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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산하 Nov 22. 2023

내 꿈을 포기했다.

모든 게 애매하다는 것은

아직은 쌀쌀하고 바람이 부는 어느  봄 날.

나는 3년간 준비했고 4년이 될 뻔한 유아임용고시를 포기했다.


나는 애매한 아이였다.

특출 나게 무엇을 뛰어나게 하지 못하는 그런 아이.

성적도 중간, 예체능도 중간, 노력도 적당히. 모두 중간이었다.


엄마의 추천으로 오게 된 유아교육과.

다행히 나쁘지 않았고 조금 성적이 욕심이 나기도 했다. 또 스펙을 쌓고 싶기도 했었다.


그럭저럭 열심히 대학생활을 보내고 난 뒤

학사학위와 부담임을 같이 병행하면서

성적이 나쁘지 않음에 놀라고 “나도 열심히 할 수 있어!”라는 생각에 다음 해 사립유치원을 그만두고 유아임용고시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열정이 넘치고 절박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건지..


임용고시는 나에게 너무나도 높은 벽이었다.


첫 번째 시험은 허수라는 방패 앞에 도피했고,

두 번째 시험은 명확한 답이 없는 시험 속 안에서 헤매었다.

세 번째 시험은 열심히 했었고 또 합격할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내가 무엇을 틀렸는지 명확한 답이 없는 곳에서 길을 잃고 떨어졌다.


나는 그래서 너무 답답했고 내 스스로 능력이 떨어진다는 마음과 더불어 둘째 동생이 초등 임용고시에 붙음에 더욱 자존감을 떨어트리고 나락으로 빠져들어갔다.


그냥 내가 문제인 것 같아서.


하지만 그 당시 나에게 다른 길은 없었고, 공립유치원 시기간제로 들어가 4시간 일하면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일하고 나서 한 달,

꽃길이라던 공립유치원은 사립과 같았고,

잠복결핵이 있던 나는 그 유치원에서 문제있는 사람이 된 듯한 수치심과 더불어 그 곳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나의 공부 수준을 적나라하게 다시 생각해봄과 동시에 유아교육계 혹은 교육계가 희망이 없다는 것을 판단하여 공부를 그만뒀다.


그만두고 나서 나는 나를 다시 되돌아봤고,

그러자 답이 나왔다.


우유부단한 내 성격과 스스로 책임을 져 본 경험이 없었던 나는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유아교육과부터 시작해서 임용고시까지 모두 부모님의 의사가 주를 이루어선택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조금만 많은 도전을 시도해 보고, 능동적으로 살고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총 7년의 시간을 아깝다고 느끼지 않았었을까?


엄마의 말투에서 나오는,, 마치 마지막 보루처럼

“너 책임질 수 있어? 그런데 그거 하면 너랑 안 맞을 거야. 너한테는 그런 재능이 없어. 그런 건 재능 있는 애들이 하는 거야. 엄마가 널 몰라?”

“엄마 말만 잘 들으면 다 잘 풀리고, 너 잘 되라고 하는 거야.”라는 말들은


나를 위축되게 만들었고, 눈치 보게 만들었고, 유약한 내 성격에 두려움을 얹어져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게 되었다.


물론 부모님께서 나쁜 건 아니다.

분명히도 나를 사랑하고, 생각하고, 누구보다 나를 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결국 마지막 선택은 내 스스로 한 것이기에 더 이상의 원망은 불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나는 너무 모든 것이 애매했고 내 확신 또한 없었고 부모님 품 안에서만 살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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