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아침 바람이 제법 차구나. 오늘은 갑자기 영하 5도라고 한다. 엄마가 옆에서
"우리 아들은 추운 날씨 아주 싫어하는데 이 추위를 잘 견뎌낼까 걱정이네."라고 한다.
하지만 아빠에게는 바람에 우쭐우쭐 흔들리는 겨울나무들이 회색빛 하늘을 향해 신바람 나게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내 사랑하는 아들이 훈련병 생활을 강하고 담대하게 잘 이겨내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리라.
오늘은 어떤 훈련을 받고 지냈을까? 이 훈련의 시간은 네 평생에 단 한 번 밖에 없는 용광로와 같은 시간이라 생각하고 몸과 정신을 강철같이 단련하고 나오겠다는 다짐의 시간으로 누리도록 하렴. 아빠도 엄마에게 "무엇을 하든 어디에서든 최고였던 우리 아들이었으니 훈련소에서도 멋지게 잘 해낼 거야. 걱정하지 말아요."라고 했다.
아빠는 우리 아들은 마음만 먹으면 특전사든 해병대 수색대 등 어떤 훈련도 능히 감당해 낼 만큼 강한 체력과 근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릎만 무사하다면 말이다. 그동안 너와 많은 활동에 동참했던 아빠는 누구보다 널 잘 알고 있단다.
잠시 후면 점심시간이겠구나. 네 말대로 평소에 얼굴을 익힌 친구가 배식하면 튼실한 고깃 덩이를 받을 수 있겠구나. 그 사소하지만 현실적인 기대로 매일 즐겁고 행복한 점심시간이 되길 바란다. 어떤 것을 먹느냐를 삶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우리 아들의 몸매는 지금 어떨지 궁금하구나. 날씬해졌을까, 아저씨의 원빈처럼 섬세하고 강인한 근육과 골격만 남았을까, 아니면 헐크처럼 전체 덩치가 확 커졌을까, 아니면 특별히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적당한 체격만 유지하고 있을까? 4월 1일에 면회 가면 확인할 수 있겠지?
4월 1일에 엄마가 어떤 음식을 준비해야 할지 미리미리 생각했다가 알려주렴. 먼저 면회 갔다 온 부모님들의 말에 의하면 생각처럼 많이 먹지 못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맛있는 것을 조금씩 많은 종류로 준비하라고 귀띔한다. 뭐가 먹고 싶은지 잘 생각했다가 손 편지로 보내다오.
사랑하는 아들아 너에게 이 편지를 쓰고 있는데 엄마 현관에서 들어오면서 "와!"하고 소리친다. 아들에게서 편지가 왔다고 뛰어들어오는구나.
훈련소에서 독서를 할 수 있다는 너의 기쁨이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더구나. 외부와 단절된 세상, 모든 매스미디어와 동떨어져 고립된 세상에서 너만의 독서에 오롯이 침잠해서 자유롭게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더없이 반갑구나. 하레드 호세이니의 kite runner(연을 쫓는 아이)를 감동적으로 읽었다고 아빠에게 추천했더구나. 아빠도 시간 내서 한 번 읽어 볼게. 홍콩에서 영어 교사인 Mr 브라운이 수업 교재로 선택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대분의 아이들이 원서로 읽는다고 투덜대던 기억도 난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네가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이과여서 아빠는 더 좋구나. 수학과 과학, 수치 계산과 형식에 짜인 기질에 문학적 감성과 예술적 성향이 풍부한 아이여서 더욱 좋구나. 풍부한 상상력과 따뜻한 감성이 넘치는 사람이 앞으로는 많이 필요한 시대가 될 거야.
오늘은 TED에서 데니스홍, 로봇공학자 강연을 들었어. 맹인이 스스로 인지해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시스템에 도전하는 이야기였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 사람은 일주일에 30회 정도의 미팅을 갖는데 틈나는 대로 트위터 팔로워들과 번개를 가지면서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시간을 쪼개 번개를 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 수다를 떨며 유쾌한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얻는 사람이야. 다양한 취미가 전공에 가깝게 깊이가 있는데, 무엇보다 자기 아들과 다양한 놀이를 하는 것을 가장 큰 기쁨으로 여기는 사람이란다. 세계를 움직이는 젊은 과학자 100명에도 포함돼 있더구나. 우리 아들도 장차 아빠가 되면 이런 아빠가 될 수 있을 것 같구나.
아빠는 우리 아들이 장차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지 참 궁금하다.
사랑하는 아들아. 모든 상황을 주신 분은 하나님이라 생각하고 매사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지혜롭게 임하면 우리 아들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시행착오 없이 잘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밥 많이 맛있게 먹고 즐거운 오후 보내거라.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