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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스칼렛 Oct 22. 2024

나에게 '달리기'의 의미는

 

첫 대회는 5km의 가족마라톤이었습니다. 해 보지 않았던 경험이라 설렜고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음의 하프코스 출전은 제대로 연습을 한 뒤, 달리기라는 세계에 제대로 발을 들여놓은 것 같아 흐뭇하고 보람된 느낌이었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 "

는 말도 있듯 이 여세를 몰아 42.195km의 풀코스를 신청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너무 막무가내로 일을 저지르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만약 성공한다면 정말 멋진 일이 되지 않을까?'


 내 마음은 후회와 걱정, 두려움과 기대감이 마구마구 뒤섞이는 회오리 속에서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고요하게 진정된 상태가 아니라서 그런지, 초심자의 열성과 의지가 한 풀 꺾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점점 더 차올라야 하는 재미와 즐거움보다는 의무감과 책임에 몸도 무거워지고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도움을 받고 나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


 풀코스 완주를 포기하고 싶진 않아 무엇이든 붙잡고 나를 일으켜 세워야 했습니다. 내가 달리는 이유와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 내게 '달리기'의 의미는 -



"제가 생각할 때 달리기는

숨이 턱턱 차오르고, 목표한 거리를 1km씩 접근해 갈 때마다 나의 신체와 정신의 의지를 시험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공부나 일 등의 정적인 활동에도

물론 크고 많은 정신력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오늘은 얼마만큼 뛰어 볼 것인지,

어느 속도로 달려볼 것인지,

매 순간 고민하며 결정을 내려야 하거든요.

혼자라 그때그때의 몸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목표와 성취가 달라져서 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그러면서 풍경을 바라보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또한 나의 시선에서 바라봤던 타인을 생각해 봅니다. ​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

내 마음이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

내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지,

앞으로의 나의 미래와 방향성은 어떻게 잡을 것인지...

작게는 어제, 오늘에 있었던 일부터

크게는 몇 년, 몇 십 년 후의 모습을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세상에 유명한 사람들이 산책을 하며

좋은 생각들을 많이 했죠?

달리기로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단, 숨가쁨과 화끈한 열기가 더 확연하게 느껴지고, 내 몸을 가득 메우고 있는 피와 신경들의 열성적인 몸부림과 함께 말이지요.​


음악을 들을 때, 풍경을 볼 때, 책을 읽을 때, 자연을 감상할 때와는 또 다른 사색의 접근법에 달리기의 매력이 있습니다.

위의 활동이 감정과 뇌의 활동에만 기반한 것이라면,

달리기로 온몸을 후끈후끈 달아오르게 만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몸속의 온갖 유기물의

에너지 넘치는 힘찬 분주함을 느껴본다면,

나의 사고도, 마음가짐도 

왠지 더 긍정적이고 활기찬 그 무엇으로 나아갈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모든 운동이 다 그렇겠지만,

달리기는 유독 나의 신체 능력과 한계치를

직설적으로, 과감하게 보여줍니다.

더 빨리 뛰고 싶다고,

더 오래 뛰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절대 호락호락하게 허용해주지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목표건 운동이건 뭐건,

이제 그만 뛰어도 된다고 누가 말해준다면

두 손 들고 반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언제 멈출 수 있을지 거리를 보여주는 시계만

자주 들여다보는 이유입니다.


어제도 12km의 목표치에 도달하고 나서

고민을 했습니다.

'조금만 더, 1km만 더 달려보자.'

그런데 다리는 무겁고 속도는 느립니다.

더군다나 엉덩이와 하체는 점점 뻣뻣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1km를 마저 더 뛰었다는 사실이

마지막 종결의 또 다른 성취감으로, 또 다른 기쁨으로 작지 않은 보람을 안겨주었습니다.


​달리기를 통해 나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직시하기에,

그날의 유종의 결과가 더 소중하고

앞으로의 목표를 자만하지 않고

내 몸의 상태에 순응하며 

덤덤하게 세워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달리기는 가장 짧은 순간, 가장 화끈하게 

내가 나를 만나게 하는 시간을 제공하는 운동인 것 같습니다. " 



 

달리기를 하고 나서 땀 흘렸던 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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