딸 가족 4명과 우리 부부, 3대 6명이 같이 온 여행이다. 숙소가 아주 조용한 곳에 있었다. 앞에는 동강 지류가 흐르고 그 뒤에 산이 병풍처럼 쳐져 있는 곳이었다. 첫날 비가 보슬보슬 내렸다. 다음 날 아침, 비가 온 다음날이라 산의 색깔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연두에서부터 연한 초록, 진한 녹색까지 깨끗하게 씻긴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은 참 평화롭게 보였다.


발코니에 앉아 물소리, 새소리를 한참 들었다. 물이 얕고 돌이 많은지 흐르는 물소리가 꽤 크게 났고, 아주 작은 참새부터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실컷 들었다. 아침 햇살이 이 모든 풍경을 더 빛나게 했다.


"아침 해가 돋을 때 만물 신선하여라

나도 세상 지낼 때 햇빛되게 하소서

주여 나를 도우사 세월 허송 않고서

어둔 세상 지낼 때 햇빛 되게 하소서"


학교 다닐 때 채플시간에 제일 많이 부르고 좋아했던 찬송가가 저절로 흥얼거려졌다. 기독교인이 단 한 명도 없던 유교 전통이 강한 집안에서 자랐는데, 채플을 의무적으로 하는 기독교학교에 입학한 것이 나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채플 시간에 부르는 찬송가가 참 좋았다.


'아침 햇빛 같은 아이들이 다 되게 해 주옵소서' 손자녀들에 대한 기도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맞아 '좋은 부모' 되기에 대해 생각한다. 좋은 부모란 어떤 부모일까?


어릴 때 읽었던 《작은 아씨들》 속의 부모는 좋은 부모였다. 그 어머니는 사람답게 사는 법을 행동으로 보여 주셨다. 사람이 갖추어야 할 법도를 말이 아닌 생활로 보여준 것이다. 최근에 《월든을 다시 읽다가 예전에 놓쳤던 내용을 알게 되었다. <겨울의 방문객>들에서 작은 아씨들의 작가 아버지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호숫가에서 보낸 마지막 겨울에 또 한 사람의 반가운 방문객이 있었던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그는 마을을 지나 눈과 비와 어둠을 무릅쓰고 나무들 사이에 비치는 내 집의 등불을 볼 때까지 숲을 걸어와서는 긴긴 겨울 저녁을 여러 번 나와 함께 보내곤 했다. 그는 마지막 남은 철학자 중의 한 사람이며, 그의 출생지인 코네티컷주가 이 세상에 보낸 선물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소로우가 극찬한 방문객의 이름은 애모스 브론슨 올컷이다. 그의 둘째 딸이 루이자 메이 올컷인데 그녀는 자전적 소설 《작은 아씨들》을 썼다. 소설 속의 둘째 딸 조는 작가 자신이다. 《월든에서 소로우가 그렇게 칭찬했던 인물이니 소설 속의 부모처럼 그는 좋은 아버지였을 것이다.


또 생각나는 사람은 최근 넷플릭스에서 만든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의 부모이다. 큰딸 금명이는 가정교사 하는 집에서 불법적인 제안 하나를 받는다. 대신 시험을 쳐 주면 아파트 한 채 값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명이의 말에서 그의 부모를 알 수 있다. "근데~ 엄마 아빠 생각하면 못해요. 저는 커닝할 거면 차라리 꼴찌 하라고 배웠어요. 철봉 밑에 떨어진 10원짜리 하나도 줍지 말라고 배웠어요." 자식에게는 기둥이 되어주면서,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쳐준 부모이다.


성경 말씀에서는 부모가 자녀 양육할 때 꼭 명심해야 할 것으로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라고 말씀하신다. 자녀를 노엽게 하는 부모가 생각보다 많다. 자녀를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자식이기 때문에, 너무 가까워서 말도 함부로 하게 되는데 정말 조심하지 않으면 그러기 쉽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실수할 때가 있어 조심하게 된다.


예전에 '청소년 상담실'을 운영할 때 선생님들이 모이면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운전면허증도 있고 의사면허증도 있는데 왜 부모면허증은 없을까? 미성숙한 채로 부모가 되는 우리, 학교에서 과목으로 배운 적도 없고 실습을 해 본 적도 없이 그저 부모님들이 우리에게 해 주었던 기억을 더듬고 그것을 경험 삼아 좋은 부모가 되려고 애를 쓰는 우리들이다. 우리가 엄마나 아빠가 되기 전에 기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았다면 우리의 아이들을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잘 키울 수 있었을 텐데~하고 웃곤 했다.


부모의 역할이 많이 바뀌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사교육 많이 시키고, 원하는 좋은 물건 사주고, 해외여행도 가고~

그렇게 못해주면 무능력한 부모인 것처럼 되기 쉬운 세상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자녀에게 좋은 가정교육을 시키는 것일 것 같다. 말이 아니고 생활로.

사람답게 사는 법을 보여주고 가르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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