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그자리는 나였다.

<귀신 이야기>

by 경국현



막 도착했다.
손끝에 미세한 떨림이 남아 있었다.
오랜만의 조찬 모임이었다.

누군가의 초대로 모인 사람들이었다.
서로가 방관자처럼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예의 바른 인사들. 형식적인 웃음.
그리고 모임이 끝나면, 다시 남처럼 헤어질 사람들.

하지만 어쩐지,
낯설면서도 그리운 얼굴들이 몇 있었다.
묘한 설렘이 섞인 공기가 방 안을 감쌌다.

나는 오래된 듯한 둥근 테이블 근처에 섰다.
아침을 먹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뱃속에서 울리는 꼬르륵 소리가 혼자만 들리는 듯 민망했다.
‘괜히 온 걸까’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이미 늦었다.

주변을 둘러본다.
빨간 음식, 하얀 음식, 처음 보는 외국 음식들이 보인다.
어떻게 먹는 건지 알 수 없는 낯선 음식들이 있었다.
그래도 하나같이 정갈하고 조용했다.
마치 누군가를 위한 마지막 상처럼.

갑자기 사람들이 분주해졌다.
제각각 자리를 찾아 앉기 시작한다.
묘하게 익숙한 움직임이었다.

나도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작은 나무 패가 눈에 들어왔다.
검은 붓글씨가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현고학생부군신위”

잠시, 숨이 멎었다.
그 자리는—
내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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