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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 lee Oct 27. 2024

연재를 마치며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교사도 그렇다

  어느 날 내가 교사를 안 하면 무엇을 하고 살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경찰? 경찰복 입은 여순경 멋있지. 그런데 주취자나 폭력적인 사람이나도 나타나면? 몸도 날렵하지 않은 내가 과연... 고개를 젓는다. 그럼 음 군인 오래 매달리기 그런 것은 잘하는데 안 씻고 하루종일 행군, 군장 매고 달리기? 음 체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쪽은 아닌 거 같고. 음식점이나 자영업은 넓고 다양한 손님층의 다양한 입맛과 취향을 맞추려면 무척  바쁠 텐데 멀티가 안 되는 내가 과연... 가끔 있는 일명 진상 고객들을 대응할 수 있을까? 소심하고 예민하여 작은 일에도 잠을 못 이루는 네가? 그리고 누군가 실속을 차리지 않고 퍼주는 나에게 장사는 하지 말라고 했다. 장사란 이윤이 기본적인 전제인데 그 이윤에는 관심이 별로 없으니까 그러면 작가? 음 하루에도 수천 권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 밥이나 먹고살 수 있을까?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있는 자리가 가장 편안하고 잘 맞아서 지금도 거기 있는 거라고. 

 

  물론  나의 교사생활이 편안했던 것만은 아니다. 일 년 열두 달 속마다 도른도른 힘들었던 아이들, 힘든 업무, 또 대응하기 어려웠던 학부모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여 대처하며 살다 보니 어느덧 교사생활 22년 차 되어 있다. 

  다른 직업은 모르겠으나 교사는 1년마다 기계로 치면 리셋되는 기분이다. 왜냐하면 아이들도 바뀌고 교실이나 심지어 가르치는 학년도 바뀌기 때문이다. 주위 동료들과 나는 매년 새내기 교사가 되는 기분이라는 말을 하는데 정말 공감이 간다. 또 코로나 때 줌이용 화상수업 등으로 교육 방식도 많이 바뀌어 현재도 수많은 AI나 정보 관련 연수를 듣고 내년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디지털 교과서 관련 연수도 모든 교사가 출장을 통해 들을 예정이다.

   어느 정도 긴 시간 교사생활을 했지만 할수록 미래가 선명해 보이는 것이 아닌, 안갯속을 달리는 기차를 타고 있듯이 미래를 알 수 없다. 그저 교사라는 직업에 몸을 싣고 새로 만나는 아이들을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열심히 묵묵히 가르치고 지도할 뿐이다. 

  앞으로 나의 남은 날들도 어떤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날지 모르고 어떤 일이 생길지 가끔 두렵기도 하지만 아직은 학교라는 공간이 진정한 배움을 지향하는 많은 학생과 학부모 및 교직원들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믿고 싶다. 

  학교라는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테나 학당같이 학문을 배우며 때로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하며 진정한 배움의 기쁨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리고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자연과 함께 어울리며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는 생태주의 감수성을 가진 아이들로 자라는 곳이 되길 바란다.  

  지금도 열심히 아이들 교육에 힘쓰시는 모든 동료 선생님들에게 내일 월요일 부디 가벼운 발걸음으로 우리의 정체성이 있는 그곳 학교로 향해서 다시 힘내서 즐겁게 가르치자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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