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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u Ming Jun 14. 2024

아빠, 사랑이 저기 하늘에 비치고 있어

책 읽는 아들, 글 쓰는 아빠 #1


사랑하는 아들과의 첫 만남


2015년 가을,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오는 어느 날, 우리 부부는 떨리는 마음으로 산부인과 초음파실에 앉아 있었다. 손을 꼭 잡은 채, 우리는 아기의 첫 심장 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쿵쾅, 쿵쾅, 쿵쾅!" 벽을 울릴 듯한 강렬한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눈물이 글썽였고, 아기의 심장 소리는 마치 운명처럼 우리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다. 우리 아들, 심쿵이는 그렇게 우리 삶 속으로 날아와 자리 잡았다.


2016년 봄날, 화사한 햇살이 가득한 병원에서 우리는 드디어 심쿵이와 만났다.

3.5kg의 건강한 몸으로 세상에 나온 우리 아기는 부모의 간절한 바람처럼 무럭무럭 자라났다.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아들은 태권도 빨간 띠를 두른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우리 집은 성격이 활발한 아내 덕분에 언제나 따뜻하고 생기 넘치는 분위기로 가득하다.

또,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우리 집을 즐겨 찾곤 한다.

손님들은, 얌전히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아들을 보며, 우리 부부에게 궁금해하며 묻는다.

"심쿵이는 어떻게 저렇게 책을 많이 봐요?"

그러면 우리는 늘 같은 대답을 하곤 한다.

"저희도 모르겠어요, 다만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줬어요"


심쿵이는 놀라울 정도의 독서왕이다. 언제 어디서나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복잡한 병원 대기실에서도, 북적이는 백화점에서도, 심지어 잠깐 들른 미용실에서도 집에서 책을 챙겨가고 가져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어느 날, 나는 아들에게 물었다.

"심쿵아,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아들은 평소 생각한 꿈이 있다며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나는 안데르센 같은 작가가 되고 싶어, 그래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어."

대답하는 아들의 눈은 별처럼 반짝인다.


아들의 대답을 듣는 순간, 나는 잠시 동안 멍하니 아들의 말을 되새기며 생각에 잠겼다. 아들이 작가의 길을 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고, 아들이 관심을 갖는 작가라는 직업을 더 이해하고 싶었다. 그리고 언가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걸어갈 아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나는 결심했다. 나는 아들이 커서 읽어 주길 바는 마음으로 이십 대부터 사십 대까지의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로. 그날 저녁, 나는 노트북을 꺼내어 '브런치스토리'에 접속했다. 나는 서재의 작은 책상에 앉아 매일 밤 글을 써 내려갔다. 처음 쓴 글은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될 만큼 형편없었고, 글쓰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몇 개월의 시간을 쏟아야 했다. 준비가 됐다고 생각할 무렵, '브런치스토리'에서 작가 되기를 신청했다.


며칠 후, 브런치스토리에서 도착한 이메일 한 통. 떨리는 손으로 열어본 메일 속에는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또렷이 적혀 있었다. 나는 심쿵이에게 달려가 그 소식을 전했다. "심쿵아, 아빠가 작가가 됐어!"

아들은 나의 이야기를 듣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빠, 정말 대단해!"

그 순간 나는 우리 둘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하나 더 만들어졌다는 생각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아들 바보다


벌써부터 아이 작품의 가장 독자가 생각에 가슴이 두근 거린다. 아이의 미래 직업을 아빠가 정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작가를 꿈꾸는 아들을 마음껏 응원하고 싶다.


먼저 2020년, 네 살 겨울, 심쿵이가 나에게 써준 편지를 소개하고 싶다.

항상 엄마에게 하루에도 몇 개씩 편지를 쓰던 아들에게, 나도 편지를 한 개만 고 싶다고 말하니, 아들은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연필도 잡기 어려울 만큼 작은 손으로, 꾹꾹 눌러 나에게 시를 한 편 선물했다.



[2020년, 심쿵이, 네 살, 어느 가을]

아빠

고마워

사랑이 저기 하늘에 비치고 있어

달 빛도 마찬가지야


우리 부부는 아들의 시를 보고 놀라 말을 잃었다.

책에서 읽은 아름다운 문장이 심쿵이 마음에서 자라나 아빠에게 감동을 주는 선물이 되었다.


나는 행복함에 아들이 써준 글어둑해진 창문에 붙이고,

사랑이 비쳐있을 하늘과 달 그리고 아들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하야시 아키코 작가의 '달님 안녕'


심쿵이의 글을 보고 있으면, 하야시 아키코 작가의 '달님 안녕'이 떠오른다. '달님 안녕'은 심쿵이가 겨우 앉을 수 있게 되었을 때쯤, '까꿍 놀이'를 즐거워하길 바라며 심쿵이에게 사준 책이었다. 얇디얇은 그 책 속의 환하고 동그란 달님은 마치 우리 아기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듯해서 좋았다. 우리 부부는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에서 아기를 품에 안고 그 책을 읽어 주는 것을 참 좋아했다.


비록 심쿵이는 너무 어렸기에 '달님 안녕'을 기억하지 못해 아들의 최애 도서에는 들지 못할 수도 있지만, 부모로서 수백 번, 수천 번 그 책을 읽어준 우리는 그 순간들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래서 '달님 안녕'은 우리에게 '가장 많이 읽어준 책'의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다.


[달님 안녕_줄거리_교보문고]

쪽빛하늘 밑에 어두운 집과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다. 감청빛으로 변한 하늘과 불이 켜진 집으로 밤을 알리며 어디선가 나타난 고양이가 함께 움직임을 보인다. 작은 집 뒤로 환한 빛을 발하며 아주 조금 달님이 떠오른다. 쑥스러운 듯 조심스레 달님은 고운 얼굴을 드러내고 고양이들은 달님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그만 무심한 구름 아저씨가 나타나 고운 달님 얼굴을 가려버리고 달님은 슬퍼진다. 금세 구름은 비켜나고 방긋 웃는 달님 얼굴이 나타난다.


심쿵이는 부모의 목소리로 책을 듣고, 눈으로 그림을 느꼈다. 심쿵이의 표정은 페이지를 넘기며 달라지는 달님의 표정과 같았다. 달님이 웃고 있으면 웃었고, 달님이 슬퍼하면 따라서 슬퍼했다. 책의 내용이 익숙해질 때쯤, 구름이 달을 가리려고 하, 입술 삐죽삐죽 거리고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구름이 달을 보이지 않게 가리면 어김없이 "으앙~~"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럴 때면 아기와 같이 책에 "후~~" 하고 입으로 바람을 불며 구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는데, 심쿵이는 그때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달님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렇게 몇 달간 천 번이 넘게 그 책을 읽어주었다. 책을 너무 많이 보아서 페이지가 너덜너덜해질 때쯤, 심쿵이는 작은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달님 옆의 고양이를 따라다녔다.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은 지루하기도 했지만, 옹알이하듯 "웅, 웅" 하며 고양이를 가리키는 아들의 작고 귀여운 손가락은 우리를 무한반복해서 다시 읽어주게 만들었다.


'달님 안녕'의 달님과 구름, 그리고 장난스러운 고양이는 심쿵이 마음속에서 어떤 꽃을 피워내고 있을까?




책을 읽어 준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기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하나의 '인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달님 안녕' 같은 얇고 단순한 책도 아기 앞에서는 여러 번 읽어야 했다. 몇 분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아기는 '다른 그림 찾기'를 하듯, 책의 앞뒤를 자꾸만 반복하며 넘기고 싶어 했다. 때로는 책 읽기가 너무 지루하고 힘들어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려 했지만, 아기는 금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책을 다시 우리 무릎에 올려놓았다.


앉은자리에서 그렇게 몇 번이고 책을 읽다 보면 '좀 재미없게 읽어볼까' 하는 유혹이 스쳤지만, 귀여운 내복을 입고 나를 바라보는 아기의 눈빛을 보면 사랑과 인내심이 절로 솟아났다. 수백 번, 아니 수천 번을 읽어준 후, 책의 아름다운 내용과 함께 책을 읽으며 아기가 웃고 울었던 순간, 눈이 빛나던 순간들이 모두 우리 부부에게는 축복과 같은 추억으로 남았다.


아들은 글을 사랑하는 재능, 특히 많이 읽는 재능을 갖고 태어난 듯했다.

무엇보다도 사랑스러운 아들의 말과 글 습관은 엄마를 닮아 더욱 특별하고 아름다움을 가졌다.

그래서 나는 아들이 분명 나보다 훌륭한 삶을 살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아들의 꿈을 지지하고 싶다.

그리고 언제가 그의 글을 읽는 독자가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심쿵이가 작가가 되어 펼칠 멋진 이야기들 속에서 나는 늘 그의 가장 큰 독자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심쿵이와 함께 써 내려갈 수많은 이야기들이 나를 설레게 한다.


우리의 이야기가 아직 시작이라는 것은 나에게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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