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야기>
봄이었다.
겨울의 찬바람은 간밤에 물러갔다.
창밖엔 햇살이 부서져 내렸고, 그 햇살이 내 방 안까지 들이쳤다.
나는 파우더를 두드리며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손이, 아주 조금 떨렸다.
거울 속 눈이 나를 올려다봤다.
웃고 있었다. 익숙한 눈웃음, 뭔가를 감추는 듯한.
눈동자에 조용히 맺히는 맑은 이슬.
나는 립스틱을 꺼냈다. 가장 빨간색.
귓불 뒤에 향수를 뿌렸다.
싸구려지만, 오늘만큼은 괜찮았다.
‘이쁜 여자’로 기억되고 싶었다.
햇살이 따뜻했다.
나는 길 위로 나섰다.
타이트한 스커트가 걸음마다 엉덩이를 조였다.
남자들이 나를 쳐다봤다. 처음엔 흘끔, 다음엔 노골적으로.
그 시선이 나를 훑었다.
나는 그들을 바라봤다.
천천히, 웃었다.
그중 하나가 나와 눈이 마주쳤고, 급히 시선을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
나는 그런 여자이고 싶었다.
욕망을 끌어내는 여자.
향기 나는 여자.
햇살 속에서, 그 무엇보다 눈부신 여자.
그리고… 그런 날은, 죽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추운 겨울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으니까.
밤이 오면,
나는 다시 이 거리를 걸을 것이다.
다만, 조금 더 가볍게.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방식으로.
나는, 향기 나는 귀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