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타임에 끼워줘

내가 프렌즈에 빠지게 된 이유 - 시즌 5 Ep18

by 말랑작가

어느 회사에든 담배타임이라는 건 있다. 옛날에는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모르던 시절이라 사무실에서 그냥 피웠다고 하는데, 지금은 회사 밖이든 흡연실이든 간에 따로 피우고 와야 하기 때문에 흡연자들끼리 우르르 나가서 같이 피우고 오는 일명 '담타'가 생긴 것이다. 나마 Z세대로 내려오면서 흡연자 수가 많이 줄어서 담배타임 문화가 많이 줄어든 같긴 하다.

이 에피소드에서 레이첼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고 "랄프로렌"이라는 패션회사에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패션과 자신의 일을 너무나 사랑하는 레이첼은 일 욕심도 많은 사람이라 회의를 하는 중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어필하기도 했는데, 결론이 잘 나질 않자 잠시 쉬었다가 진행하기로 한다. 회의를 같이 진행한 상사와 다른 한 명의 동료는 하필 모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었고, 레이첼을 빼놓고 둘이 함께 옥상으로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한창 담배를 피우고 두 사람이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갑자기 레이첼에게 아까 회의하던 내용이 결정됐다고 통보해 버린다. 이 말을 듣고 레이첼은 너무 속상하여 퇴근하고 친구들에게 돌아와서 하소연한다.



Rachel : 담배 피우면서 자기들끼리 싹 다 결정했더라고

Monica : 너무하네!

Rachel : 내 말이! 역겹고 몸에도 안 좋은 습관인데 없다고 꼭 벌 받는 거 같아. 계속 이러면 어떡하지? 둘이 담배 피우러 나가서 결정 내리는 동안 난 사무실에 앉아서 멍청하게 맑은 공기나 마시고 있겠지. 계속 이런 식이면 누가 승진하겠어? 내가 되겠어? 아니면 그 골초동료가 되겠어?

Monica : 레이첼, 그럼 그들을 따라가서 신선한 바람을 쐬겠다고 해봐

Rachel : 그건 할 수 있지.

Chandler : 제일 쉬운 방법이 뭔지 알아? 그냥 담배를 피우는 거야.


이 날 이후 레이첼은 정말로 옥상에 따라가서 함께 서 있기로 하는데, 신선한 공기는커녕 담배 연기로 간접흡연이 심각하게 되었다. 레이첼이 연기 때문에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자 동료들이 자리를 또 피해 주었고, 이에 더 이상 소외 당할 수 없다고 느낀 레이첼은 급하게 담배를 빌려 자신도 피운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렇게 겨우 그들 사이에 껴서 레이첼은 작전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기의 끝에 가서 결국 레이첼은 담배를 피울 수가 없어 상사의 눈에 들기를 포기하고 그냥 사무실에 홀로 앉아 진짜 맑은 공기를 마시게 되는데, 담배를 피우지 않은 대가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결과이다.


도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인간관계가 실제 업무능력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번 느끼게 된다. 능력 비슷하다면 조금이라도 더 친하고 편한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경우에 월등히 더 능력을 키우면 되지 않겠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능력치는 타고난 천재가 아니고서야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누군가보다 월등하게 뛰어나지는 게 보통의 노력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물론 인간관계 역시도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얻기 힘든 부분이 맞기 때문에 이를 완전히 폄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관계라는 건 단순 노력으로는 안 되는 부분이 있어 형평성에 어긋나게 되기 쉽다는 게 문제다. 예를 들어 레이첼의 경우 노력을 한다고 해도 흡연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내가 오늘 이 에피소드를 공유하고자 함은 담배타임 등으로 성과를 쉽게 얻는 사람을 비난하고자 함은 아니고, 인간관계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선택받지 못했을 때 절망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음에 있다. 레이첼은 담배 피우는 척까지 하면서 기회를 잡아보려고 최선을 다했으나 잘 안되었다. 그럼에도 프렌즈를 끝까지 보면 그녀는 나중에 직장내에서 책임자급으로 승진도 하고 실력도 충분히 인정받는다.


어떤 이유에서건 지금 회사에서 업무적으로나 업무 외적으로나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아주 많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최선을 다해보았다면, 지금의 좌절이 막다른 길은 아닐 거라고 장담한다. 레이첼의 경우 최악으로 일이 잘 안 풀려 회사에서 잘렸다고 가정하더라도 최소한 그녀는 건강한 폐를 얻지 않았겠는가.


사실 초반에 이 에피소드를 보았을 때 나는 이 세상 참 불공평하고 불합리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시즌 끝까지 보면서 별것도 아닌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나는 내게 기회가 온다면 잡을 수 있도록 늘 최선을 다해 준비할 뿐이다. 담배 타임이냐 어떤 타임이냐에 좌우되지 말고 그냥 나의 타임을 밀고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맥이든 능력치든 다 따라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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