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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남자는 이래서 안 돼

다섯 번째 남자(2) 요리사, 29세

by 무아예요 Jan 29. 2025

::Mild High Club - Windowpane::



10

밤새 술을 마신 탓에 오후 두세 시가 지나서야 일어났다. 머리 왼편이 찢어지듯이 아팠다. 해장도 못 할 정도로 속이 쓰려서 계속 누워있었다. 


이럴 줄 알았다. 역시나 그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함께 술을 마셨던 D였다. 취해서 집에 안 가겠다고 진상을 부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D는 오전 9시부터 일하는 중이라고 했다. 숙취 때문에 죽을 뻔했는데 브레이크 타임 되자마자 바로 전화를 했단다. 전날 그렇게 술 마시고 어떻게 출근했냐고 물었더니, 집으로 가지 않고 바로 식당에 와서 쪽잠을 잤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고 말은 했지만 이 남자가 좀 달라 보였다. 이렇게 일에 진심인 줄은 몰랐다. 취하지 않았을 때 대화를 나눠보니 또 괜찮은 사람 같았다. 


그러고 보니 J도 일하느라 연락을 못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D에게 J도 출근했냐고 물어봤다. 오늘 J는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고 집에서 쉬고 있다고 했다. 출근을 못 할 정도로 술 마신 건 한심하지만, 나도 같이 마신 거라 딱히 할 말이 없었다. 


“J가 출근했는지 왜 궁금해? 설마 J한테 마음 있어?” 


이 남자들은 왜 이렇게 자꾸 누가 마음에 드냐고 물어보는 건지. 이번에 솔직하게 말해야 다시는 안 물어보겠지. 그래서 ‘엄청은 아니고 조금.’ 이라고 대답했다. 


“J가 말 안 했어? 걔 여자친구 있어.” 


여자친구 있는 사람이 나랑 그렇게 논 거였어? 잠시 화가 났다가 다시 생각해 보니 J가 딱히 잘못한 건 없었다. 우리가 뭐 스킨십을 한 것도 아니고 그가 딱히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이제 처음 만난 남자에게는 무조건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봐야겠구나. 또 하나 배웠다. 


나는 D와 전화를 끊자마자 J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열어보았다. 프로필 사진은 본인의 거울 셀카. 배경에는 +1082라는 디데이가 설정되어 있었다. ‘오래도 만났네.’ 생각하는데 마침 J에게 카톡이 와있었다. 


[잘 들어갔어?]

[출근하자마자 일하느라 정신없었당]

[ㅜ]


거짓말. 거짓말쟁이들은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숨기는 것 또한 거짓말이다. 


11

내가 진작에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봤어도 사실대로 대답했을까? 


처음 만난 남자에게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보는 건 무의미하다. 어차피 여자친구가 있든 없든 그럴 놈들은 그러고 안 그럴 놈들은 안 그런다. 


우리가 찍었던 인생네컷 사진을 버리려고 다시 보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잘 어울리긴 잘 어울리네. 찢어진 사진처럼 우리가 함께한 시간도 그대로 다 없었던 일로 사라졌다.


그래.

코로나 때 우리는 모두 외로웠다. 




잘 사나 궁금해서 프로필 사진 봤더니 어머나 결혼사진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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