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월 3일- 아빠가
사랑하는 아들아
저녁 7시 46분, 사무실에 있다. 창 밖은 어둠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가지 사이로 이따금 불빛이 비치는구나. 새소리도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작년처럼 일이 많지 않은데 계획적으로 일을 못하는지 이것저것 분주 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가고 일주일이 성큼 온다. 생활을 더 단순화 시켜서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내야겠다.
하지만 김수영의 시, <봄밤>처럼 그렇게 조바심을 내며 달려가지는 않으려 한다. 호흡을 길게 잡고 주변도 돌아보면서 몸도 마음도 강물처럼 흐르는 평안을 잃지 않으려 한다. 한 줌 흙만 있으면 보도블록이나 계단틈,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꽃을 피워내는 풀꽃의 강인한 생명력에도 감탄하고, 겨울을 이겨내고 꽃 사이를 잉잉대며 나는 벌들의 날갯짓도 보려 한다.
사랑하는 아들아, 우리 아들의 소식을 묻는 사람들이 많다. 어린 시절부터 아빠와 늘 함께 다니며 책 읽기에 열중하던 네 반짝이던 눈을 그들은 기억해냈다. 그것이 의례적인 인사라 할지라도 안부를 물어 주는 사람들이 마냥 고맙고 감사하다. 아빠는 망설이지 않고 네가 잘 있노라고 말한다. 그러지 않기로 다짐해 놓고 다시 팔불출이 된다. 매일 성경 묵상을 하고, 조국애가 뜨거워졌다는 생각의 전환에 대해, 자기 미래에 대한 고민과 진로 계획 등을 하고 있노라 하면
"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사람은 다르네요. 부모님이 열심히 기도하시나 보다, 너무 일찍 철이 드는 것 아닙니까? "
라고 말하며 함께 기뻐해준다. 특히 아빠 친구 이 선생님이나 기 선생님은 매주 월요일이면 네 안부 묻는 것이 인사이다. 이렇게 단순하고 반복적인 대화 패턴이 지겹지 않고 감사하게 여겨지는 것이 자녀를 군대 보낸 부모의 마을 일 것 같다. 남의 아들은 엊그제 군대 간 것 같은데 오늘 보니 제대한 것 같았는데 막상 내 아이를 군대 보내니 하루가 천날같구나. 그래서 아빠도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꼭 자녀의 안부를 묻는 버릇이 생겼다.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은 어떻게 보냈니? 춥고 힘겹지는 않았니? 하나님이 기도온에게 나타나셔서 너 하나님의 용사여!라고 부르셨던 장면을 기억하고 있지?
" 여호와의 사자가 기드온에게 나타나 이르되 큰 용사여,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하시느니라." (사사기 6:12)
기드온은 겁쟁이였다. 기드온은 당시 이스라엘을 압제하던 미디안 군대를 피해 밀을 숨겨서 타작하던 두려움에 찬 청년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를 "큰 용사"라 부르셨다. 하나님은 장차 기드온이 300명의 군사로 13만 5천 명의 미디안 군대를 물리칠 장래의 지도자가 될 것임을 선포한 것이다. 하나님은 현재 우리가 처한 환경과 나의 겉모습을 보고 평가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우리의 약함을 강함으로 변화시키는 분이시다.
그래서 아빠는 우리 아들이 날마다 하나님을 만난다는 말에서 평안을 얻는다. 그리고 기도한다. 우리 아들이 하나님 앞에서 참다운 용사로 부름 받고 쓰임 받기를. 그래서 오늘도 하나님 앞에서 인내하고 지혜롭게 잘 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하나님이 특별히 사랑하시는 아들아. 너를 향한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에 귀 기울이며 너를 "큰 용사"로 세우실 하나님을 신뢰하거라. 하나님의 크신 권능과 인도하심이 평생 너와 함께 할 것이다.
사랑한다 아들아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