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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스칼렛 Oct 23. 2024

나에게도 부상이라는 악재가 생기다


'달리기'와 '마라톤'을 경험하게 되고 다른 매체에 글을 올리게 되면서 여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과 소통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보다 훨씬 체력이나 신체 조건이 좋으셨던 분들이셨지만 갑작스럽게 통증이 생겨 '달리기'를 그만두게 된 사연을 종종 듣게 되었습니다. 저도 러닝 연습 후에 통증과 뻐근함을 자주 느끼기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무릎 주위가 아프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상 악재도 저를 피해가지는 않았습니다.

달리기를 하러 나갔는데 순간 오른쪽 발이 찌릿찌릿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무릎이나 종아리가 아프시다고들 하시던데 저는 발바닥과 그 윗부분인 발이 아팠습니다. 운동화를 신게 되면 쏙 들어가는 부분이지요. 지면에 발이 닿게 되면 통증이 와서 절뚝거리면서 꽤 먼 거리를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뛰는 것은 고사하고 걷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해 절뚝거리니 남편은 이때는 쉬는 것이 상책이라며 당분간 연습을 쉬라고 했습니다.


 마라톤 풀코스는 이미 신청해 놓았는데 가만히 앉아 쉬자니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발로 뛰지는 못할지언정 다른 운동이라도 하며 미세하게라도 다른 부위 근육이라도 키우고 싶었습니다. 될지 안 될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보통 때보다 끈을 느슨하게 풀어주니 발이 들어가기는 했습니다. 워낙 좋아하는 댄스 수업이라 참석은 했는데 신기하게도 웬만한 동작은 다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다리가 견뎌주었습니다.

 요가 수업은 직접적으로 발에 부담을 주는 동작이 적어 오히려 불안한 저의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습니다. 이렇게 3주간 저는 달리기는 쉬며 다른 운동들로 마음을 다잡고 있었습니다.

 

 신기하게 어느 날, 아무렇지 않게 아프던 발이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그럼 그렇지. 쉬는 것보다는 조금씩 움직여 주는 것이 더      회복에 좋은 거야.'


 혼자 자화자찬하며 기쁨에 겨워 다시 달리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11월 마라톤 대회 풀코스를 앞두고 마음이 급하니 집에 곱상하게 머물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다음날 당장 아침 조깅을 하러 갔습니다. 원래는 10킬로미터 이상을 뛰며 개운하게 시작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잘 뛰다가 어느 순간 이번에는 괜찮았던 왼쪽발에 통증이 느껴지면서 다시 도저히 뛸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발이 붓는 것도,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도 오른쪽 발과 비슷했습니다. 쭉쭉 펼쳐지던 나의 러닝 페이스는 걷기 시작하자 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 다른 운동을 하는 와중에 오른발이 저절로 나았기에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며 신체의 자생적 회복능력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왼쪽 발도 마찬가지로 붓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아픈 부위가 안쓰럽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운동을 하며 잘 버텨주고 있었는데 제가 혹사시켜 이렇게 됐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니 달리기를 한다고 발톱이 시커멓게 변한 부위도 있었습니다. 마치 나의 발이 어떤 존재인양 동정심이 느껴졌습니다. 꼬물꼬물 누르며 지압도 하고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감성적 마음도 잠시, 절뚝거리며 편치 않은 상태에서 저는 다시 다른 운동들을 시도하였습니다. 아침에 요가를 갔다 오니 그전까지만 해도 절뚝절뚝 제대로 못 걸었던 발이 어느 정도 걸을만하게 느껴졌습니다.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저이기에 오후에 당장 댄스 수업을 하러 바로 차를 몰았습니다. 정도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통증이 있는 채로 말이죠.

 저는 믿고 싶었습니다. 이런 아픔들이 더 튼튼한 힘줄과 근육, 더 강한 연골과 뼈가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요. 이 과정을 잘 헤쳐나간다면 다음번엔 더 건강한 발로 저와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죠.


​ 저를 지켜보던 남편이 말했습니다.

"이번 서울 마라톤 그냥 포기하고 담에 갈까?"

저의 대답은 단호했습니다.

"아니! 난 꼭 갈 건데?

완주를 못해도 그 분위기와 열기를 느끼고 싶어."

"그래? 그럼 가보자."


사실 저는 대구에 살고 있지만 첫 풀코스 대회로 서울의  JTBC 마라톤을 신청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처음으로 하는 의미 있는 도전에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우뚝우뚝 솟아있는 서울 대로변을 뛰어보고 싶었습니다. 차로 지나가며 지켜보기만 했던 한강도 뛰면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수도에서 젊은 열정으로 신나게 뛰고 싶었던 것이죠. 하지만 많은 인구가 모여있기에 서울 마라톤 (특히 풀코스 : 42.195km)은 접수부터가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기대와 목표를 두고 달려오고 있던 터라 되든, 안되든 최선을 다해 준비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상 없이 건강한 몸이 제일 중요했습니다. 다시 저는 저의 발을 가만히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항상 고맙고 대견한 저의 발을 위해 시를 적어보았습니다. 그 시를 소개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아픈 내 발


                                                    - 글쓰는 스칼렛 -


욕심 많은 주인덕에  틈 없는 내 발.


​산을 좋아하는 건 내가 아닌 주인인데

흙길과 데크와 바위를 부지런히 올라가 줬건만,

남는 것은 풀풀 날리는 먼지와 쾌쾌한 발 냄새뿐.


​실내에서 하는 댄스라 새것 같은 운동화에 기분 좋았건만

이리 폴짝, 저리 폴짝

엉덩이와 어깨까지 가세하니 그 흥을 마지못해 맞추어준다.


맨 발로 따라가니 이번엔 요가.

발 끝에 힘 주라며 꺾었다가 폈다를 반복한다.

천장으로 높이 뻗쳐 가장 높은 곳이라 좋아했는데

이내 바닥으로 내려와

온몸의 무게를 나더러 버티라며 힘주라 한다.


​이제는 뛰는 시간.

무거운 온몸의 무게를 발목과 내가 버틸려니 버겁다.

주인은 또 욕심이 많아

편치 않은 나를 질질 끌며 끊임없이 움직이라 재촉한다.


​이제는 쉬고 싶다.

한 발이 먼저 아파서 나자빠졌다.

슬슬 기운을 차리니

다른 발도 아프다며 신음소리를 낸다.


​주인의 부드러운 손이 이제서야 우리에게 온다.

수고했다며, 고생이 많았다며,

따뜻한 손길로 부드럽게 어루만져준다.


아직은 아프지만,

아직은 내 기량을 온전히 펼칠 수 없지만,

언젠가 또다시

주인과 너른 들판을 맘껏 달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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