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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국현 Sep 29. 2024

부미남 16. 부동산으로 돈 벌게 해줄게

부동산에 미친 남자. 장편소설. 돈




  다음 날, 저녁에 광화문포럼 사람들이 세종문화회관 뒤에 있는 참치 집에 모였다. 참다랑어 오도로 위주의 VIP 메뉴를 주문한다. 논문 심사가 통과된 서수경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서 박사님, 논문 통과 축합니다.”

  “논문 통과되고, 감정원에서 일하게 되었다니, 축하합니다.”

  “선배님들 감사합니다. 앞으로 밥 많이 사겠습니다.”

  논문 통계 가지고 까탈스럽게 심사한 교수 험담하면서 큰 소리로 웃고, 화기애애하게 덕담을 주고받는다. 교수라고 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두서없이 이야기 주고받다가 자연스럽게 화천시장의 교통사고로 화제가 바뀌었다.



  “어제 뉴스 보았습니까? 화천시장 교통사고 난 것”

  “네, 급발진이 사고 원인이라고 하던데, 무서워요, 저도 운전 중에 그러면”

  “저는 좀, 이해 안 되는 것이 있는데, 운전 중에 급발진이 걸리면 핸들이 제멋대로 돌아가나요? 핸들 조정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정 박사님, 그러면 급발진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가요?”

  “모르죠, 단지 급발진이 원인이라고 한다면, 핸들을 중앙분리대 쪽으로 돌려 측면 충돌을 일으키고 속도 줄여야 하는데, 오른쪽으로 돌려서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참치리필이 이어졌다. 갑자기 핸드폰을 보던 김보경이 소리 지른다. 동그란 얼굴이 눈을 크게 뜨고 말하자, 더 동그랗게 보인다.

  “이거···, 이거 봐요, 지금 특보 떴어요. 화천시장에게 내연녀가 있고, 영국에 숨겨 놓은 딸이 있다고···, 20년 넘게 비서로 근무했던 사람이 내연녀라고 하네요. 어머나, 섹스 동영상도 있답니다.”

  술자리의 대화는 화천시장 죽음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고, 위선의 탈을 쓰고 세상을 속인 추악한 인간으로, 다들 분개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어떻게 감쪽같이 인권 변호사로 속이고 살 수 있냐는 것이었다. 내연녀는 강남에 아파트 3채에, 임대료만 매월 1,500만 원이 되는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는 추측성 기사도 논쟁거리가 되었다.

  “인권 변호사로 대중의 인기를 얻어 화천시장이 된 거잖아요. 소외된 계층들을 위해서 사는 사람이라고, 그런 사람이 후원금을 그렇게 펑펑 쓰고 다니고, 차명으로 부동산 임대수익을 올리고 인권 변호사 흉내를 내면 가증스러운 위선 아닌가요?”

  “인권 변호사로 일하면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건가요?”

  “네, 뭐라고요?”

  “다들 주위에서 인권 변호사는 ‘돈에 대한 욕심이 없어야만 하는 사람’으로 이미지를 만든 거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후원금도 만 원씩···, 5천 원씩 ···, 수고했다고 고맙다고 돈 쓰라고 준거잖아요?”

  화천시장의 죽음을 변호하고 있는 정태현이다. 알 듯 모를 듯 미소를 보였다가 무관심한 듯 표정을 한 오진명을 뺀 다른 사람들이 의외의 말을 들었다는 듯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본다. 그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정태현은 천천히 술잔을 기울이면서 마신다.

  “도덕이라고 하는 것이 있지 않나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 최소한의 도리···” 

  김보경이 엄하게 나무라는 듯한 말투로 말한다.

  “도덕 있죠, 우리가 아는 도덕, 무엇이 있나요? ‘착하게 살자.’ ‘법을 지키고 살자.’ ‘부모님에게 효도하자’ ‘나쁜 짓 하지 말자’ 뭐 이런 것이 있을 것 같은데, 여러분들 착하게 살고, 법을 지키고, 그렇게 살아왔나요? 거짓말도 안 하고 양심에 어긋나는 짓 하나도 안 하시나요? 그리고 나쁜 짓이라는 게 뭔가요?’ 

  착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법을 지킬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효도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잖아요. 부모 돌아가시면 돈 문제로 형제들과 주먹다짐도 하고, 침도 뱉고, 남이 안 보면 슬쩍 노상 방뇨도 하고, 회사에서 일 못 하는 직원 왕따도 시키고, 법인카드로 밥 먹고, 바람피우는 사람들도 많죠, 애인 없으면 바보라면서요? 도덕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자기기만이며 이기적인 행동입니다. 난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비도덕적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화천시장이 법을 어긴 것이 있나요? 돈이 좋아 열심히 산 사람 아닌가요?”

  “법을 어긴 것이 없나요?” 서수경이 말한다.

  “법을 집행하는 판사는 법조문으로 판단하는 것이죠. 도덕이 아니고, 도덕은 자기들이 정한 기준에 따라 각자가 판단하는 거, 그게 아니라면 종교적 판단에 따를 겁니다. 나쁘다고 생각하는 그것···, 그것이 죄라고 하면, 죄라는 그것은 누가 판단하죠? 신인가요? 인간인가요? 신이 판단한다면 화천시장은 돈을 사랑한 죄인일 것이고, 법으로 판단하면···, 글쎄 뭐가 있죠?” 

  “유럽은 기독교적 판단이 도덕의 기준이겠네요, 우리나라는 유교, 공자님 말씀이 되고···, 나라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다르고···” 

  오진명이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정태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역시’ 혼잣말을 하고 술잔을 든다. 

  김보경은 뭔가 생각에 잠긴 듯 아랫입술을 깨물고 잠시 말이 없어진다.

  “내연녀 명의로 있는 부동산을 사모님이나, 자제분들하고 나눌까요?” 임 박사가 말한다.

  “안 나눌 것 같은데요”

  “법적으로 나눌 수 있을까요?”           



  그렇게 화천시장의 죽음으로 인한 추측성 이야기가 오랜 시간 이어지다가 정태현이 던진 말 한마디로 화제가 바뀐다.          



  “오 박사님, 이번 기회에 화천시장 보궐선거 한번 출마해 보지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의외의 말에 술잔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사람들을 둘러보던 오진명 시선이 정태현에게 고정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는 눈치이다.

   “제가 한국당에 자리 만들어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안 될 수도 있지만, 오 박사님이 한번 해보겠다는 그런 마음이 있다면···, 제가··· ”

  “어머, 그러네요, 오진명 박사님이면 도전해도 될 것 같은데,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서수경이 말한다. 

  옆에 있는 김보경은 가볍게 두 손을 들어 손뼉을 친다.

  “오 박사님,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습니다.” 임 박사가 말한다. 

  오진명은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런 이야기를 사전에 조율 없이 자기에게 옮기기는 어렵다. 태현이가 던진 미끼를 잡고 싶다는 본능적인 충동이 일어난다. 숨어 있던 욕망이 ‘나 정도면’이라는 상상으로 가면 쓴 얼굴을 벗어던지는 것이다. 자신이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죽은 자 위에서 살아있는 자의 춤사위가 시작되는 것이다. 저녁 모임의 주인공은 서수경에서 오진명으로 바뀌었다. 오진명의 주도로 시끌벅적한 술자리가 이어진다.           



  카카오 택시와 대리를 부른다. 사람들이 악수하면서 헤어진다. 

  “정태현 박사님, 오늘 감사했습니다. 쇠뿔도 단숨에 빼라고, 내일 출근해서 사표 쓰겠습니다.” 그렇게 오진명이 간다.           



  “한잔 더 할 수 있어요?” 

  둘만 남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서수경이 묻는다. 

  “그럽시다. 오늘, 서 박사님 원하는 것은 다 해야지요, 공식적으로 박사가 된 첫날인데.”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걸어 나와 광화문 사거리를 지난다. 교보문고 뒷길로 두 사람이 걷는다. 

  “서 박사, 참새 먹어보았어?”

  “참새요? 그걸 어떻게 먹어요? 징그럽게” 

  서수경은 태현의 팔을 툭 치면서 혐오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린다.

  “참새는 알에서 부화하고 둥지에서 열흘 정도 있다고 하는데, 어미는 하루에 500번 정도 왔다 갔다 하면서 둥지에 있는 5~6마리의 새끼에게 먹이를 날라주고, 정말 열심히 사는 새지. 그리고 어느 날 날아가다가 그물에 걸려 죽어 사람의 술안주가 되는 거야.”

  “그물? 참새를 그물로 잡아요? 물고기도 아닌데”

  “아, 모르는구나. 그물로 새를 잡지, 어릴 적에 시골 할머니 집에 가면 초가집 지붕에 막대기 두 개를 양쪽에 꽂는 그런 그물이 있었어. 참새 잡는 용도로 만든 거지, 그러면 참새가 초가지붕 위로 날아가다가 걸려. 참새를 그렇게 잡아서 구워 먹고 놀았던 적이 있어.” 

  “아, 진짜요?”

  “해로운 곤충을 잡아먹기도 하지만,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도 하는 새야. 참새는 열심히 살지만, 사람에게는 좋다 나쁘다 평가받는 거지. 화천시장의 죽음을 보면 우리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누군가의 술안주로 먹히는 참새 같은 인생들이지”

  “오빠는 가끔 너무 엉뚱한 것 같아요, 사람들 없으니 오빠라고 할래요.”

  태현이가 정종을 파는 선술집으로 들어간다. 할머니 한 분이 장사하고 있다. 가게 분위기는 오래된 집처럼 노포 분위가 물씬 풍긴다. 아는 사람들이 소개 소개로 찾아오는 술집이다. 

  “이 집이 참새구이 집으로 유명한 집이야,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참새 파는 집이 3곳 있는데, 이 집이 그중에 하나야. 예전에는 피맛골 입구에 있었는데, 르메이에르로 개발되면서 이쪽으로 이사한 거지”

  정종이 나오고, 잠시 뒤에 참새구이가 접시에 담겨 나왔다. 머리와 몸통, 그리고 다리, 벌거벗은 작은 인형처럼 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 여자가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을 찡그린다. 혹시 몰라서 은행구이도 주문하였다. 뼈가 약하니 그냥 씹으면 된다고 먹는 법을 알려준다. 남자가 소금 찍어 한입에 넣고 먹는 모습을 보더니 놀란 눈을 한다. 구운 참새 한 마리가 입으로 사라지는 것이 보기에 흉악스러워 보인 것이다. 여자가 다리 부분을 살짝 뜯어 맛을 본다. 그리고 얼굴을 찡그리면서 이야기한다.

  “이 냄새가 뭐죠? 참새 냄새? 닭 냄새는 아닌데, 바짝 숯불구이 했을 때의 냄새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특이한데, 맛은 없네요.”

  정종을 손에 쥐고 태현이가 건배를 하자고 손을 내민다.

  “축하합니다. 서수경 박사님,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아닙니다. 남들도 다들 하는 건데, 갑자기 박사님, 박사님 하면 부담스러워요”

  “그래, 그럴까? 그럼, 수경아, 고생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오빠, 고마워~, 오빠는 아직도 내가 여자로 안 보이는 거야? 어쩌면 이렇게 나한테는 그냥 오빠만 되냐?”

  “너하고 나는 너무 달라서 안 돼,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해, 술친구는 해줄 터이니, 힘들면 언제든지 이야기하고, 지금이 좋다. 너하고 나하고는, 여기서 더 나가면, 너는 분명 욕심을 낼 거야, 그리고 실망할 거고, 화낼 거고, 뭔가 초조해할 거고, 그러면 지금처럼 이런 만남도 유지하기 힘들어”

  “오빠 애인 있지?” 

  뽀로통해진 여자는 남자에게 투정 부리듯 말을 내뱉는다.

  “그런 것은, 묻는 것이 아니야, 그리고 있든 말든 너하고는 관계가 없는 것이고”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응, 안 돼, 너하고 나는 지금처럼 부동산 이야기하고, 사는 것이 좋아. 자~, 그만 청승 떨고, 박사 선물로 뭐 해줄까?”

  “오빠, 여자는 블링블링이야”

  “그게 뭐야? 블링블링”

  “손에 끼고, 목에 걸고, 귀에 걸고” 

  “그거 말고, 내가 부동산으로 돈 벌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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