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회는 5km의 가족마라톤이었습니다. 해 보지 않았던 경험이라 설렜고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음의 하프코스 출전은 제대로 연습을 한 뒤, 달리기라는 세계에 제대로 발을 들여놓은 것 같아 흐뭇하고 보람된 느낌이었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 "
는 말도 있듯 이 여세를 몰아 42.195km의 풀코스를 신청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너무 막무가내로 일을 저지르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만약 성공한다면 정말 멋진 일이 되지 않을까?'
내 마음은 후회와 걱정, 두려움과 기대감이 마구마구 뒤섞이는 회오리 속에서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고요하게 진정된 상태가 아니라서 그런지, 초심자의 열성과 의지가 한 풀 꺾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점점 더 차올라야 하는 재미와 즐거움보다는 의무감과 책임에 몸도 무거워지고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도움을 받고 나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
풀코스 완주를 포기하고 싶진 않아 무엇이든 붙잡고 나를 일으켜 세워야 했습니다. 내가 달리는 이유와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 내게 '달리기'의 의미는 -
"제가 생각할 때 달리기는
숨이 턱턱 차오르고, 목표한 거리를 1km씩 접근해 갈 때마다 나의 신체와 정신의 의지를 시험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공부나 일 등의 정적인 활동에도
물론 크고 많은 정신력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오늘은 얼마만큼 뛰어 볼 것인지,
어느 속도로 달려볼 것인지,
매 순간 고민하며 결정을 내려야 하거든요.
혼자라 그때그때의 몸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목표와 성취가 달라져서 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풍경을 바라보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또한 나의 시선에서 바라봤던 타인을 생각해 봅니다.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
내 마음이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
내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지,
앞으로의 나의 미래와 방향성은 어떻게 잡을 것인지...
작게는 어제, 오늘에 있었던 일부터
크게는 몇 년, 몇 십 년 후의 모습을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세상에 유명한 사람들이 산책을 하며
좋은 생각들을 많이 했죠?
달리기로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단, 숨가쁨과 화끈한 열기가 더 확연하게 느껴지고, 내 몸을 가득 메우고 있는 피와 신경들의 열성적인 몸부림과 함께 말이지요.
음악을 들을 때, 풍경을 볼 때, 책을 읽을 때, 자연을 감상할 때와는 또 다른 사색의 접근법에 달리기의 매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