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Day

두브로브니크의 마지막 날

by SUKAVIA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시내 곳곳을 정신없이 누비고 다녔다. 그런데 어느덧 두브로브니크에서의 마지막 하루가 남았다. 언제부턴가 여행의 목적이 미션을 수행하는 것처럼 변해 버렸다. 그 누구도 나에게 그런 의무를 준 적이 없는데…


그래서 가끔은 머릿속을 일부러 비우곤 한다. 그럴 때마다 쓰는 나만의 즐거운 놀이가 있는데, 두브로브니크의 마지막 하루는 그것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필레 게이트(Pile Gate) 근처의 버스 정류장으로 나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타는 버스에 무작정 올랐다. 필레 지역은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오가는 버스들의 마지막 종점이기도 하다. 대 여섯 개의 버스 노선이 필레를 출발해 인근 지역으로 오간다. 가장 먼저 올라탄 4번 버스는 고리카(Gorica), 라파드(Lapad) 지역을 지나 두브로브니크 최남단의 위치한 팰리스 호텔까지 운행하는 버스로 라파드 해변을 둘러보고 싶다면, 이 버스를 타야 한다.


아무 버스나 타는 이 놀이가 재미있는 이유는 딱히 정해진 목적지가 없기에 잘못 도착할 위험도 없다는 것이다. 정해진 출발지와 도착지의 압박에서 벗어날 기회이기도 했다. 마음 내키는 곳에서 내리면 그만일 뿐이다. 그런데 이 버스는 이상하리만치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적다. 잠을 부르는 버스 안 온도와 약간의 진동은 내리고 싶은 마음을 붙잡았고 결국 마지막 정류장인 팰리스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까지 잘 조성된 거리를 다시 걸어 내려오다 운 좋게 해변으로 통하는 지름길을 발견하고는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갔다. 완만한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고급 빌라들과 호텔들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자갈과 모래가 뒤섞인 해안을 따라 걸어본다. 기대했던 특별함은 없었다.


두보르브니크 항. ⓒ Photo by SUKAVIA


돌아오는 길에는 6번 버스를 탄다. 니콜레 테스레 지역에서 5명이 승차하고 20여 명의 승객이 하차했다. 의미 없는 덧셈과 뺄셈 끝에, 21번째 승객으로 생각 없이 따라 내렸다. 발걸음이 닿는 데로 무작정 걷다 보니, 두브로브니크 항구를 따라 형성된 작은 해협이 나타났다. 신시가지의 오발라 스테파나 라디차 중심 도로를 따라 도심까지 인접해 형성된 해안 풍경이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스플릿의 리바 거리와는 또 다른 풍경이다. 두브로브니크 항은 크로아티아의 대표 도시들을 오가는 국내선 페리와 이탈리아 바리(Bari)를 연결하는 국제선 페리가 운영 중이다. 페리를 타고 아드리아 해를 마주하고 있는 이탈리아까지 이동할 수 있는 탓에, 유럽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자에게는 훌륭한 루트가 되어준다.


항구와 마주한 쇼핑몰에 들러 구경을 하고 카페에서 차를 한 잔 마신 뒤, 또 다른 8번 버스를 타고 동쪽에 위치한 우체국 앞에서 하차. 두브로브니크 최고의 비치 클럽으로 손꼽히는 이스트웨스트로 내려가 보았지만 비수기의 클럽은 보란 듯 썰렁하다. 애써 아쉬움을 삼켰지만 그럼에도 발길이 떼어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성벽 내 위치한 작은 레스토랑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고 돌아와 포근한 침대 위에 누워 두브로브니크의 마지막 밤을 준비했다.

이전 08화Oneday Trip