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 광장의 말은 나였다>
어리석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겸손해진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상식, 관계, 책임, 의무들—
그 중 많은 것들이
사실은 그릇되고,
불합리했다.
어리석음을 인정하는 자만이
그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죽음은 철저히 혼자 맞이하는 것이다.
살아가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타인은 말한다.
“너를 위한다”고.
그러나 그 말의 깊은 곳엔
항상 “자기 자신”이 있다.
대부분의 호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 결과일 뿐이다.
그 속엔 ‘나’는 없다.
그들은 자신의 오지랖을
진리인 듯 포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내 인생에 대한 무례한 간섭이다.
나는 화가 났어야 했다.
하지만 어리석었기에 참았다.
그리고 그 참음은
타인의 기준에 나를 길들이게 만들었다.
타인은 종종
나를 통해 자기 자긍심을 확인한다.
“역시 너는 내 자식이야.”
“넌 내 사람이야.”
그 말들은
나를 높이는 듯하지만,
실상은 그들의 허영이다.
나는
억지로 맡겨진 역할을 연기하며 살아왔다.
내 인생은 없었고,
오직 타인의 기대만 있었다.
니체는 토리노의 어느 광장에서
채찍질당하던 늙은 말을 보고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끝내 미쳐버렸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왜 울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그 말의 고통 속에서
인간의 운명을 본 것이다.
그 늙은 말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경국현,
부동산학 박사. 백혈병을 계기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다.
『죽을 뻔하고, 철학에 빠졌다』 화, 수, 목, 연재 중.
쇼펜하우어와 니체, 그리고 신과의 긴 대화를 이어간다.
“죽음을 마주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