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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u Ming Jun 21. 2024

책으로 모험을 떠나는 아기

책 읽는 아들, 글 쓰는 아빠 #2


아들과 함께 하는 모험 같은 삶


어린 시절 '모험'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내 가슴을 뛰게 했다. '모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영화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의 명장면들이 스쳐 지나갔고, 영화 속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을 동경했다.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던 중국의 구석구석은 름과 새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 베이징, 하얼빈, 칭다오에서 자전거로 동네를 누비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나는 새로운 곳에 발을 내딛을 때마다 나만의 지도를 그려 나갔고, 오늘도 작은 모험을 했다는 뿌듯함에 젖곤 했다.


아내는 그보다 더 다채로운 모험가였다. 대학 시절 여행사에서 일하며 세상의 많은 곳을 여행했다. 이십 대 초반에 미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를 가봤고 도쿄에서몇 년이나 살았으니 그녀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다른 모험의 길을 걸어왔고, 우리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아마도 자연스럽게 모험의 DNA를 물려받았을 것이다.




나는 아들의 모험 파트너로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행복하다.


나는 어린 시절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 께 놀게임을 떠올리며, 어린 아들에게 작은 모험을 만들어주곤 했다. "심쿵아, 베란다에 있는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서, 거실 매트에서 회색 네모만 밟고 소파로 올라간 다음에 트램펄린에서 세 번을 뛰고, 식탁 의자로 올라가서 만세하고 '탈출!'이라고 외치면 네가 이기는 거야. 트램펄린에서는 꼭 세 번을 뛰어야 해!"라고 설명하면, 아들은 땀으로 등을 다 적실 때까지 무한 반복다. 비록 에서 하는 간단한 놀이지만, 임의 규칙을 듣는 아들의 눈은 마치 탐험선 위의 항해사처럼 진지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할 때, 업무를 마치고 집 앞 내리막길에서 아들과 킥보드를 타던 순간들도 잊을 수 없다. 오르막 꼭대기에서 내리막 길을 내려다보는 아들의 눈은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반짝였고, 모험의 세계로 뛰어들 준비가 된 듯한 아들의 작은 가슴이 두근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는 아들은 "야호!"라고 크게 외치며 브레이크도 잡지 않고 빠르게 내려갔다. 바람을 가르며 내리막 길을 내려가는 나는 마치 아들의 여섯 살 친구가 된 것처럼 신이 났. 아들과 함께 하는 은 내리막 길 마치 내 인생 최고의 모험 같 느껴졌다.


엄마들이 아빠와 아들만 밖에 내보내는 것을 걱정하는 이유가 이런 순간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빠들은 '절대 하지 말라'는 엄마와 달리 "같이 해볼래?"라고 말하니까... 그게 아빠의 매력 아닐까?


심쿵이와 함께하는 삶은 매일이 모험 같다. 처음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 처음 두 발 자전거를 성공적으로 타던 순간, 이 모든 순간들은 평범한 우리 집을 세계 최고의 여행지로 변시켰다.


우리 아들은 매일의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모험의 순간으로 바꾸어 주는, 우리 집의 작지만 큰 마법사다.




책 속으로 떠나는 모험


안나 클라라 티돌름의 '두드려 보아요'


갓난아기 시절, 아직 걸을 수 없던 심쿵이는 안나 클라라 티돌름 작가의 '두드려 보아요'라는 책 속으로 모험을 떠났다. 이 책은 부모와 아기가 함께 책 앞에 앉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의 가지각색의 문을 두드리게 한다.


『두드려 보아요』는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만 1세부터 3세 어린이들에게 알맞은 그림책으로, 책을 펴는 순간 유아 스스로 책 속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책 속의 문을 "똑똑" 두드리고, 그 방에 있는 다양한 동물과 사물을 만나면서 인지력을 키우게 될 것입니다. 파란 문, 빨간 문, 초록색 문, 노란 문, 하얀 문을 차례로 “똑! 똑!” 두드리고 들어가면 북 치는 꼬마 미카엘, 당근과 상추를 먹고 있는 토끼 일곱 마리, 장난꾸러기 원숭이 네 마리, 화분에 물 주는 난쟁이 아저씨,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는 곰 다섯 마리가 등장합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요?
- 책 소개 : 교보문고 -


'파란 문이에요. 두드려 보아요. 똑! 똑!'

첫 번째 모험의 문을 열 때, 아들은 마치 책 속의 파란 문 앞에 선 아이처럼, 온 마음이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고 조명이 비춘 아들의 눈은 더욱 반짝였다. 우리는 작은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한 장 한 장의 문을 노크하고 조심스레 넘겼다.


파란 문을 "똑! 똑!" 두드리고 들어가면, 북 치는 꼬마 미카엘이 우리를 반겨줬다. 집에 있는 작은북을 가져와 아기 목에 걸어주면, 아기는 마치 미카엘처럼 작은 손으로 북을 "콩콩"하고 두들겼다. 다음 빨간색 문을 열어보니, 당근과 상추를 먹고 있는 토끼 일곱 마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은 토끼가 당근을 먹는 모습을 흉내 내며 토끼를 쓰다듬었다. 우리의 모험은 계속되고, 초록색 문 뒤로 들어가면 장난꾸러기 원숭이 네 마리가 우리를 맞이했다. 마지막 하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는 곰 다섯 마리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우리 부부가 가장 좋아했던 페이지는 하얀 문이었다. 우리 부부는 하얀 문 페이지를 넘길 때면 "심쿵아, 곰들도 다 자고 있지? 너도 코-오 잘 시간이야"라고 기다렸다는 듯 속삭였다. 하지만 심쿵이는 항상 다시 초록색 문이 있는 페이지로 돌아가곤 했다. 책 속에서는 원숭이들 방석을 던지며 놀고 있었다. 심쿵이는 옹알이하듯 "끼! 끼!" 하고는 눈을 반짝이며 아빠를 올려다봤다. 아빠가 원숭이 흉내를 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면 언제나 외면할 수 없었다. 몇 번이라도 아들에게 기꺼이 원숭이가 되어줄 수 있었다. "우끼끼"...


우리는 수도 없이 책의 문을 두드리고 다양한 색의 문을 열었다. 심쿵이의 작은 손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리는 작은 모험의 세계로 다시 빠져들었다. 우리가 함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콩, 콩"하고 책 속의 문을 두드리며 책장을 넘겼던 순간들이, 아들의 마음속에서 용기의 작은 씨앗이 , 아들이 살아가면서 마주할 모든 문 앞에서 주저함 없이 나아가기를 바라본다.




무당벌레의 이사


베이비 루브르, 리차드 파울러의 무당벌레의 이사


리처드 파울러의 '무당벌레의 이사'는 우리 집에서 아기에게 가장 많이 읽어준 책 중 하나이다. 아내가 아기에게 이 책을 읽어준 횟수는 아마도 내가 읽어준 횟수의 100배는 될 것이다. 그 정도로 인내심이 많은 아내도 가끔은 이 책을 숨기고 싶어 할 때가 있을 정도로 이 책은 심쿵이에게 베스트셀러였다.


이 책은 무당벌레가 새로운 곳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무당벌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베이비 루브르, 리차드 파울러 작가의 무당벌레의 이사]
책 속의 무당벌레는 배고픈 달팽이에게 집을 갉아 먹히고, 당황하여 모험을 떠나게 된다. 돌 밑으로 들어가 거미를 만나고, 화분 속으로 들어가 딱정벌레, 고양이, 민달팽이, 벌을 차례로 만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결국, 무당벌레는 다시 정원으로 돌아오고, 처음 만났던 달팽이는 '네가 살던 집은 정말 맛이 없더라'라고 말한다. 무당벌레는 결국 원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이야기는 아기와 함께 무당벌레의 작은 모험을 따라가며 집을 찾아주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모든 페이지에 무당벌레 종이 인형이 도망갈 수 있는 홈이 파여 있다. 무당벌레를 구멍에 넣고 페이지를 넘기면, 무당벌레는 처음 가보는 공간으로 이동하고, 태어나서 처음 보는 민달팽이, 벌 떼, 털이 복슬복슬한 고양이, 거미를 만나게 된다. 쿵이 무시무시한 거미로부터 작은 무당벌레를 도망가게 해주고 싶어 하지만 작은 손으로무당벌레를 홈에 맞추기 힘들어 낑낑대고는 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아기에게 읽어주는 것은 특히 쉽지 않았다. 입으로글을 읽는 것과 동시에 스스로 무당벌레를 홈에 넣으려는 아기를 설득시켜야 했고, 재빠르게 무당벌레 종이 인형을 아기의 손에서 낚아채 구멍에 넣어 다음 페이지를 보여주는 기민함이 필요했다.


아기는 자신이 무당벌레를 움직일 수 있다고 고집을 부리면서도 종이 인형과 책을 실수로 찢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투명 테이프로 정성껏 책을 수선하여 다시 읽을 수 있게 만들어 줬다. 엄마의 투명 테이프가  사랑의 방패막이가 되어 무당벌레 종이인형은 그 생을 조금씩 연명했고, 아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덧대는 작업을 반복했다.


아내는 인내라는 이름의 사랑으로 아기가 책을 사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아내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아이의 인생에서 '독서'라는 꽃이 피어나고 있다. 아내의 헌신과 사랑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책 밖으로 모험을 떠날 아기


'책 밖으로 모험을 떠날 아기'라고 적고, 그 앞에 '언젠가는'을 적을까 말까 망설인다. 또, 그 '언젠가는'이 아주 먼 훗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기만 하다. 그러나 아들은 나의 바람과 달리 언젠가 내 품을 떠나 세상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내가 살았던 중국, 내가 가보지 않은 미국, 어쩌면 우리 모두 가보지 않은 지구 밖 달나라로 모험을 떠날지도 모른다.


매일 밤, 아기에게 '문을 두드려요'를 읽어 주는 일은 지루함과의 싸움이기도 했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아이의 눈동자가 책 속 이야기와 함께 반짝일 때마다, 우리는 함께 책 속의 문을 두드리며 새로운 방으로 모험을 떠났다. 아기는 책 속에서 북 치는 아기가 됐고, 원숭이와 함께 뛰어놀기도 했으며, 아기 곰들 옆에 누워 함께 자는 상상을 했다. 상상 속에서 그렸던 모든 세계는 오로지 아이의 것이었다.


언젠가는 아더 이상 책 속의 작은 문이 아닌, 세상을 향해 성큼 나아가 과감히 문을 두드릴 것이다. 나 또한 그렇게 부모 품을 떠났다. 한, 심쿵이 그동안 읽었던 책 속의 모든 이야기들이 용기와 지혜가 되어 슬기롭게 세상을 헤쳐 나갈 것이라 믿는다. 아들은 책 속의 용사처럼 어려움을 이겨내고, 해적처럼 자유롭게 세상을 누비고, 마법사처럼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다. 으로 접하지 못했던 상을 보고 자신계를 넓혀갈 것이고, 아버지인 나는 아들을 응원해줘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언젠가는'이 가능하면 아주 아주 최대한 늦게 왔으면 좋겠다. 내 품에서 조금만 더 머물렀으면 좋겠다.


나는 아들에게 말하고 싶다.


"엄마 아빠는 언제든 여기 있을 거야. 너에게 돌아올 곳이 되어줄게. 다만 너의 모험이 아주 멋지고 또 바쁘더라도, 가끔은 집에 찾아와 아빠에게 책 너머 네가 본 세상과 모험을 이야기해 주렴."


아들의 반짝이는 눈 속에는 아직도 무수한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아이가 떠나는 그 순간에도 아이가 더 큰 꿈을 꾸기를 응원하며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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