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불혹 1부 15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국현 Sep 30. 2023

불혹 15. 포럼

<부동산소재소설 1부>

              


         을지로 롯데호텔 연회장에서 세미나가 있다. 광화문포럼 행사이다. 부동산 사업을 하는 기업인과 부동산학과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친목 단체이다. 이 모임을 처음 만든 사람은 S그룹 비서실장을 하다가 1970년대 후반 40대가 되면서 정치에 입문, 한국도로공사 대표이사로 정년퇴직한 이상천 회장이다. 은퇴하는 시점에 백제대학 총장을 만나서 부동산학과를 만들자고 제안하였다. 그리고 기업체 경제 연구소에 근무하는 박사들 몇몇을 데리고 1993년에 부동산학과를 만들었다. 지금은 뒤로 물러난 명예회장이지만, 포럼의 실세로 활동한다. 포럼은 현재 260명의 정 회원이 구성되어 강력한 네트워크를 자랑하고 있다. 

         “오진명 국장님, 여기 포럼은 처음이지요? 저는 대여섯 번 왔습니다. 이상천 회장, 저 노인네를 볼 때마다 사골국이 생각납니다. 겸임교수 타이틀 가지고 대학에 가서 농담 따먹기 강의해도 아무도 뭐라 안 해, 여기 포럼에 오면 늘 어른 대접 그리고 마이크 주면 자기 자랑질, 우려먹어도 너무 우려먹습니다. 징그러운 노인네입니다. 그리고 저 노인네에게 비위 맞추는 대학교수들도 한심합니다. 백제대학 강만호 교수가 광화문포럼 현재 회장입니다. 연구소에 일하던 젊은 학자를 저 노인네가 데리고 와서 대학에 부동산학과를 만들면서 교수로 영입했고, 지금 부동산 관련하여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교수 중의 한 사람으로 되었습니다.”

         “저렇게 살려면 시대를 잘 타고 나야 합니다. 지금은 7~80년대가 아니죠.” 

         “아무튼 이상천 회장은 세상을 가지고 노는 사람입니다. 은퇴를 모르는 노인입니다. 아마도 심장 부여잡고 화장실에서 쓰러질 때까지 저렇게 살 것입니다.”

         “오늘 윤희로 의원이 세미나 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아무튼 와보자고 연락해주어 감사합니다.”

         “뭐, 겸사겸사 저녁 먹자고 연락한 것입니다. 알고 계시죠? 제가 문자 드렸는데”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오죠?”

         “서수경 박사님, 김보경 박사님, 그리고 오 국장님과 같은 랩에 있던 임동일 박사님입니다. 저기 앞에 앉아있네요, 다른 분들은 제가 별로 친하지 않아서”

         오진명 국장은 잠시 후에 강만호 교수의 안내를 받아 윤희로 의원이 들어오는 것을 본다. 윤희로 의원은 맨 앞에 앉아있는 이상천 회장을 보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한다. 이상천 회장은 악수와 포옹으로 맞이한다. 잠시 뒤, 자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윤희로 의원을 소개하고, 바로 ‘통일한국 국토발전 정책 세미나’란 주제로 윤희로 의원이 강연한다. 

         “통일되면, 우리나라는 두 개의 큰 길이 열립니다. 첫 번째는 목포, 인천, 개성, 평양, 신의주까지 연결되는 고속도로입니다. 새로운 실크로드를 창조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그 시작점은 목포입니다. 두 번째는 부산에서 강원도를 거쳐 함흥, 청진,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로 연결되는 철도입니다. 유럽대륙을 횡단하게 될 것입니다. 그 시작점은 부산입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동방의 끝에 있는 작은 나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륙의 맨 앞에서 세계를 진두지휘하는 나라임을 보여 주게 될 것입니다, 통일되는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대륙의 시작점에 태평양을 바라보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바다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였습니다. 통일된 우리나라는 만주 벌판을 향해 입을 벌린 호랑이가 아니라, 태평양을 지배하는 용의 나라입니다. 태평양을 지배하는 나라···.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 그게 우리 대한민국입니다. 저 윤희로는 그 길을 뚫고 나가겠습니다.” 

         윤희로 의원은 청중들 마음을 휘어잡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이 생기게 하는 연설이다. 정책 세미나가 아니라 윤희로 연설 무대였다. 극적인 순간은 PT 화면이 바뀌면서 세계지도가 뒤집혀서 보여 줄 때였다. 여의주를 입에 물고, 태평양을 날고 있는 용으로 우리나라가 그려진 것이다. 그 순간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진명 국장도 자기도 모르게 손바닥을 두들겼다. 오 국장 맘에 뭔가 격한 감정이 용솟음친다. 평소에는 눈꼽 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던 애국심이라는 그런 감정의 일부이다. 그것을 보고 태현이는 미소를 짓는다. 자기가 생각한 연설 아이디어가 먹힌 것이다.

         윤의원은 자기 연설이 끝나자마자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함께하지 못한다는 양해를 구하고, 이상천 회장 및 몇몇 사람들과 악수한다. 그리고 강 교수의 안내를 받아 청중들 사이로 걸어 나온다. 나오다가 정태현이와 눈이 마주치자 걸음을 멈추고 악수를 청한다. 정태현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고개를 들자, 조용히 한마디 한다. 

         “오늘 고마웠어요. 조만간 한번 밥 먹읍시다.” 

         “네, 알겠습니다.” 

         이 소리를 옆에 있던 오진명 국장과 강만호 교수가 듣는다.      


         


         롯데호텔 지하에 있는 BAR이다. 찹스테이크 안주와 맥주가 깔린 테이블이다. 광화문부동산포럼의 1부 행사가 끝나자마자 다섯 명은 이리로 자리를 옮겼다.

         “자, 한잔들 하시지요, 박사님들”

         “서 박사와 김 박사는 강 교수가 지도교수라 같은 Lab이고, 임박사와 오진명 박사가 같은 Lab, 저만 다르네요, 혼자라서 외롭습니다”

         “어머나, 정 박사님 그러면 안 되는데”

         “서 박사님은 이번에 신공항 예비 타당성 조사 용역에 참여한다고 하시었죠? 끝날 때 되지 않았나요? 강 교수님은 제자들을 확실하게 챙기시는 분 같습니다. 아무래도 광화문부동산포럼 회장님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학회의 학회장이시니, 발이 넓어 요소요소에 제자들을 잘 연결해주는 것 같습니다. 서 박사님이 지금 나이가 아직 마흔이 안되었죠? 김 박사님이 더 많죠?”

         “제가 지금 39이고, 김 박사님은 42입니다.”

         “정말 잘 선택하신 길입니다. 여기 오진명 박사야, 뭐 공기업에 부장이니 그렇다 하고, 저는 40대 중반에 학위 받았기 때문에 사실 공부보다는 명함 때문에 박사학위를 딴 것입니다.”

         “왜 그러세요? 정 박사님이 후배들한테 거의 나침판 같은 분인데요, 교수님들도 수업 시간에 언급합니다만, 정 박사님이 재학 중에 싱가포르 부동산 투어를 기획한 일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정 박사님의 그 기획 덕분에 후배들은 해외부동산탐방을 3학점으로 처리하여 수업의 부담을 덜고 있습니다.”

         “정 선배가 코스웍 과정에 있을 때, 싱가포르 도시계획청에 이메일 보내서 비용을 일부 받아낸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싱가포르 부동산 현장실습으로 프로그램이 개발된 것입니다. 그리고 오진명 선배님, 술 한잔 받으시죠? 지난번 조언 감사했습니다.”

         “임동일 박사는 지금 남양주 토목과 과장이라고 하시었나요?”

         “네, 맞습니다. 서울에 못 있고, 외곽으로 돌고 있습니다. 힘 좀 써 주십시오, 선배님,”

         “내가 무슨 힘이 있나, 나야 월급쟁이인데,”

         “오진명 박사님은 정치에 관심이 없나요? 제가 보기에는 기회가 있을 것 같은데, 공기업에 근무하신 것이 20년 넘으셨죠? 박사학위 있겠다 뭐, 잘 화장하면 충분히 줄을 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자리를 만들어 드릴까요”

         “기회만 있으면 해보고 싶지요,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요? 아까 보니 윤희로 의원하고 친분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정태현 박사가 인연을 만들어 준다면 제가 꼭 신세는 갚겠습니다.”

         “그럽시다. 한번 제가 자리를 만들어보지요, 김보경 박사님은 이번에 SH 연구실에 정직원으로 들어가시었다고요? 축하드립니다. 서울시 부동산정책은 이제 김 박사님 손에서 나오겠군요, 잘 부탁합니다.”

         “정 선배님, 왜 그러세요? 기억하세요, 예전에 제가 1학기 과정에 있을 때, 술 한잔 사주시면서 저에게 자극되라고 하신 말씀?”

         “제가 뭐라고 했는데요?”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정 선배 발꿈치도 못 따라갈 것이라고 했거든요? 정말 심한 말이었는데, 제가 독기를 품어서 3년 만에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자극 줄려고 한 말이었으면 성공한 조언이었습니다.”

         “오~, 정말요? 기억에 없는데, 암튼 실수한 것이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서 박사님은 강 교수 방에 아직 있는 거죠? 박사학위 이번에 못 받나요? 논문 다 쓰신 것 아닌가요?”

         “네,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자꾸 강 교수가 논문을 계속 다듬자고만 하네요, 조금만 더 다듬으면 좋은 논문이 나올 것 같다고 하시는데, 저는 모르겠어요, 그리고 여기 네 분하고 다르게 저는 아직 학위가 없어 박사라고 하기에는 좀 염치가 없네요.”

         “아닙니다. 서 박사님 통계 능력이야 우리가 다 아는 것인데, 논문이야 뭐 통계에 나온 값을 정리하는 것인데, 저는 통계 돌릴 줄도 모르는데, 서 박사님이 진짜 박사지요, 제가 짝퉁입니다. 박사가 실력이 있어서 박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잘 알잖아요, 통계 돌릴 줄도 모르는 박사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통계만 알지, 실무를 전혀 모르는 박사들도 차고 넘칩니다. 논문기술자들 얼마나 많습니까? 그리고 대단한 연구를 한 것으로 포장하는 사람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통계학과 학생들이 보면 웃기는 세상으로 보일 것입니다.”

         “통계전문가인지? 부동산 전문가인지? 헷갈립니다.”

         “그런 사람들이 전문가랍시고 떠들어대고 있으니 맨날 뒤죽박죽입니다. 제멋대로 해석하는 것이죠.” 

         “우리 대학 박사 출신으로 진주대학교에서 강의하는 양용식 교수 아시죠, 그분이 대표적인 논문기술자 아닙니까? 논문만 기계적으로 써내는 사람, 통계 조작으로 한번 망신당하기도 했던 것 다 아시잖아요”

         서수경은 생각에 잠긴다. 경상도에 신규로 추가하는 신공항 관련하여 ‘공공기관 사업 예비타당성조사’는 거의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용역 보고서를 정리하면서 관련 기관의 입맛에 맞는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다. KDI와 국토부 관계자와 협의하고 미팅하는 과정에서 이점에 대한 해결을 찾아야 했다. 사업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는 사업성이 있어야 했다. 사업성이 없다는 보고서는 신공항 사업을 무산하는 것이다. 선거공약이므로 무조건 사업성이 있는 보고서가 나와야 한다.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흐지부지될 것이다. 강만호 교수는 서수경에게 통계의 숫자를 일부 수정하여 근접한 숫자가 나오도록 ‘마사지’를 요구하였다. 

         지금 여기 모인 사람들은 논문의 통계 조작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하는 일에···,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들어가는 일도···, 이렇게 조작된 데이터로 집행되고 있다는 것을 이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논문 조작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사가 정말 박사인가? 라는 회의가 들었다. 가끔 언론보도 자료에 사업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사업성이 있다고 해서 개발 운영하는 경전철, 고속도로, 신공항 등이 적자투성이라서 세금 먹는 하마가 되어있다는 보도자료를 본다. 본인이 한 것은 아니지만, 공부를 한 사람으로 일말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곤 한다.

         “서 박사님, 논문 통과는 벌써 되어야 하는데, 혹시 강 교수 술 좋아하시나요? 저하고 여기 임동일 박사는 김명준 교수에서 술 무지하게 샀습니다. 술 먹고 싶으면 우리에게 전화해서 술 먹자 하고, 그러면 무조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술 사주고, 단란주점 가서 새벽까지 술 먹고, 술 먹으면서 논문지도 받습니다.” 오 국장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말한다. 그 모습을 임 박사가 보고 말한다.

         “우리 Lab은 술 사줘야만 논문 통과합니다. 다들 아시잖아요, 김명준 교수가 어떤 사람이지? 논문지도 한답시고 맨날 술 먹자고 하면서 술값 내게 하는 사람, 그에 비하면 강 교수는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논문 완성도를 높이자고 하는 것이잖아요” 

         서수경은 강만호 교수가 저녁을 먹은 적도 많고, 가볍게 술을 먹은 적도 꽤 된다. 한번은 술에 취해서 BAR를 간 적이 있다. 광화문 광장이 보이는 5층에 있는 BAR였다. 창밖을 나란히 앉아서 볼 수 있는 실내 구조였다. 그렇게 술을 마시다가, 다소 성적인 농담을 하기 시작했다. 술에 취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점점 이야기의 수위가 올라가는 것을 강 교수가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예상하지 않았던 의외의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집에 갈 시간이라고 하고는 서둘러 헤어졌다. 

         “강 교수 연구실에 누가 있지요? 서 박사하고, 이번에 논문 학기 들어온 신은주인가요? 그리고 김미경은 왔다 갔다 하는 것 같고, 다른 분들은 직장이 있으니 연구실에 있기 힘들 것 같고, 암튼 고생하시네요.”

         “정말 논문 완성도를 높이는 거면 저도 좋겠어요.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한 학기 더 강 교수 연구실에 있어야 합니다.”

         “강 교수가 지도하는 사람 중에 남자들이 거의 없죠? 남자들은 논문지도를 잘 안 받는 것 같은데···,”

         “우리 Lab은 여자 박사님들이 한 분도 없는데···,”

         술과 과일 안주가 새로이 추가되었고, 주거니 받거니 맥주를 마시면서 논문 이야기를 시작으로 각종 부동산 Issue를 가지고 마구잡이 토론을 한다. 말을 듣기보다는 말을 하면서 지적인 능력을 뽐내고 싶은 사람들이 박사들이다. 과부 마음은 홀아비가 아는 법이다. 한마디 하면 바로 한마디하고, 쉬지 않고 떠든다.

         “이번에 정권 잡은 한국당에서 박 대통령이 새로 법안 추진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주된 내용이 권리금 회수 방안을 만들어 주는 것인데···,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태현이가 화두를 던지면서 말한다.

         “숨어 있는 지하경제를 양지로 끌어내자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결국은 착한 임차인과 나쁜 임대인들 편 가르기 한 것이고, 지난 대선에서 선거전략으로 활용해서 재미 본 것 아닙니까? 한국당의 민병대 의원이 처음에 여론몰이 한 것입니다. 연예인 가수가 매입한 건물에 있던 임차인이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는데, 건물주가 바뀌면서 쫓겨나는 그림으로 언론 Play 한 것입니다.”

         “어떻게 쫓겨날 수 있죠? 계약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계약이 있어서 중간에 내보낼 수 없지요, 계약이 종료해서 계약 연장을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쫓겨난다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국민은 그런 것을 전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냥 나쁜 임대인, 착한 임차인으로 기억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생, 공존, 또는 함께 하는 세상이란 키워드로 포장하는 것입니다.”

         “권리금은 임대인과 관계없는 것이 관행입니다. 임차인끼리 주고받는 돈입니다. 그런데 권리금의 성격은 대법원의 판례에서 일관되게 명시한 것이, 시설, 영업, 그리고 지리적 입지에 대한 유형무형의 금전적 가치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설이나 영업 권리금은 같은 업종으로, 즉 현재 치킨집을 하는 임차인이 새로이 치킨집을 하는 임차인에게 각종 비품이나 인테리어 그대로 사용하게 하고, 영업 know-how를 알려줄 때만 가치가 있는 것으로···, 임차인이 받을 수 있는 돈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치킨집에서 핸드폰 점포로···, 임차인이 바뀌어도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권리금을 주라고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웃기는 것이죠. 이것을 인정하라는 법이 만들어졌으니···, 법조문을 들여다보면 앞뒤가 하나도 안 맞습니다. 어처구니없는 법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난달, 본부장들 사내 교육이 있었는데, 권리금에 대한 강의가 있었습니다. 그때 감정원에서 나온 분이 권리금 평가는 같은 업종으로 승계될 때만, 권리금 가액을 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 감정평가사들에게 지침이 내려갔다는 식으로 강의하였는데···, 아닌가요?”

         “실무와 따로 노는 법 제정, 실무와 따로 노는 행정지침, 그게 문제입니다.”

         “법조문을 읽어보면 임대인도 권리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해 놓았습니다. 그게 왜··, 그런가 하면···, 지리적 입지에 대한 바닥 또는 지역 권리금이라고 하는 것 때문입니다. 부동산의 입지에 대한 것이니, 임차인이 주장할 수 없는 권리금입니다. 법조문에 나와 있는 문장을 실무에 그대로 접목해서 해석하면 권리금은 임차인보다 임대인을 위한 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법제처에서 이 법안의 숨어 있는 의도는 그게 아니라고 답변해서 충격받았습니다. 법조문을 읽을 때는 단어가 아니라, 숨어 있는 뜻을 알아야 한다는 논리 같아서 어이없었습니다. 이런 걸 개차반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요? 아무튼 선거전략으로 만들면서 나름 논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법을 만들 때, 부동산 실무를 아는 전문가들이 참여하지 않고, 경제학과 교수들과 법대 교수들이 자문으로 참여한 것입니다. 경제학과 교수들은 거의 사기성에 가까운 권리금을 재산권으로, 법대 교수들은 관습법의 성격으로 규정하여 언론에 법 제정의 필요성을 홍보하여 주었습니다. 정치 논리에 교수들이 들러리 나팔수 노릇 한 것입니다.”

         “김보경 박사님이 SH에서 일하시니, 이거 논문을 한번 써 보시죠?”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자료를 연구도 할 겸해서 쓰시면 될 듯합니다.“

         “그러네요, 계약이라고 하는 행위···, 돈을 주고받는 행위···는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여 금전적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여야 하고, 주는 사람을 보호해주어야 하는데, 반대로 돈 받고 Bye-bye 하는 사람을 보호한다는 법이네요. 계약이라고 하는 것은 쌍방의 이행 의무가 있는 것인데, 돈을 받았으면 그에 상응하는 어떤 행위가 없네요, 그냥 돈 받고 가네요, 결국 허공에 날리는 돈···, 돈 주는 사람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논리가 나오네요. 결국 사기네요. 오~ 하나 배웠습니다. 제가 논문 한번 써 보고 싶네요, 김 박사님 같이 공저로 쓰실래요?”

         “그럼, 국민이 서로 ‘사기’ 치라고 만든 법이라는 것이네요? 그것을 선거전략으로 쓴 것이고···,”

         “부동산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들이니,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강원도 평창 땅을 연예인 강일동이 매입한 것을 투기라고 해서 나라가 온통 시끄러웠잖아요, 그리고 최근에 모 대학병원에 그 땅을 전부 기부하였다고 합니다. 투기인가요? 투자인가요?” 이번에는 김보경 박사가 화두를 던진다.

         “투기 아닌가요?”

         “투기라고 하시면, 투기와 투자를 구분할 수 있나요?”

         “부동산에서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학문적 정의는 취득, 운영, 처분의 과정에서 운영의 과정이 없이 단기간에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 것을 투기라 하고, 취득, 운영, 처분의 과정이 있으면 투자라고 합니다.”

         “그렇게 보면 투자네요. 취득하고 보유하고 있다. 처분은 하지 않았다. 그러면 투자네요. 처분이 없으면 시세차익을 보는 행위 자체가 없네요. 그럼 투기, 투자라고 판단할 근거가 애초부터 없는 것인데요, 지금 병원에 기부한 것은 여론이 시끄럽고, 다들 투기라고 난리를 치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취득하고 보유 중이었다면, 그러면 투기라고 할 수 있는 논리가 없는데요.”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보고 한 것이니···, 투기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여론이 시끄러워지자 보유하고자 매입한 것이지, 처분할 생각이 없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했는데···, 당사자가 아닌 우리가 ‘너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보고 매입한 것이 맞잖아, 솔직히 말해, 솔직히 말하고 잘못했다고 해’라고 한다면 웃기지 않나요? 그 사람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답을 들어야겠다는 심보잖아요. 군사독재 시절 물고문해서 듣고 싶은 이야기 나올 때까지 고문하는 것이나, 대중 언론을 통해서 한 사람을 파렴치한 인간으로 몰고 가서 듣고 싶은 이야기 나올 때까지 압박하는 것이나, 같은 것 아닌가요?”

         “돈이 문제네요, 그놈의 돈이 무엇인지”

         “그렇게 말하면 주식은 전부 투기입니다. ‘주식투자’가 아니고 ‘주식투기’가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들 안 합니다. 주식은 투자이고, 부동산은 투기로 보는 선입견이 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기와 투자는 학문적 구분이지···, 실무에서는 단 하나도 구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입니다. 내가 부동산 사서 돈 벌면 투자, 네가 부동산 사서 돈 벌면 투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심보 아닐까요?”

         “돈, 돈이 문제라고요.” 임동일 박사가 버럭 소리 지르는데, 다들 웃는다.

         “실무에서 투기와 투자 구분할 수 없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실무에서 투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미등기 전매’ 정도일 것입니다. ‘미등기 전매’가 아니라면 그 어떤 것도 투기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등기를 쳤다는 것은 보유하고 운영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평창 땅을 매입한 것은 투자라는 것으로 귀결이 되는데요”

         “국가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국부도 늘어나고, 국민도 잘살게 되는 것입니다. 국가가 경제성장을 하기 위해서 도로가 뚫리고, 기업들이 생기고, 공장들이 세워집니다. 사람들이 도시에 모여들게 됩니다.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도시의 외곽이 개발됩니다. 외곽이 개발됨에 따라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도심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것을 투기라고 할 수 있는지, 저는 그게 의문입니다. 세종신도시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만들지 말고, 평창 올림픽을 유치하지 말고, 강남개발도 하지 말고, 신도시도 만들지 말고, 그러면 절대 땅값 안 올라갑니다. 오히려 서울 안에 있는 주택가격만 지금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가격에 형성되어 있을 것입니다. 제니퍼 로렌스가 주연한 영화 ‘헝거 게임’에 보면 수도 캐피털을 중심으로 12개의 외곽지역이 나옵니다. 캐피털은 수도라는 뜻도 있지만, ‘돈’이란 뜻도 있습니다. 돈 없는 사람은 수도에 살 수 없다는 그런 뜻이 있는가 봅니다. 아무튼 영화 속의 모습, 서울이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개발을 안 하면 부익부 빈익빈의 격차는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그나마 신도시를 계속 만들고, 개발정책을 유지하기 때문에, 이정도 모습으로 우리가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올림픽을 유치하였기 때문에 강원도 땅값이 올라가는 것이고, 세종시에 행정수도를 만들겠다고 하니, 가격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그것을 아는 사람이, 주머니에 돈이 있어서 땅을 샀는데, 그게 투기인가요? 투기를 막을 수 있는 정책이 저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역시 정 박사님 생각이 깔끔하네요”

         “최근에 문준식 의원이 ‘토지공개념’을 이야기하면서 부동산 부의 창출이 불로소득이라고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것 들었는데,” 서수경이 이야기 주제를 바꿀만한 화두를 던진다.

         “부동산을 공부한 사람은 그런 말 못 할 것 같은데, 아닌가요?”

         “맞습니다. 다 반대의견일 것 같은데, 아닌가요? 찬성하시는 분 있나요?”

         “진짜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토지공개념은 이상일 뿐입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입니다. 선동전략의 하나라고 저는 봅니다. 그리고 지식인척하는 교수들이 자기를 세상에 드러내고자 그에 맞장구치는 것이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하면서 갸름하기 어려운 부를 창출한 자산가를 만들고, 그들이 사치를 조장하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사회의 불균형을 만든다면, 그런 사회는 진정으로 진보된 사회가 아니라서 반드시 저항하는 반작용이 일어난다고 헨리 조지라는 사람이 ‘진보와 빈곤’이란 책에서 주장하는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문준식 의원 같은 일부 정치인들이 논리를 보면 이 책의 논리와 아주 흡사합니다.”

         “아, 저는 그 책을 아직 못 읽었는데, 읽어야지 하면서 못 읽었네요”

         “꼭, 읽기를 추천합니다. 좋은 책입니다. 생각을 열어놓고 읽으셔야 합니다.”

         “부를 창출한 자산가를 사치를 조장한다고 단정하고 접근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논리처럼 보입니다. 떠돌아다니는 채집사회에서 벗어나 인간이 강가와 냇가에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신석기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구분하여 살았습니다. 착취당하는 자, 착취하는 자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인류가 살면서 모두가 동등한 완전한 균형을 이루어 산적이 있나요?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신석기 사회가 되면서 마을을 지키고 옆의 부족과 전투하는 병사들이 생기고, 식량을 관리하고 배분하는 사람이 생기고, 제사장이란 사람이 나타나고, 사람들의 의견을 조정하며 통솔할 왕을 뽑습니다. 인간에게 신분과 직업이 생기었고, 일의 차별이 시작된 것입니다. 육체와 정신으로 노동을 구분하고, 명령하고, 명령에 따르는 신분이 생긴 것입니다. 특정 직업을 가진 그들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가진 자들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왕과 종교가 인간을 지배하는 사회가 수천 년간 이어진 것입니다. 저도 어렸을 적에 왕처럼 살고 싶었지만, 현실은 배고프게 산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가진 자 아니고 못 가진 자였고, 착취하는 자가 아니라 착취당하는 쪽에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보다 잘사는 사람을 시기하거나 미워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기회가 오겠지···, 나에게도 살면서 기회가 오겠지··,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온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수렵사회나 채집사회처럼 나 홀로 사는 세상이 아니라면 배부른 자와 배고픈 사람으로 나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오 박사님, 의견에 일단 동의하고···,” 김보경이 주위를 둘러본다. “저는 그 책을 읽으면서 ‘헨리 조지’라는 사람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타인보다는 나’라는 본능이 있습니다. 욕구와 욕망을 내가 일단 가지겠다는 것입니다. 배가 고프면 내가 먼저 먹고,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다면 내가 일단 살고 봐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네가 먼저 먹고, 내가 죽고 너 살고 하는 그런 아가페적인 희생도 있습니다만 영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파괴적 본능도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사회이기 때문에 어두운 면이 반드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헨리 조지는 토지, 노동, 자본으로 논리를 전개하면서 경제가 발전하면서 생성되는 부가가치가 자본가들에게만 귀속되므로 노동자들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을 소유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소외되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이 나온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잘못된 분배를 고치고, 공정하게 분배하면 그 어둠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허무맹랑한 논리처럼 보입니다.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과, 만들어진 부가가치에 편승하는 것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일할 수 있는 기본 뼈대를 만드는 사람이 있고, 거기에 살을 붙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구경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단순하게 토지, 노동, 자본으로 해석하는 것은 노동이 중심이 되었던 초기 산업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맞을 수 있는 논리일 수도 있지만, 지금의 정보화된 사회, AI를 기초로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시대에서 헨리 조지의 주장은 무리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부익부 빈익빈으로 살수 밖에 없다면,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을 어떻게 고치냐는 것이죠? 부동산으로 인한 소득은 다 불로소득으로 접근하면, 다른 방법으로 사회적 갈등이 또 나오지 않을까요? 대졸과 고졸, 대기업과 소기업, 남자와 여자, 전문직과 비전문직, 의사와 간호사, 정교수와 시간강사, 정규직과 비정규직, 지배자와 피지배자, 서울과 지방, 사장과 직원, 부자 아빠와 가난한 아빠, 기술직과 단순노동 등등의 차이에서 오는 소득의 차이는 어떻게 해결하죠? 왜 부동산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구분하죠?”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요”

         “서울 자기 집에서 살면서 부동산은 불로소득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사람 자체가 불로소득으로 산 사람 아닌가요?” 

         “오 박사님과 김 박사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토지공개념은 말 그대로 이론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계속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표만 얻으면 된다고 일단 막 던지는 말처럼 보입니다. 개인에게 토지가 배분되고, 소유하고, 재산권을 행사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100년도 채 안 지났습니다. 세계 역사를 보아도, 봉건주의가 무너진 그때부터 봐야 하니, 우리보다 조금 더 길뿐이지, 도토리 기재기입니다. 개인이 토지를 소유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토지란 모든 것의 아래에 있는 것이다(Under All is the Land).’라는 말이 있잖아요, 토지가 권력이 되면 안 되고, 최대한 많은 국민이 자유롭게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그것이 부동산 활동의 이념인 것은 다들 아시죠?, 인류가 처음으로 개인들에게 토지를 할당해서 자유롭게 살아본 지, 이제 겨우 100년, 그것을 불로소득이라고 주장하면서 다시 회수한다면, 토지가 권력이 되는 과거 사회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진짜 무서운 사회가 되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렇게 그들만의 ‘광화문포럼’이 밤새 이야기꽃을 피운다. 오진명 국장은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기 자신을 알게 해주는 무언가가 뭉클하게 올라왔다. 기댈 언덕이 없어 스스로 기댈 언덕을 찾아야 하는 인생이었다. 

         아버지는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지게꾼이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포기하였다. 자정이면 동대문 도매시장에 나가서 새벽까지 아버지를 따라서 지게를 지었다. 60~80kg 되는 물건을 지게에 지고 수백 번을 계단을 오르고 내리면서 광장까지 나른다. 다리가 부들부들, 숨이 턱까지 차서 기진맥진···, 그쯤 되면 이른 새벽이었다. 종합시장 뒷골목에 간판도 없이 테이블 4개가 있는 닭칼국수 집이 하나 있었다. 양재기에 닭을 한 마리 넣고 푹 끊여서 먹는다. 그리고 국물에 칼국수를 말아 먹는 것이다. 아버지는 소주 한 병씩을 꼭 먹었다. 지게꾼들이 모여 새벽밥을 먹고 하루 일을 마치는 것이다. 쏟아지는 잠을 줄여가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였다.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은 통으로 외워버렸다. 그렇게 공부해서 대학을 입학하였고, 입학해서는 잘 난 친구들, 부자 친구들 틈에서 적당히 비위 맞추고 눈치 보면서 어울렸다. 성적장학금과 학자금대출로 학교 다녔다. 군대가 있을 때, 아버지는 간암으로 돌아가시었다. 그렇게 10대 후반과 20대를 보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공기업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온 것이다. 자기의 끝은 이곳에서 정년퇴직하는, 그런 인생으로 끝이 보였다. 지게꾼으로 살뻔했던 삶이었다. 잡초 같은 인생, 기댈 언덕 하나 없는 놈치고는 용케 살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태현이 만나면서 가슴에 뭉클한 것이 생각지도 않았는데 올라왔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감정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 주고 싶었다. 평화시장 지게꾼 아들의 숨겨진 욕망이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이전 14화 불혹 14. 애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