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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찾아온 손님

by 순례자

어느 날 찾아온 손님

어느 날 운명이 내게 말을 건넸다.

네 벗들에게

못다 한 이야기, 못다 한 사랑에 대해

정리하라고 했지,라고

나는 벗들이 아직 삶을 매듭질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손때 묻은 책들, 아이들의 탄생과 성장

가슴 설레던 기억들이 생생한데

삶의 자취마다 그리운 얼굴들을

찬찬히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신이 다시 말했다.

네 벗들과 너와 나는 처음부터 함께였지

내 얼굴이 보이면 가만히 안아주면 돼,라고


당신이 다시 내게 오는 날은

넌지시 귀띔해 달라고 했다.

허락하신 삶을 다하는 날

가족들에게 웃음 지으며

너희들을 만나 감사하고 고마웠노라

삶은 이따금 눈물겨워도

아름다웠다고 고백할거야

황혼 무렵의 어느 날

모든 상념을 벗어버리고

가만가만 당신을 뒤따르게



* 구스타프크림트 <죽음과 삶>


* 기억의 저편에서 3부의 첫 문을 엽니다. 한 달 사이에 벗들의 악성종양 소식을 연이어 들었습니다. 모두에게 청천벽력 같은 선고였지요. 죽음이 우리 곁에 있었다는 것을 잠시 고 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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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