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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국현 Oct 10. 2024

부미남 24. 승부수로 던진 반값 아파트

부동산에 미친 남자. 장편소설. 돈




  술잔에 담겨있는 얼음이 녹아 물이 되고 있다. 두 사람은 대화에 집중하고 있느라, 잔 속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알았어, 그게 뭐 힘든 일인가? 원래 너하고 나하고 오소리감투 먹은 날, 생각 안 했던 것도 아닌데”

  “최고와 최악, 두 개가 같이 오는 것은···, 우리 둘 다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 그렇네,”

  태현이는 잔에 담겨있는 술을 얼음통에 쏟아버리고, 얼음을 다시 채운다. 태현이와 눈을 마주친 호영은 사양하는 듯, 고개 흔든다. 태현은 얼음이 새로이 채워진 잔에 위스키 붓고, 오른손으로 잔을 몇 번 흔들다가 마시고는 말한다.

  “지금 서울시장을 만나봐. 그 친구가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야. 서울을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만들겠다는 야망이 있는 사람이지. 서울 하늘, 스카이라인 바꾸겠다고 공개적으로 떠들고 다닌 적도 있어.’ 

  나라가 가지고 있는 땅 국유지,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 땅 시유지, 행정구역상 서울에 엄청난 땅이 있다. 철도 노선 따라가면 그런 땅들이 많아. 참고로 서울 용산역 중심으로 반경 3km에 있는 땅, 70%가 국유지이야. 박정희가 서울 인구 700만 명을 기준으로 강남개발 하면서 외곽에 그린벨트로 묶었지, 지금 1,000만 명 도시가 되면서 대부분 그린벨트는 도시 안에 들어와 있어. 이곳에 영구 임대주택 짓는 부동산정책을 만들어.’

  땅은 국가 소유이니, 건물만 소유권 주는 거지, 싱가포르처럼 되는 거야. 영국은 토지 소유권이 여왕에게 있으니, 거기 사례도 참고해, 그리고 대만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떨어져나왔을 때 만든 부동산정책도 참고해, 토지공개념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공부할 수 있을 거야,’ 

  반값 아파트, 말로만이 아니라 진짜로 만들 수 있다. 100년 갈 수 있는 그런 부동산정책을 선거공약으로, 서울시장하고 공동으로 국토종합개발계획을 만들어서 발표해. 서울시장이 네 임기 동안 너와 파트너가 되는 거지. 5년 안에 200만 호 건설 공급하겠다는 것은 대 놓고 사기 치는 공약이야. 숫자 가지고 말장난하는 짓 하지 마라, 노태우 대통령이 군사 작전하듯 속전속결로 진행된 30만 호 1기 신도시도 7년이 걸렸어, 실현 가능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보여줘, 교통 좋고, 주거환경 좋은 지역에 100년 임대하는 아파트가 있다고 생각해봐, 선거는 6:4가 아니라 9:1이 될 것이다.’ 

  네 임기 중에, 네 임기에 못 하면 서울시장이 너의 뒤를 이어서 하는 거지. 그러면 지난 60년 동안 상승한 아파트 가격의 흐름을 꺾을 수 있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 대변화가 일어나는 거지. 시대가 바뀌는 것이야. 일시적으로 아파트 가격 폭락이 나타날 거지만 괜찮아. 국가재정은 공짜 좋아하는 국민이 되어 버린 탓에, 최악으로 망가져 있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가 없는데, 공짜처럼 사기 친 정치인들과 국민이 만든 합작품인 거야. 어쩔 수 없어, 너는 채권 찍어서 돌려야 할 것이야. 수습하기 쉽지 않아.”   


       

  둘이 악수한다. 포옹한다. 호텔 방을 떠나는 호영이 뒷모습 보면서 태현이는 미희에게 전화한다. 오랜 시간 두 사람은 통화한다.           



  벨이 울린다. 환하게 웃는 미소를 얼굴 가득 보여 주며 수경이가 들어온다. 

  “어, 네가 웬일이야?”

  “놀랬지, 오빠!”

  사뿐사뿐 걸어서는 소파에 앉는다.          


 

  태현이가 커피 두 잔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나 회사 사표 내고 오는 길이야. 연구원이라고 하는 일이 맨날 통계자료 뒤적이고 말장난하는 거 같아서, 마음이 안 편해, 그냥 인생 즐기기로 했다. 오빠가 돈 많이 벌어줬잖아. 백제대학에서 시간강사로 두 과목 맡기로 했어. 그거면 됐지”

  묵묵히 수경이 하는 말 들으면서 커피 마신다. 

  “수경아, 오빠하고 사업이나 할래?”

  “뭐? 오빠 지금 제정신이지? 감옥 가는 것 맞지?”

  한바탕 크게 웃더니 태현이가 벌떡 일어나서 수경의 양어깨를 두 손으로 잡는다. 그리고 일으켜 세운다. 수경이가 깜짝 놀란 눈을 한다. 여자의 입술을 찾는다. 여자가 눈을 감는다. 어느덧 남자의 몸은 활처럼 휘어진 여자의 몸에 감겨있다. 

  “내일 맞아?”

  “응, 내일 아침 먹고 서초동 가면 돼,”

  “오빠, 아까 이야기했던 사업은 뭐야? 무슨 이야기야”

  “샤워하고 오마, 샤워하고 이야기하자.”

  남자가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자, 여자가 가운을 몸에 두르면서 욕실로 따라 들어간다.      


    

  감옥에 왔다. 경제사범으로 분류되었다. 금강 신도시에서 불법적으로 참여하여 경제적 이득을 도모한 것이 있는가에 대해서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되었고, 윤 의원에게 정치적 후원을 한 것이, 일부 뇌물죄가 적용되었다. 징역 3년에 벌금 73억 원이 판결 났다. 언론에서는 편파적인 재판이며, 사실관계가 잘못되었다고 추측성 보도자료를 매일같이 배포하였지만, 결정적 증거가 없었다. 매트리스에 누워 책을 읽는다. 감옥에서 식이요법을 한다. 좁은 감방에서 음악 들으면서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 춤추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청와대로부터 특별관리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반값 아파트 선거공약은 성공적이었다. 공공주택개발청이란 것이 정부 기관으로 새로 생기었고, 초기 청장으로 노재호가 임명되었다. 공공주택개발청에는 국유지개발팀이 있고, 김보경이 팀장 명함을 가지게 되었다. 부동산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윤 의원이 5년 형을 받았다. 정치사범이다. 벌금 180억 원을 받았다. 독방으로 수감하고 있던 감방에 검은 그림자가 한밤에 문 열고 들어갔다 나왔다. 검은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웃는다. 

  “찾아올 줄 알았지”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태현이와 마찬가지로 식이요법에 따른 식단이 공급된다. 아침저녁으로 한 시간씩 기공체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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