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겐 각자 이유가 있다.
그렇게 계속 생각을 하다 보니 모든 게 흥미가 없어지고 무덤덤해졌다. 특히 내가 뭘 좋아하는지, 흥미 있어하는지 생각하기도 귀찮았다.
1학년에 1 학급이었던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같이 아이들 사이에 왕따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하면서 왕따를 당했다 풀렸다 반복하며 더욱 내 스스로 안에 갇히게 되었고, 친구관계부터 버거워 무기력해졌고 나의 안식처가 될만한 것들을 찾았다.
그렇게 찾은 나의 안식처는 소설과 애니메이션, 음악이었고 이를 내가 외롭다고 느낄 때마다 또한 쉬는 시간이 버겁다고 느낄 때마다 읽고, 보고, 들었다.
그런 나를 보고 오타쿠라고 놀리던 친구도 있었고, 오타쿠 역할을 할 거면 더욱 제대로 해보라던 친구도 있었다.
나는 그런 친구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그럼 정말 오타쿠처럼 해주지 뭐. 내가 소설을 읽고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게 뭐 어때? 반 분위기를 이끄는 애가 인정한 명탐정 코난 같은 것만이 오타쿠스럽지 않은 건가? 애니메이션 노래들 중에 좋은 게 얼마나 많은데..'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좋아하는 것들 이해하지 마. 그냥 나는 내 세계 속 안에서 내가 즐거워하는 것들을 할 테니까.'
이렇게 생각을 하고 다짐을 하면서도 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만 정말 매니악한 취향을 가진 사람처럼 행동한 것도 아니었다.
소설 또한 인터넷 소설만 읽은 것도 아니었다. 나는 에세이, 단편소설이나 장편소설 속 문학적인 포인트들을 찾는 것도 좋아했고, 역사적 사실들을 짚어가거나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는 것들 또한 좋아했다.
음악은 락발라드, 잔잔한 발라드, 아이돌 노래, 일본애니메이션 노래들, 팝송 등 두루두루 좋아했을 뿐이다.
내가 유행을 주도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아이돌은 좋아하는 건 오타쿠가 아니지만 '너에게 닿기를'이나 유명하지 않은 일본애니메이션 주제곡을 좋아하는 것은 오타쿠라고 하는 친구들이 위선적으로 보였다.
이렇게 나는 폐쇄적인 집단사이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 조차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숨겼다. 내가 즐거워하는 것들을
또한 나는 점점 내성적이게 변해갔고 그런 성격들이 학업생활에서 수업 중 내가 알고 있었어도 대답하지 않았고 숨겼다. 그냥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 주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다사다난할 수 있는 중학교시절을 보낸 뒤 나는 같은 반 여자애들과 모두 다른 고등학교를 선택했다. 그렇게 되자 고등학교에 와서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숨겨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평범한 미래, 평범해 보이는 직업들을 선택하는 게 성적을 맞추기에도 편했고 부모님께서도 그러시길 바랬다.
그래서 나는 글과 그림 등등 이런 것들이 나의 직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냥 나에게 조금 즐거움을 주는 그런 안식처로만 삼았다.
그렇게 나는 고3이 되어 중요한 기로에 서 있을 때 아주 평범한 직업, 그냥 남들에게 이야기를 했을 때 '아 그럼 취업걱정은 없겠네. 잘 갔네.'라던가 '그래 그 학과를 선택하면 먹고살 걱정은 없지.' 등 어떠한 학과를 선택한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다들 알고 있는 직업군이라 더 물어보지도 않고. 크게 간섭을 받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곳을 골라 갔다. 그게 내가 편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을 했고 즐거워하지 않아도 큰 고민을 겪지 않아도 그냥저냥 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잘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남들의 시간에 뒤처지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한심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면서 대학교를 다니면 위안 삼았고, 그리고 또한 다양한 활동도 하면서 중학교,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활발하게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기에 내가 즐거워하는 것과 잘하는 것에 대해서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냥 정해진 직업과 일만 하면 되는 그런 미래만 아무 걱정 없이, 아무 생각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와서야 생각해 보니 이것이 내가 모든 것에 열정이 없었던 이유일까 싶다. 인정을 받지 못했기에 내 능력을 알지 못했었고, 내가 진정 즐기는 것과 잘하는 것 또한 알지 못하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정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생각하고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이게 나를 갉아먹고 또한 나를 더욱 뒤처지게 만드는 것이었는데도..
하지만 나는 돌고돌아 지금에 와서야 나를 되돌아보며 내가 꾸준히 좋아했던 것과 지금와서 주변사람들이 인정해준 글쓰기와 그림들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다들 내가 즐거워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적을 수 있는가?
즐거워하는 것을 인정받은 경험이 있는가?
잘하는 것을 인정받은 경험이 있는가?
그리고
지금 내가 진정으로 즐기고 좋아하며 잘하는 것을 진로로 삼고 있는가?
청소년시기에서 지금까지 만일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나 스스로 생각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지금까지 사소한 것이라도 인정받은 것들을 생각해보자. 어릴 적부터 찬찬히 되돌아보다 보면 한 가지, 두 가지 혹은 더 많이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은 자신을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힘이 있다.
이제 나아가보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