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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국현 Oct 22. 2024

003. 몸귀신

<귀신편>



강원도 정선 골지천 계곡으로 여름 수양회를 왔다.

고등학생 남자들이 선발대가 되어 물에 들어갔다. 전날 내린 비로 물이 불어나, 물 깊이 갸름하기 위해서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짝꿍인 친구와 나는 왼쪽 물살을 탔다. 앞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고, 물이 바위에 부딪히며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나와 친구는 개헤엄 치면서 물결 흐름에 몸을 맡기었다.


나는 소용돌이 안으로 들어가고, 친구는 소용돌이 밖으로 밀려나, 우리 둘이 간격이 멀어졌다.

소용돌이가 만들어낸 물살은 바닥을 깊게 만들었다. 일어날려고 하였더니 발바닥에 땅이 안닿았다.

물속으로 내가 빨려 들어갔다.


정신을 잃었다.

누군가가 내 귓가에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

정신을 차렸다.


무엇인가 나에게 일어났다.

바위 밑에 웅크리고 앉았다. 다리를 앞가슴에 모으고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편안하였다.


희미한 불빛이 보이는 수면 위에 친구 얼굴이 보였다. 내 이름을 부르며 울고 있다.

숨박꼭질 하는 기분이다. <나를 찾아라>


어둠이 몰려오고,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났다.

동해에서 온 잠수부들이 바위 밑에 움크리고 있는 나를 찾았다.


교회 예배당에서 예배를 보았다. 친구가 콧물 눈물 흘리면서 울고 있다.


이상한 거뭇거뭇한 뭔가가 보였다.

이상한 희긋희긋한 뭔가도 있었다.


신이었다.

날개 달린 천사의 모습도 아니고, 붉은 눈의 피 흘리는 검은 악마도 없다.


숨을 몰아쉬며 울음를 목으로 삼키는 친구가 보인다. 친구가 맨 앞에서 관을 들었다.

나는 친구의 어깨에 올라탔다. 철원을 지나 교회 공동묘지에 왔다. 17살 나의 몸을 땅속에 묻는다.


난 친구의 몸에 들어간다.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

난 몸 귀신이 되었다.


친구는 나와 같이 늙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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