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회적 지위의 차이로 인해 조이와 로스의 우정이 위태로워졌던 에피소드를 공유해보려고 한다. 바로 "블루재킷과 화이트 가운"에 대한 이야기이다. 글의 제목인 현대판 신분제도를 보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신분제도가 웬 말인가 싶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때로는 현대 사회에서도 신분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 신분을 결정짓는 요인이 돈이나 사회적 지위 등의 배경차이에서 온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쯤에서 필요한 배경지식은 다음과 같다. 로스는 고생물학자로 박사학위를 받아 박물관에서 화이트가운을 입고 일을 하고 있는 반면에 조이는 배우라서 로스와 아무런 직업적 교집합이 없었다.그러던 중, 조이는 일이 없어 한창 어려운 시기에 로스가 일하는 박물관에서 투어가이드로 일하게 된다.
그렇게 일을 하게 된 첫날 점심식사 시간에 조이는 당연히 친구인 로스와 함께 식사할 생각을 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한 여자가 말하기를 블루재킷과 화이트가운은 절대 같이 앉지 않는다고 말한다. 즉, 박사들과 투어가이드는 절대 같이 밥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도 조이는 로스와 절친이라며 같이 먹을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슬프게도 로스는 조이에게 따로 먹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이 일 이후 조이는 서운한 마음을 갖게 되고, 로스도 너무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로스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을 하는데 직장에서는 원래 그러지 않냐면서 친구들에게 공감을 구한다. 조이는 이런 로스의 모습에 더욱 화가 났지만 애써 서운한 마음을 누르며 이렇게 말하고 방에서 나가버린다.
다 이해한다니까 로스, 나도 연극할 때 객석에 앉아있는 너희한테 말 안 걸잖아? 그렇까 신경 쓰지 마. 내일 보자
조이가 나가고 난 뒤, 레이첼은 로스에게 "그렇지만 조이는 무대에서 우리한테 손이라도 흔들어줬지."라고 이야기한다. 이 말을 듣고 로스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따로 앉아서 먹으려는 로스의 모습이다
다음날 박물관에 출근하여, 로스는 큰 결심을 한다. 점심시간에 그는 다른 과학자들이 부르는데도 불구하고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 조이를 부른다.시트콤이다 보니 약간의 연극톤으로 장면이 연출되어 대본으로는 어색할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길 바란다.
Ross : (다른 과학자들에게) 저는 오늘 점심을 이 테이블에서 먹을 겁니다. 조이만 괜찮다면 이 중간 테이블에서 제 절친 조이와 함께요.
Joey: (감동을 받은 듯 식판을 들고 일어서며) 같이 앉으시죠, 박사님
Ross : 여러분, 여기는 자연사 박물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점심을 먹지요. 이 식당을 둘러보면 경계선이 보입니다. 그 경계선이 흰 가운과 블루 재킷을 갈라놓는 걸 보며 저는 묻습니다. "신이시여, 대체 왜 이러죠?" 우릴 갈라놓는 이 가운을 벗어던집시다. 그럼 이 안에 있는 사람이 보일 거예요!!
위에 인용한 구문처럼 용기 있는 로스의 행동으로 조이와 로스는 화해하고 가운의 색깔로 분리되어 있던 박물관 직원들은 비로소 다 같이 한데 모여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가운을 벗어던진 로스와 조이의 극적인 화해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렇게 사회적 지위가 다르면 어울리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어떻게 보면 로스와 조이가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지낼 수 있는 게 드라마라서 가능한 걸 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번 에피소드를 보며 그들처럼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입고 있던 가운을 벗어던지고 나 자신이 보통의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극 중에서 로스는 가운을 벗어던지며 이렇게 말했다. "전 로스예요. 애 딸린 이혼남이죠." 그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며 평범하고 일반적인 사람임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조이도 뒤이어 가운을 벗어던지며 말한다. "저는 배우예요, 일자리가 없어서 투어가이드를 하게 되었죠, 고생물학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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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다양한 가운을 입으며 더 우월해 보이는 집단 속에 소속되고자 노력한다. 더 멋져 보이는 가운일수록 갖기도 어렵고 비싸다. 하지만 아무리 가운을 겹쳐 입은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으며,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소중한 개개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나는 오늘부터라도 현대판 신분제도로부터 우리가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게 가운을 벗어던지는 법을 연습해 보려 한다. 비록 겉으로는 내뱉지 못하더라도 로스와 조이의 대사에 이어서 위의 네모칸에 나의 대사로 채워보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