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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 lee Sep 07. 2024

소소한 폭력에 대한 소심한 복수

-소소한 폭력의 기억이 밀려올 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별 것 아닌 듯 건넨 농담이 뼈 때리는 말로 마음을 가격할 때가 있다. 나도 직장 신입 시절 그런 일들을 당했으나 그때는 그런 일이 다반사라 그려려니 하고  지냈다. 그러다 세월이 지난 문득 떠오를 때마다 분하고 괘씸한 생각에 부르르 떨 때가 있다.

  

  이들 소소한 폭력은 티가 안 날 정도로 아주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전체가 아닌 일부를 향한 것이기에 분노의 장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개인이 속앓이를 하다 말게 한다는 것이다.

  

초임 2년 차 때 학교 행사로 토요일에 근무하러 간 적이 있었다. 아이들 인솔이라 고된 행사를 마치고 참여한 교원들은 학교 예산으로 점심을 먹고 가라고 하였다.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와서 배가 고팠던지라 점심을 먹고 귀가하려고 식당으로 갔다.

  도착하니 교장과 교감 선생님 연배가 있는 선생님들이 앉아 계셨는데 그날따라 젊은 교사들이 거의 없었다. 운이 안 좋았던 것일까.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런 날은 데이트하러 가야 하지 않나? 먹으라고 해도 얼른 도망가려고 하는데... 하하하'"

한참 신규인 나는 어른들의 농담에 받아치지 못하고 웃어넘겼고 그때 왜 제대로 받이 치지 못했나 지금도 후회가 밀려온다.  미소 장착하고 " 제가 한 노동의 대가인데 점심은 먹고 가야죠. 그리고 제 연애사업에 대한 관심은 끄시죠."


그때 나는 남자친구와 사귀다가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자신들의 돈도 아닌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밥을 먹으러 왔는데 자신들은 그럼 사랑하는 가족들은 두고 왜 여기 밥 먹으러 오셨는가? 아마 요즘 미혼자들에게 그런 말을 했다면 스타워즈의 제다이 레이저 광선검 눈빛이 날아왔을 것이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신규 1년 차에 00군으로 발령이 났는데 6 학급에 소규모 학교였다. 전 학년을 맡은 담임선생님이 열심히 잘하셨는지 두고두고 교무실에서 칭송을 하였다. 그런데 거기까지는 좋았다. 무슨 일만 하면 전에 교사는 어떻게 했는데 이렇게 했는데 교장선생님의 스토리텔링은 멈출 줄은 몰랐다.

요즘 같으면 당장 갑질 신고가 들어갈 행동이지만 그때는 그저 관리자가 하늘이던 시절이라 잠자코 듣고만 있었고 그 말을 저지하는 선배교사들 조차 없었다.

지금 나라면 " 아휴 교장 선생님 말씀은 알겠으나 신규 선생님이 아직 배워가는 중이라 비교는 그만하시고 믿고 지켜봐 주셨으면 해요."라고 말해 줄 것이다.  아마 그전에 그 교장선생님은 요즘 똑똑한 MZ세대 교사들에게 먼저 갑질신고를  당했을 거 같다.


또 신규 3년 차 때 아이의 수학 점수가 낮다면 한 학부모가 오셔서 웃으며 농담처럼 시험지를 내밀었고, 과외교사를 나무라듯 점수가 왜 이렇게 나왔냐고 하신 학부모가 있었다


요즘은 과외교사에게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그때는 나보다 윗사람에 대한 알 수 없는 중압감을 느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5살 내외로 차이도 안 났던 거 같다. 원인은 아이들의 심리 변화, 가정 내 환경 변화 등도 요인이 될 수 있는데 무작정 학교 탓으로 돌리는 한마디로 개념을 밥 말아 드신 학부모였다. 아마 아이 점수를 걱정하며 나와 상의하여 점수를 높여볼 방법을 궁리하였다면 아이의 인생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후 나는 내 덕분에 각종 과학상, 공책 정리를 열심히 강조한 덕에 중학교에서 공책 정리상을 받았고 또 어떤 분은 중국 국제학교에  붙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많은 학부모를 만났으나 이 학부모의 무례함은 오랫동안 씁쓸한 기억으로 남았다.

 

개그맨 장동민이 아직 개그맨 시험에 붙지 않았을 때 복도식 아파트에서 살 때라 시끄럽다고 한 이웃이 있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이해하는데 "여의도에 가지도 못 할 거면서 "라는 비꼬는 농담으로 비수를 꽂았다고 한다. 이후 장동민이 kbs 공채 개그맨이 된 후 그 이웃이 사인을 받으러 오셨단다. 장동민도 여의도에 가지도 못할 거라던 개그맨에게 사인은 왜 받냐며 소심한 복수로 결국 사인을 안 해 주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할 때 그답다는 생각으로 웃었으나 살다 보며 선을 넘은 폭력에는 그처럼 그에 맞는 깨달음을 주고 싶을 때가 있다.


안녕하세요. 그때 저에게 그런 말하신 분들 잘 지내고 계시나요? 가끔 그때 괜히 그런 말 했다고 후회하신 적은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용서해 드릴게요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마세요. 만약에 아직도 잊고 계시다면 또 아직도 '그런 말 정도는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시고 계시다면 한 번쯤은 같은 일을 겪어 보시고 '아차 나도 그랬었지...' 라며 후회가 물밀듯 밀려올 때가 있으시길 바랍니다 비록 이생에 꼭 깨닫고 마음속으로도 미안해 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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